▲투런 홈런 치는 워싱턴 이튼워싱턴 내셔널스 애덤 이튼이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월드시리즈(7전 4승제) 2차전 8회 중 투런 홈런을 치고 있다. 이날 워싱턴은 12-3으로 승리했다.
AP-연합뉴스
2019년 메이저리그 최강팀을 가리는 월드시리즈가 야구팬들의 예상과는 조금 다른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와일드카드를 통해 가을야구 티켓을 얻은 내셔널리그의 워싱턴 내셔널스가 정규리그 최다승(107승)에 빛나는 아메리칸리그의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원정에서 먼저 2승을 따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워싱턴의 무서운 상승세가 휴스턴의 객관적인 전력을 완벽히 압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실 월드시리즈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휴스턴의 우위를 점치는 전문가나 야구팬이 조금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휴스턴은 막강한 선발 3인방에 짜임새 있는 타선, 그리고 2년 전 월드시리즈에서 LA다저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풍부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휴스턴의 안방에서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를 상대로 연승을 따낸 워싱턴의 기세는 야구팬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이번 월드시리즈를 보며 깊은 감동을 받은 정치인이 있다. 전 경남도지사이자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자유한국당 대표를 역임했던 홍준표 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2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와일드카드로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한 워싱턴을 보며 '흙수저가 금수저를 꺾는 통쾌함을 엿볼 수 있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워싱턴을 통해 서민들과의 소통을 노린 것이라면 홍준표 전 대표는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2019년 연봉 총액 전체 5위에 빛나는(?) '부자구단' 워싱턴
정규리그에서 93승을 거둔 워싱턴의 성적이 107승의 휴스턴보다 낮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표는 단지 워싱턴의 승률이 휴스턴보다 낮다는 이유로 워싱턴을 '흙수저 구단'으로 단정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메이저리그에는 워싱턴보다 승률이 낮아 가을야구에 나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팀이 무려 20개 구단이나 있는데도 말이다.
워싱턴은 캐나다 구단 몬트리올 엑스포스를 인수해 지난 2005년 창단했다. 워싱턴은 창단 후 6년 동안 5번이나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는 워싱턴의 의도된 전략이었다. 노골적인 탱킹(우수 신인 지명을 위해 성적을 포기하는 전략)을 통해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라는 투타의 핵심을 얻은 워싱턴은 두 선수가 풀타임 빅리거로 활약한 2012년 창단 8년 만에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워싱턴은 2015 시즌을 앞두고 최고의 우완 파워피처 맥스 슈어저를 7년 2억1000만 달러에 영입했고 슈어저와 함께 올해까지 3번의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워싱턴의 원투펀치 스트라스버그(연봉 3833만 달러)와 슈어저(3740만 달러)는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 연봉 1,2위에 올라 있다. 실제로 워싱턴의 올해 연봉 총액은 1억 9700만 달러(5위)로 홍 전 대표가 '금수저'로 표현한 휴스턴(1억8800만 달러, 7위)보다 더 많다.
사실 따지고 보면 휴스턴이야 말로 불과 몇 년 전까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흙수저 구단'이었다. 지금이야 3년 연속 100승 이상을 기록했고 매 시즌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강 팀이 됐지만 휴스턴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100패를 기록했던 팀이다. 당시만 해도 휴스턴이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릴 만한 강 팀으로 성장할 거라 예상한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특히 홍준표 전 대표가 '걸출한 타자'로 표현했던 휴스턴의 간판타자 호세 알튜베는 168cm, 74kg라는 작은 체격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했다. 2017년 타율 .346와 204안타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알튜베는 올해 타율 .298로 2013년 이후 6년 만에 3할 타율을 넘기지 못하며 부진(?)했다. 알튜베가 대단한 선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워싱턴에도 앤서니 랜던이라는 알튜베 못지않게 좋은 타자가 있다.
정치적 의도가 엿보였던 홍 전 대표의 SNS, 댓글 분위기도 극과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