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의 제비> 스틸컷
Les Armateurs
작품은 두 가지 소재를 통해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자유와 평화, 그리고 인간된 권리를 잃어버린 아프가니스탄을 그려낸다. 첫째는 참전용사들이다. 팔과 눈을 잃은 참전용사들은 그 어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오히려 탈레반에 무기를 판 이들이 모든 부와 권리를 누린다. 다리를 절며 아내의 죽음을 기다리는 아티크와 달리 어린 여자들과 어울리며 방탕함을 누리는 군부의 모습은 위선과 추악함을 보여준다.
둘째는 부르카이다.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 복식 중 하나인 부르카는 눈 부위의 망사를 제외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는 의상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 의상을 입으면 몸은 더위와 땀으로 숨을 헐떡이고 탈진 상태까지 올 수 있다. 그럼에도 탈레반은 여성들에게 밖에서 이 의상을 입기를 강요한다. 내리쬐는 햇빛 아래 부르카를 입은 여성들의 모습은 답답한 현실을 보여준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런 암울한 현실에 동조하는 여성들이 있다는 점이다. 아티크와 유일하게 대화가 통하는 참전용사 노인은 이슬람 원리주의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보는 존재가 여성들임에도 불구 이에 찬성하고 동조하는 여성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처럼 부르카는 탈레반 치하에서 인간된 권리도, 자신을 표현할 자유도 잃어버린 답답한 어둠과도 같은 미래를 상징한다.
<카불의 제비>는 봄이 오는 걸 막는 탈레반과 카불에 봄이 다시 찾아오길 바라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유와 평화를 이야기한다. 아티크를 비롯한 인물들은 카불을 떠나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고향을 떠나기 보다는 이 땅에 태어나고 살아갈 후손들을 위해 다시 봄을 되찾아 주고자 한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낸 이 애니메이션은 제21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상영작 중 마음을 먹먹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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