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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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 <국가부도의 날>(2018, 이국희 감독)은 근래 들어 이 '억울함'의 정서가 가장 도드라지는 한국영화가 아닐까. 거두절미, 1997년 IMF 금융위기의 한복판으로 관객들을 데리고 가는 이 영화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과 금융맨 '윤정학'(유아인), 작은 공장 사장 '갑수'(허준호)가 보낸 '국가부도까지의 일주일'을 통해 '그때 그 시절'을 어떻게, 누구에게 '당해야'했는가를 야심차게 그려낸다. 국가는 무력했고, 관료는 기회주의적이었고, 서민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그 속에서 영화는 그럼에도 노력하는 '국민'이 있었다고,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도 있었다는 결과론적 낙관론과 '저 시절 저 모양이었던 과거를 반복하지 말라'는 경고를 아슬아슬하게 교차시킨다. 그리하여, 마지막에 소소하게 마련된 반전에서 그 억울함은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비감으로 승화된다. 그 시절을 통과해 온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 억울함은 김혜수와 허준호의 얼굴로 대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