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이스토리4>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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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속의 포키는 우디가 가장 우려하는 자신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이전과 여러 상황이 달라진 변화의 순간, 많은 이들은 우디처럼 불안함을 느낄 것이다. 불안은 미처 버리지 못한 미련과 만나 현상 유지를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적응하거나 적응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순간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존의 쓸모가 아니다. 자신이 변화한 상황에 얼마만큼 만족할 수 있는지다. 쓸모없는 '쓰레기'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만족할 만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한 셈이다.
그 가치는 누군가로부터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누군가에게 부여된 가치는 극 중 우디의 위상처럼 상황에 따라 변화하며 흔들린다. 그러나 자신이 부여한 가치는 외부 조건에 관계없이 굳건하며,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지 않은가.
개비개비, 완벽함을 향한 그릇된 집착
한편, 골동품 가게의 한 켠을 장악한 장난감 개비개비는 가게 주인 할머니의 손녀인 하모니가 다시 자신을 장난감으로서 선택해 진열장에서 꺼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모니를 바라보는 개비개비의 눈망울에 서린 동경은 앤디와 보니를 향한 우디의 지향과 닮아 있다.
다만, 이미 일반적인 장난감으로서 삶의 최고라 할 만한 순간을 경험한 우디와 그런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개비개비의 상황은 조금은 다르다. 포키를 통해 대리만족하며 자신의 가치에 집착하는 우디와 달리, 개비개비는 불완전한 자신이 문제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개비개비는 고장난 소리상자를 수리해 음성을 내는 기능이 완벽해진다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모니로부터 자신이 버려진 이유가 '고장난 소리상자'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과연 완벽하지 않은 게 개비개비의 문제였을까, 혹은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문제였을까. 결과적으로 소리상자의 고장 유무는 개비개비의 존재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우디의 몸 속에 있던 소리상자를 얻은 개비개비는 마침내 제대로 인형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지만, 하모니는 개비개비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는다. 결국 개비개비는 완벽하지 않아 선택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하모니에게 필요도 감흥도 주지 않아 선택되지 않은 것이었다. 보다 완벽해진 개비개비는 그제야 결핍이 문제가 아니라 결핍에 사로잡혔던 자신이 문제였음을 비로소 인식하게 된다.
마침내, 개비개비는 골동품 가게에서 나와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움직인다.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스스로 행하는 것이다. 개비개비는 자신을 욕망하지 않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자신을 맞추기를 멈추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향해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자신의 가치란 누군가로부터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동을 통해 획득되는 것이라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