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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쓰레기"라 자조하던 친구... 그를 일으킨 '위로'

[리뷰] 영화 <토이스토리4>, '마음의 소리' 듣기 위한 우디의 여정

19.07.13 11:28최종업데이트19.07.1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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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토이스토리4>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앞선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디를 중심으로 집 밖으로 나오게 된 장난감들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펼쳐진다. 주인의 애정을 갈구하며 사람이 가지는 다양한 감정을 모사하는 장난감들은 여전히 씩씩하지만 그 모습은 여전히 어딘가 애잔하다. 언제나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던 우디의 태도는 이번 편에서는 조금 더 뭉클하다. 주인을 향한 그의 '지향'은 충족될 수 없는 것이기에 안타깝다. 그 모습은 그대로 누군가와 무언가를 향한 우리들의 갈구와 다르지 않아 더욱 안타깝다.

영화 <토이스토리4>는 그 안타까운 지향을 관객들 자신의 내면으로 돌려볼 것을 권유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귀 기울이지 않았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말이다.
 
 영화 <토이스토리4> 포스터
영화 <토이스토리4> 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우디, 이제는 '찬밥 신세'

전 주인 앤디에게서 새 주인 보니에게로 넘겨진 장난감 우디의 위상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 보니의 장난감 놀이 시간에 초대받지 못해 옷장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우디의 가슴에 있던 보안관 배지는 다른 장난감인 제시에게 달리기 일쑤이다. 앤디의 집에서 늘 리더의 위치에 있던 우디는 더이상 예전의 '장난감 리더'가 아니다.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지만 우디는 표정에서 도무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는 우디는 의기소침한 기분에 사로잡히지 않고 제 역할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유치원에 간 첫 날, 불안한 보니는 우디가 쓰레기통 속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1회용 포크를 이용해 새 장난감 '포키'를 만든다. 우디는 보니가 포키에 애착을 보이자, 자꾸 도망 가려는 포키를 보니 곁에 두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포키는 보니의 곁이 편치 않아 자꾸만 빠져나가려고 시도한다. 그런 포키를 지키려고 뒤쫓는 우디의 모습은 서글픈 웃음을 자아낸다. 우디가 그토록 사력을 다하는 까닭이 꼭 보니만을 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포키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우디의 강박에는 보니에 대한 염려와 더불어 자신도 버려질까 두려운 불안이 깃들어 있다.

장난감으로서 자신의 쓸모가 걱정인 우디는 주인 보니에게 더이상 자신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불안한 우디는 자신의 의지대로 상황을 통제하려고 애를 쓴다. 포키는 한때나마 장난감 중 최고의 애정을 받던 우디의 과거를 재현하는 동시에, 우디의 '보호자'로서 쓸모를 부여해주는 존재처럼 여겨진다. 때문에, 우디는 스스로를 '쓰레기'라 칭하며 쓰레기통 속으로 직행하려는 포키를 안간힘을 쓰며 지켜내야 한다. 그것은 우디가 자신을 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우디는 포키를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와 정당성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영화 <토이스토리4>의 한 장면
영화 <토이스토리4>의 한 장면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쓰레기통 속의 포키는 우디가 가장 우려하는 자신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이전과 여러 상황이 달라진 변화의 순간, 많은 이들은 우디처럼 불안함을 느낄 것이다. 불안은 미처 버리지 못한 미련과 만나 현상 유지를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적응하거나 적응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순간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존의 쓸모가 아니다. 자신이 변화한 상황에 얼마만큼 만족할 수 있는지다. 쓸모없는 '쓰레기'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보다는 '스스로에게' 만족할 만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한 셈이다.

그 가치는 누군가로부터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누군가에게 부여된 가치는 극 중 우디의 위상처럼 상황에 따라 변화하며 흔들린다. 그러나 자신이 부여한 가치는 외부 조건에 관계없이 굳건하며,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지 않은가.

개비개비, 완벽함을 향한 그릇된 집착

한편, 골동품 가게의 한 켠을 장악한 장난감 개비개비는 가게 주인 할머니의 손녀인 하모니가 다시 자신을 장난감으로서 선택해 진열장에서 꺼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모니를 바라보는 개비개비의 눈망울에 서린 동경은 앤디와 보니를 향한 우디의 지향과 닮아 있다.

다만, 이미 일반적인 장난감으로서 삶의 최고라 할 만한 순간을 경험한 우디와 그런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개비개비의 상황은 조금은 다르다. 포키를 통해 대리만족하며 자신의 가치에 집착하는 우디와 달리, 개비개비는 불완전한 자신이 문제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개비개비는 고장난 소리상자를 수리해 음성을 내는 기능이 완벽해진다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모니로부터 자신이 버려진 이유가 '고장난 소리상자' 때문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과연 완벽하지 않은 게 개비개비의 문제였을까, 혹은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문제였을까. 결과적으로 소리상자의 고장 유무는 개비개비의 존재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우디의 몸 속에 있던 소리상자를 얻은 개비개비는 마침내 제대로 인형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지만, 하모니는 개비개비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는다. 결국 개비개비는 완벽하지 않아 선택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하모니에게 필요도 감흥도 주지 않아 선택되지 않은 것이었다. 보다 완벽해진 개비개비는 그제야 결핍이 문제가 아니라 결핍에 사로잡혔던 자신이 문제였음을 비로소 인식하게 된다.

마침내, 개비개비는 골동품 가게에서 나와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움직인다.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스스로 행하는 것이다. 개비개비는 자신을 욕망하지 않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자신을 맞추기를 멈추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을 향해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자신의 가치란 누군가로부터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동을 통해 획득되는 것이라는 듯이.
 
 영화 <토이스토리4>의 한 장면
영화 <토이스토리4>의 한 장면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나'라는 존재가 소망하는 대상이 '나'를 바라지 않을 때, 개비개비처럼 자신의 부족을 탓하기 쉽다. 그러나, 이 욕망의 불일치는 완벽하지 않은 상대의 결핍이나 지향이 '나'와 큰 관계가 없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상대의 지향과 '나'의 상태가 일치하지 않는 것은 '나'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나'의 지향이 상대와 일치하지 않는 것이 상대의 문제 때문이 아니듯 말이다.

자신의 결핍이나 부족이 개선과 발전을 위한 노력으로 승화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자신의 부족을 탓하거나 그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우디에게 소리상자를 요구한 개비개비처럼 섬뜩한 선택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딘가는 부족하고 어딘가 조금쯤은 고장나 있기 마련이다. 완벽에 대한 지향을 버리고, 부족하나마 그대로의 모습을 필요로 하는 곳에 자리하는 것도 존재의 가치를 획득하는 한 방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핍, '마음의 소리'에 충실한 그녀

앤디의 집에서 우디와 헤어진 이후 버려진 보핍은 또 다른 주인을 기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나가는 걸 선택한다. 그가 타고 다니는 낡은 스컹크 자동차, 혹은 부러진 왼팔 등은 보핍의 지난 삶이 순탄하지만 않았을 것을 암시한다. 그럼에도 양 인형들을 안전하게 챙기고, 우디에 대한 우정을 저버리지 않는 보핍은 삶과 삶의 변화에 대해 가져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주인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며 책임감에 사로잡힌 우디와 달리, 보핍은 주어진 대로 순응하기보다는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선택하고 적응해 나간다. 애초부터 불량인 소리상자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개비개비와는 달리, 보핍은 깨져 버린 한쪽 팔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보핍은 수동적인 자세로 상황에 자신을 맞추지 않으며 완벽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저 어떤 상황에서든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보핍은 보니를 맹목적으로 위하려는 우디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우디임을 인정하고, 개비개비가 전권을 휘두르는 골동품 가게에 자유를 제한 당하며 숨어 지내기보다는 세상 밖으로 탈출하는 길을 택했다. 극 중 보핍은 자신의 삶이 중요하다고 다른 이의 삶을 폄하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삶에 충실하되 타인의 삶에 일정 부분 보조를 맞추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영화 <토이스토리4>의 한 장면
영화 <토이스토리4>의 한 장면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다소 위험하고 거칠어 보이는 보핍의 삶이 충만해 보이는 것은 그녀가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보핍은 다시 만난 우디가 반갑지만, 우디를 도와주는 일을 앞두고 잠시 주저한다. 하지만 보핍은 우디를 외면하는 편한 길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세 간파한다. 위험하고 힘들더라도 보핍은 우디를 돕고 싶어하며, 그러한 자신의 마음의 요구에 순응한다. 보핍이 순응하는 것은 극복하려면 힘이 드는 현실이 아니라 그 현실을 극복해 내라는 내면의 욕구이다. 그건 현실에 대한 순응과 달리 줄거리 속에서 변화를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며, 성공을 바라며 세심히 계획을 세우는 도전으로 나타난다. 

보핍과의 시간을 통해 우디는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앤디에게 가장 소중한 장난감이었던 우디는 보니에게는 덜 소중한 존재였다. 포키를 보니에게 되돌려 보내는 모험을 통해 우디는 변화한 현실과 더이상 그 안에서 만족할 수 없는 자신을 자각한다. 이제 우디는 버려지며 또 다른 주인을 기다리는 장난감이 되기보다는 보핍과 함께 더이상 주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장난감이 되는 길을 택한다. 개비개비는 우디와의 시간을 통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음을 자각한다. 그 자각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우디와 개비개비는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며, 타고난 속성과 이별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둘의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자신의 마음 속 소리를 듣는 충만한 삶에 좀 더 가까워질 것이다.  
   
 영화 <토이스토리4>의 한 장면
영화 <토이스토리4>의 한 장면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사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마치 버티라는 듯이 끝없이 변하는 상황에 매번 대처하기도 쉽지 않지만, 주어지는 삶에 순순히 순응하며 사는 것마저도 버겁기 마련이다. 그러나, 스스로의 존재 가치에 의문이 드는 순간과 만난다면 움직일 수 없는 장난감과 같은 삶에서 조금은 거리를 둘 수도 있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자신과 삶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마음의 소리'와 만난다면 잠시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선영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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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한 귀퉁이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그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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