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정글의 법칙>의 한 장면.
SBS
누구를 위한 생존이며 무엇을 위한 생존일까? SBS <정글의 법칙>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이다. 도전정신이 강한 족장 김병만에겐 새로운 경험일 테고, 인지도를 높이고 싶거나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은 연예인들에게는 좋은 무대일 것이다. 그런데 일부 방송에서 '왜 저런 곳까지 가서 자연을 훼손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든다면? 물론 그 자연의 '소유자'들은 자신들의 관광 자원을 홍보함으로써 생존을 도모하고 있으니 누굴 탓하기도 애매하다.
<정글의 법칙>은 '병만족의 정글 생존기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하자면, 김병만을 위시한 여러 방송인들이 세계의 여러 오지로 떠나서 일정기간 머무르고 돌아온다. 오지는 단지 정글에 국한되지 않고, 사막, 섬, 숲, 동굴 등으로 확장된다. 병만족은 그 과정에서 현지의 먹거리를 채집(또는 사냥)하고, 다양한 생존 방식을 뽐내게 된다.
관광이 된 생존
물론 많은 시청자들이 <정글의 법칙>이 보이는 '생존'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는다. 리얼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것이 날것일 거라는 환상(혹은 기대)은 이미 오래전 깨졌다. 과거 진정성 논란이 여러 차례 불거졌고, 오지 문명 체험은 관광 상품으로 버젓이 팔리고 있었다. 또, 안전 불감증 등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뤄졌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자연 훼손에 대한 지적이다. '정글 훼손의 법칙'이라는 조롱을 가벼이 넘겨서는 곤란하다.
지난 6월 29일 방송된 <정글의 법칙>에는 태국 남부 꺼묵섬에서의 병만족 생존기가 그려졌다. 방송 말미 멤버들은 생존을 위해 바다 사냥에 나섰고, 배우 이열음은 바닷속에서 대왕조개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제작진은 자막으로 대왕조개 3마리를 획득했다고 전했고, 예고편에서 멤버들이 대왕조개를 함께 시식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여기까지는 별다를 게 없었다. 평소와 비슷한 편집과 예고였다.
그러나 이번엔 문제가 발생했다. 병만족이 먹어치운 그 대왕조개가 사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조개로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이란 것이다. 평균 수명 100년 이상인 대왕조개가 병만족의 입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태국 농림부는 해당 대왕조개를 희귀 동물 또는 멸종 위기에 놓인 수생 동물로 지정해 두었다. 만약 불법으로 채취하게 되면 2만 바트(한화 약 76만원) 이하의 벌금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었다.
현지에서 논란이 됐음에도 SBS 측은 "<정글의 법칙> 팀은 현지 공기관(필름보드, 국립공원)의 허가 하에 그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촬영했다"면서 "촬영 때마다 현지 코디네이터가 동행했고, 불법적인 부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SBS 측의 해명은 안일한 것이었다. 물론 <정글의 법칙>이 현지 코디네이터로 고용한 태국 업체를 통해 국립공원과 야생동식물 보호국에 촬영 허가를 받은 건 사실이다.
사과 후 또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