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성의 '좀비 극장'은 매 경기, 줄거리가 다르다.
UFC 아시아 제공
특별한 캐릭터 코리안좀비, 역대 코리안파이터 NO. 1
김동현(웰터급)을 시작으로 양동이(미들급), 정찬성(페더급), 강경호(밴텀급), 임현규(웰터급), 최두호(페더급), 방태현(라이트급), 남의철(라이트급·페더급), 함서희(여성 스트로급), 마동현(라이트급), 곽관호(밴텀급), 김지연(여성 밴텀급·플라이급), 전찬미(여성 스트로급), 손진수(밴텀급), 조성빈(페더급), 최승우(페더급) 등 그동안 적지 않은 숫자의 코리안 파이터들이 UFC 옥타곤을 밟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성적은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스타트를 끊은 김동현의 롱런 그리고 정찬성의 놀라운 활약으로 인해 눈높이는 높아져갔지만 후발주자들의 활약이 신통치 않다. 양동이는 충분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애매한 경기가 이어지면서 잠재력을 제대로 터트리지 못했다.
아시아무대서 맹위를 떨치던 남의철의 '불도저' 전법은 신체능력이 좋은 서구선수들에게 한계를 드러냈다. 어린나이에 옥타곤에 진출하며 많은 이들을 놀래켰던 전찬미는 경험부족을 노출했으며 함서희, 방태현, 김지연 등은 복싱 위주의 단순한 패턴으로 상대측의 분석에 잡아먹혔다. 거기에 함서희같은 경우 맞는 체급까지 없는지라 사실상 상위 체급 상대들과 맞서야 하는 이중고까지 겪었다.
임현규 같은 경우 체급 내 정상급 신체조건에 강력한 파워를 갖췄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지만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당수 외국선수들처럼 신체조건을 살린 거리 싸움을 펼치지 못하고 투박한 인파이팅으로 일관하다 자존심을 구겼다. 일각에서 들리는 말처럼 훈련 때는 그렇게 강한데 실전만 되면 긴장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해서 더 아쉬움을 샀다.
그 외 곽관호, 손진수, 최승우는 투지만 넘쳤으며 조성빈은 지나치게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설상가상으로 방태현은 승부조작에 연루되며 흑역사를 쓰기도 했다. 군에서 전역한 강경호를 비롯해 마동현 정도가 중하위권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이다.
그나마 어느 정도 성적을 낸 파이터는 김동현, 정찬성 둘 정도이며 연패에 빠지기는 했으나 이전까지의 최두호 역시 가능성은 보여줬다. 하지만 그마저도 김동현, 최두호는 최근 한계를 노출했다. 김동현은 전형적인 압박형 그래플러, 최두호는 펀치 위주의 타격가다. 자신들의 특기가 통할 경우는 상당한 포스를 보여주지만 막히게 되면 2옵션 부재로 말미암아 무기력하게 무너지기 일쑤였다.
반면 정찬성은 달랐다. 타격, 그래플링 어느 한쪽에서 정상급 포스는 보여주지 못했으나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승리를 가져가는 특유의 킬러 본능이 빛났다. 상당수 국내선수의 경우 유리한 상황에서도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역전패 당하는 경우도 잦았지만 정찬성은 아니었다. 승기를 잡았다 싶은 순간 절대 놓치지 않고 상대의 숨통을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카운터, 서브미션 등 '정찬성의 경기는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는 말처럼 승리방식 역시 다 달랐다. 자신보다 전력이 더 강하다고 평가받는 상대와의 싸움에서도 종종 승리를 가져갔다. 정찬성은 UFC에서 7경기를 뛰는 동안 단 한번도 판정 경기가 없었다. 자신이 지든 이기든 판정까지 가지 않고 경기가 끝났다.
좀비극장은 늘 결말이 있었다. 직전 경기에서 챔피언 타이틀전까지 치렀던 선수를 7초 만에 때려 눕히는가 하면 다 잡은 경기를 1초 남겨놓고 역전패 당하는 아픔에 울기도 했다. 전성기 조제 알도와의 챔피언타이틀전에서 빠진 어깨를 스스로 끼워 맞추려는 투혼을 보였으며 군제대 후 복귀전에서는 그림 같은 어퍼컷으로 컴백을 알렸다.
이러한 정찬성의 스타일은 화끈한 승부를 갈구하는 데이나 화이트 대표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 결과 옥타곤에 진출한 어떤 코리안 파이터보다도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파이터가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