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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미국사회의 단면...우리는 차별과 혐오에서 자유로운가

[리뷰] 넷플릭스 드라마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

19.01.27 18:22최종업데이트19.01.2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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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기간 내내 반이민적인 태도를 고수했으며 미국인의 임금과 일자리, 안전을 최우선할 것임을 강조했던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자 정말로 미국은 '미국인'만을 위한 사회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급증했다. 특히 미국 인권단체 '남부빈곤법률센터'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 다음 날인 2016년 11월9일부터 사흘간 미 전역에서 201건의 혐오 범죄가 발생했다고 한다. 흑인과 이민자, 무슬림이 주요 타깃이 되었다.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 넷플릭스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 예고편 캡처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넷플릭스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 예고편 캡처넷플릭스 예고영상 캡처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소위 '국가 장벽' 건설을 추진하는 중이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9m 높이의 장벽을 짓고 불법 이민자를 막겠다는 것. 예산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충돌하면서 연방정부가 셧다운(shutdown)된 상태였는데, 지난 25일(현지시간), 악화되는 여론에 결국 트럼프가 백기를 들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하원의장과 35일 간의 셧다운을 임시 중단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셧다운을 중단하기 전까지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국가 장벽의 필요성을 어필하는 중이었다. 마약과 각종 범죄, 이민자를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장벽(powerful Wall)'이 필요하며 이를 반대하는 것은 '국경 안보(Border Security)'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일단 셧다운을 중지시키긴 했지만 3주 안에 예산안이 편성되지 않으면 다시 셧다운에 들어가게 되니, 미국 정가는 긴장감이 돌 수밖에 없다. 

이렇듯 국가의 안전과 자국민의 몫을 보호하기 위해 타인종, 타종교를 배척하고, 이것이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미국 사회에서 소수자들의 인권이 보장받는 것은 참 난망한 일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Dear White People, 2017)은 이런 다양성이 위협받는 미국사회의 한 단면을 가상의 아이비리그 캠퍼스인 윈체스터 대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통해 보여주는 시트콤이다. 저스틴 시미언(Justin Simien)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일상적 차별에 저항하는 정치적 행동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 넷플릭스 캡처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넷플릭스 캡처넷플릭스
 
드라마는 윈체스터 대학교에 재학 중인 흑인 학생들의 일상적인 차별을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그려낸다. 각 챕터마다 그들이 겪는 차별에 문제제기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교내 라디오를 진행중인 샘 화이트(Sam White)는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방송 코너를 맡아 '친애하는 백인들'에게 학내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에 대해 위트있게 비판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 조언 하나 할게요. 다른 인종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넌 뭐니?'라고 물었을 때 답은 보통 '곧 너한테 귀싸대기를 때릴 사람이다'예요" 샘의 진행력 덕분에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은 인기를 끌지만 이는 학내 잡지 동아리인 패스티시(Pastiche)의 '심기'를 건드린다. 그렇게 해서 그들이 만든 것이 블랙 페이스 파티인 것. 니키 미나즈, 세레나 윌리엄스 등 유명한 흑인들을 백인들이 분장을 통해 따라하는 것이다. 

아마 이제는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면 '논란' 정도가 될텐데 하물며 미국에서 이들은 흑인들이 아직 대학을 다니지 못하는 시절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참고로 설정 상 윈체스터 대학교는 대부분의 백인과 소수의 흑인 학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로 일어났던 인종차별 사건을 꼬집는 부분도 있다. 2018년 3월 미국 경찰이 흑인 청년이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권총으로 오인해 사살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외에도 흑인을 향한 경찰의 총격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극중에서 윈체스터의 학생들이 모여 파티를 즐기던 밤, 백인 학생과 흑인 학생의 다툼으로 경찰관이 출동했는데, 윈체스터 재학생이라는 흑인 학생의 말을 믿지 않고 총을 겨눈 채 신분증을 요구한 것. 너무나도 기시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정한 사건을 꼽지 않아도 이런 류의 일들은 너무 많았으니까. '누구의 말을 더 불신하는가'가 평등하지 않은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샘이다.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 넷플릭스 캡처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넷플릭스 캡처넷플릭스
 
미국사회를 휩쓰는 대안우파(alt-right)의 바람에 대해서도 드라마는 이야기한다. 대안우파란 백인우월주의를 위시한 21세기의 극우 운동을 일컫는 표현이다. 윈체스터의 흑인 기숙사인 암스트롱-파커 하우스(Armstrong-Parker House)를 두고 일부 백인 학생들이 흑인만을 위한 기숙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통합을 요구하고 샘 화이트를 SNS를 통해 인신공격하던 상황이었다. 

어떤 이는 '아이비리그를 다닐 수 있는데 인종차별이 어디 있냐'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논리도 펼친다. 직접 암스트롱-파커를 습격할 거라는 협박 메시지도 보낸다. 트럼프 당선 이후 많은 인종차별적인 혐오범죄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차별이 일상인 미국, 과연 우리는 안전한가

이렇듯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은 아직도 미국 사회에서 해결되지 않은 인종차별 문제를 우회하지 않고 지적한다. 그런데 이 작품이 '그들'에게는 신경이 쓰였나보다. 엔터테인먼트 신문 겸 웹사이트인 '디 A.V 클럽(The A.V Club, 이하 AVC)'에 따르면, 실제로 대안우파 세력들이 드라마에 백인 주연이 있어야 한다면서 새 시리즈를 보이콧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2018년 5월 AVC와의 인터뷰에서 저스트 시미언 감독은 제목 때문에 자극받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한다.

"(AVC : 방송이 처음 나왔을 때 넷플릭스를 보이콧하겠다고 위협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여전히 제목에 의해 자극받는 이들이 존재한다. (중략) 대화가 끝나는 (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하지만 흑인이 '백인에게(Dear white people)' 와 같은 말을 했을 때 왜 그렇게 자극을 받았는지 우리는 더 이야기해야 한다. (백인 중심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그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가정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에 대한 이런 반응들은 방송 내용 그 자체다." (저스트 시미언 감독)

최근에는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일군의 미국 고등학생들이 워싱턴 D.C에서 낙태 반대 시위를 하고 있었고, 일부는 트럼프가 대선 시즌부터 지속적으로 들고 나왔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가 적힌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원주민 인권활동가와 대립하게 되었으며, 한 고등학생이 원주민 참전용사인 네이선 필립스(Nathan Phillips)를 깔보듯이 쳐다보는 장면이 논란이 되었던 것.

과연 '위대한 미국'에 이민자, 흑인, 타종교가 포함되는가? 혹시 그것은 백인만을 위한 사회는 아닐까?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에서 2017년 이전까지 패스티시는 흑인 코스프레를 하는 이벤트의 이름을 '친애하는 흑인 여러분(Dear Black People)'로 지었는데, 이때 주류 사회가 소수자 공동체의 특정한 정체성을 희화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폭력이 된다. 그것을 소수자가 맞받아칠 때 주류 사회가 듣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익숙한 풍경 아닌가.

(흑인 학생이 랩 가사의 '검둥이(nigga)'라는 표현을 따라하는 것을 지적하자 백인 학생이) "나는 인종차별주의자 아니야."
"그렇다고 한 적 없어."
"날 검열하려고 하다니 기분이 이상한 걸."
"내가 랩을 하면서 '흰둥이', '허연 놈'이라고 하면 어떨까?"
"난 신경 안 써."
"바로 그거야. 그게 다른 거야. 넌 신경 안 쓰고 난 쓴다는 거. 알겠어?"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의 시즌 1 첫 회 첫 장면에서 "교육의 역설은 사람이 교육으로 눈을 뜨면서 자신을 교육해준 사회를 검토하게 된다는 점이다"는 소설가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의 말을 인용한다. 과연 우리는 차별과 혐오에서 자유로운가? 그리고 우리를 교육해준 사회의 민낯을 비판할 기회를 얻고 있는가?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은 오늘날 한국사회에도 유의미한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있다. 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일상에서의 정치적인 움직임이 필요함을.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 넷플릭스 캡처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넷플릭스 캡처넷플릭스
 
#친애하는백인여러분 #냇플릭스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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