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보이즈
워너뮤직코리아
19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청춘을 보낸 부모님 세대는 '롤러장'이라는 키워드로 이 노래를 기억한다. 실제로 런던 보이즈의 '런던 나이트'는 1980년대 롤러스케이트장과 나이트클럽을 가득 메웠던 대표적인 음악 중 하나다. 에뎀 에프라(Edem Ephraim)과 데니스 풀러(Dennis Fuller) 두 멤버로 구성된 런던 보이즈는 1988년 첫 번째 앨범 더 트웰브 커맨드먼츠 오브 댄스(The Twelve Commandments Of Dance)를 내놓고 유로댄스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런던 나이트'뿐만 아니라 할렘 디자이어(Harlem Desire)나 레퀴엠(Requiem)도 차트 순위권에 오르면서 이들은 당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996년 한 날 한 시에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두 사람이 모두 숨졌고, 당연히 런던 보이즈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들이 내놓은 앨범이 많지 않은 것도 그래서다.
런던에서 새 기억을 덧입히기 전까지 4분 3초짜리 이 노래에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여행했던 기억이 담겨있었다. 이모부가 운전하는 지프차 뒷자석에 동생들과 옹기종기 모여 앉아 '떼창'했던 것이 '런던 나이트'와 관련된 최초의 기억이다. 유치원생쯤 된 사촌동생과 나, 두 어린이들은 "Give a little love"를 "디비디비럽" 또는 "르블르블럽"이라고 발음하며 뜻도 모르는 노래를 열심히 따라 불렀다. 나보다 5살 더 어린 남동생은 그조차 발음하지 못해 "I-I-I wanna get up tonight!"에서 맨 앞부분 "아~아~아"만 따라 흥얼거렸다. 언제 어디서든 이 노래가 나오면 어른들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신이 났다.
한 음악에는 그것을 즐겨 듣던 때의 상황과 감정이 담긴다. 90년대생인 나는 런던 나이트을 들으며 어린 시절 추억과 생애 첫 유럽여행에서의 감각을 떠올리고, 60년대생 엄마는 같은 노래를 들으며 롤러장에서 신나게 춤을 추던 당신의 20대 시절을 떠올리듯이 말이다. 따라서 좋은 기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기억하고 싶은 소중한 순간에 노래를 듣는 것이다. 여기에 사진과 글이 더해지면 기억은 더 생생하게 박제된다. 여행할 때 나름의 테마곡을 만들어 듣는 건 그래서 재밌다. 지금껏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면 제주도에 가서 '제주도의 푸른 밤'부터 한 번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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