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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에 얽힌 처절한 분투, 신선한 감동 준 유해진-윤계상

[미리보는 영화] <말모이>가 그린 시대와 사람, 신파지만 설득력 있어

18.12.19 16:27최종업데이트18.12.1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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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말모이>의 포스터.
영화 <말모이>의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우리가 당연하게 쓰고 있는 한글에 얽힌 놀라운 사실이 몇 가지 있다. 식민지에서 독립국이 되면서 고유 언어를 지킨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 고유어로 된 사전을 갖고 있는 20개국 중 하나 등. 이미 한글의 과학성에 대해선 많은 연구 사례가 있을 정도다.

그런 한글이 일제강점기 때 말살될 뻔했고, 조선어학회를 위시한 당시 보통사람들이 한글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영화 <말모이>가 담았다. 영화적 배경은 1940년대, 그러니까 창씨개명이 상당히 진척됐고 일제의 노골적인 문화정책 역시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다양한 인간 군상

극을 이끌어 가는 주요 인물은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윤계상)과 극장 기도일을 보다 우연히 조선어학회 일을 돕게 된 김판수(유해진)다. 우리말을 모아 사전을 만들려는 조선어학회 그룹과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바쁜 판서가 어느 순간 각성하는 과정으로 주요 사건이 맞물리며 진행된다. 

"사람들이 보이는 영화였으면 했다"던 엄유나 감독의 말처럼 영화엔 다양한 캐릭터들이 꽤 비중 있게 등장한다. 당시 민초를 상징하는 판서와 판서의 이웃들이 영화 중반부부터 영화 속 일제에 맞서는데 위기와 극복 과정의 구성이 꽤 좋은 편이다. 조선어학회 그룹의 한계를 여러 캐릭터가 합심해 보완해주고, 친일파와 일본 고위 관계자 그룹이 그걸 또다시 깨는 식으로 맞물려 있다. 덕분에 한글을 소재로 하고 있기에 영화가 정적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쉽게 접을 수 있다. 
 
 영화 <말모이>의 한 장면.
영화 <말모이>의 한 장면.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말모이>의 한 장면.
영화 <말모이>의 한 장면.롯데엔터테인먼트
 
이야기 구조와 인물 구성으로 보면 전반적으로 <택시운전사>가 떠오른다. 아무래도 <택시운전사> 시나리오를 쓴 엄유나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기도 하기 때문일까. 독일 언론인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를 광주 항쟁 현장으로 데리고 가는 과정에서 각성하는 택시 기사 만섭(송강호)의 기능을 <말모이> 속 판서가 그대로 수행한다. 먹고살기 바쁜 한 보통사람이 시대적 비극에 눈뜨고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기시감이 느껴질 법하다. 실제로 <택시운전사>에 참여한 최귀화 등 익숙한 배우들도 역할을 달리해 <말모이>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 점이 <말모이>의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감독은 영리하게 판서와 그 주변 인물들에게 만섭을 능가하는 입체감을 부여했다. 물론 1980년대 광주와 1940년 경성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배경과 시대적 비극의 무게감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극 중 판서는 만섭보다는 훨씬 더 깊이 그리고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판서의 아들 덕진(조현도)과 순희(박예나)의 에피소드도 상당 부분 담겨 있어 관객입장에선 여러 캐릭터에 감정이입 하기가 쉽다.

한글을 지키려는 캐릭터들의 처절함 속에서도 영화 중간중간 따뜻한 드라마와 유머가 섞여 있는데 이질적이지 않게 다가온다. 신파 요소 또한 있으나 효과적으로 작용하면서 영화 완성도나 몰입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다.
 
 영화 <말모이>의 한 장면.
영화 <말모이>의 한 장면.롯데엔터테인먼트
 
팩트와 픽션 사이

영화적 구성에선 <택시운전사>에 비할 때 미덕이 많은데 역사적 사실의 재구성 면에선 다소 비판의 여지 또한 있다. 조선어학회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다양한 인물을 한두 캐릭터에 녹이는 과정에서 주요 사실이 뭉뚱그려지거나 맥락이 사라지기도 하기 때문. 조선어학회의 숙원 사업인 사전 편찬과 일제의 숙원사업이던 창씨개명 등의 대조선 정책의 변화들을 고르게 고려했다면 지금과 같은 영화 속 사건은 나오기 어렵다. 사건 발생의 시간적 순서가 다르기 때문. 

과감한 선택이었겠지만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거나 역사적 사실을 중시하는 관객입장에선 아쉬운 방식이다. 조선어학회 어떤 인물을 어떻게 참고했고 각색했는지 여부 또한 영화에선 정확히 드러나진 않기 때문이다.

이런 아쉬움을 뒤로하면 <말모이>는 내년 초 한국영화의 포문을 여는 작품으로 손색없다. 연말 대형 투자배급사의 주력 작품이 연이어 개봉하지만 그 작품들과 경쟁을 살짝 피할 수 있는 모양새라 흥행 전망 또한 밝아 보인다. 

한 줄 평 : 영리하면서도 진정성까지 담았다
평점 : ★★★★(4/5)

 
영화 <말모이> 관련 정보

각본 및 감독 : 엄유나
출연 : 유해진, 윤계상, 김홍파,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 송영창, 허성태
제작 : 더 램프
제공 및 배급 : 롯데엔터테인먼트
크랭크인 : 2018년 4월 1일
크랭크업 : 2018년 7월 15일
러닝타임 : 135분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19년 1월 9일
 
말모이 유해진 윤계상 조선어학회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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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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