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의 최근 5시즌 주요 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
과거의 기록이 미래의 활약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실력을 확인하는 데는 유용하다. 양의지의 타격 기록을 살펴보면 2015시즌 이후로 수준급 타격 실력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산이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2015년은 양의지가 타격에 눈을 떴다고 평가받는 시즌이다.
손등 부상으로 주춤했던 2017시즌을 제외하면 3할이 훌쩍 넘는 고타율과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실제로 최근 4년간 타격만 놓고 봐도 양의지보다 확실하게 정교함을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는 오른손 타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정교함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양의지의 홈 경기를 지켜보다 보면 잠실 구장 펜스 앞에서 잡히는 대형 플라이 타구가 종종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만약 양의지가 '탈 잠실'을 하게 된다면 30홈런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포수 포지션에서 이 정도로 꾸준하고 뛰어난 타격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다. 이번 FA 시장의 또 다른 포수 대어인 이재원(SK)만 해도 꾸준한 타격과는 거리가 멀다. 올 시즌 이재원은 뛰어난 타격 성적(타율 0.329/OPS 0.918/17홈런)을 남겼지만 바로 직전 해에는 평균에도 한참 모자라는 기록(타율 0.242/OPS 0.668/9홈런)에 그쳤다.
그만큼 포수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꾸준한 타격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어렵다. 최근 4시즌 평균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역시 연평균 5.0 수준으로 꾸준히 리그 정상급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KBO리그에서 양의지만큼 꾸준한 생산 능력을 보이고 있는 포수는 만 31세의 양의지뿐이다.
타격뿐이 아니다. 두산 코칭스태프를 포함해 현장에서 양의지를 평가할 때, 그의 진짜 가치는 타격이 아니라 수비에서 나온다는 반응이 많다. 실제로 두산이 2015년 이후 리그 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과 양의지의 수비 안정감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
2010년 신인왕을 수상할 당시에는 타격은 뛰어나지만 수비는 개선할 여지가 있는 포수라는 인상을 남겼던 양의지지만 FA 자격을 취득하기 지난 8시즌 동안 '야구도사'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안정적인 도루 저지와 블로킹 그리고 투수의 공을 포구하는 능력치인 프레이밍까지 굳이 수치화하기 힘든 투수리드를 제외하더라도 양의지는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비 능력을 보여주는 포수다.
양의지의 공수 능력을 살필수록 '오버페이'는 그와 맞지 않는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포수 포지션 특성상 체력관리를 위해 5번이나 6번에 배치되지만 그는 충분히 3,4번에 배치되어 팀 타선을 이끌어 나갈 만한 타격 실력을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KBO리그 팀이 포수 포지션에 타격이 가장 약한 선수가 배치되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큰 장점이다.
뿐만아니라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포수 수비 능력도 갖췄다. 만약 투수력이 약한 팀이 그를 영입한다면 양의지가 안방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운드가 어느 정도 안정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특정 FA 선수에게 연간 25억이 넘는 금액을 투자하는 것은 확실히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하지만 양의지는 영입할 경우 팀 성적을 단숨에 끌어올릴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외국인 선수 영입 규정 변경으로 인해 타팀과의 전력 보강 경쟁에서 눈에 띄는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카드다.
한국시리즈 진출이 목표인 빅마켓 팀이라면 사실 망설일 여지가 전혀 없다. 우승이 최고의 성과인 KBO리그에서 공수를 겸비한 리그 최고 포수 양의지와의 계약은 '오버페이'가 아닌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 수 있는 합리적 투자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