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수가 영화 <국가부도의 날>로 관객과 만난다. 한국은행 통화정책 팀장으로 IMF 사태를 막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 다니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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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하든 하지 않든 이 영화는 만들어져야 했고, 정말 잘 만들어져야 했다."
이 한 마디로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 담긴 배우 김혜수의 마음을 잘 알 수 있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를 극화한 작품이 자칫 부담일 수 있었고, 아직까지 다뤄지지 않은 소재인 만큼 확신 또한 없었을 텐데 그는 뛰어들었다. 그가 맡은 한국은행 통화정책 팀장 한시현은 그렇게 영화 안에서 국가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래서였을까. 완성된 영화가 처음 공개되는 지난 19일 김혜수 역시 기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영화를 봤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대교에서 한 가장이 뛰어내리는 장면, 그리고 갑수(허준호)의 친구가 구치소에 갇혀서 내 새끼 어떡하냐며 울부짖을 때, 그리고 한시현의 마지막 장면에서 울컥했다"고 김혜수는 당시 감정을 설명했다.
여성의 영화 아닌 신념의 영화
국가 부도 예상일 일주일 전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시현을 위시해 위기를 막아보려는 쪽, 방관하며 판을 자기 의도대로 주무르고 싶어 하는 고위 공직자 쪽, 이 틈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쪽,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거리로 나앉게 된 시민까지. 영화는 이 네 그룹을 교차해 보여주며 관객에게 일종의 어떤 메시지를 던진다. 결말 역시 우리가 다 아는 것과 같다. 우울하고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를 온몸으로 떠안은 김혜수는 차근차근 <국가부도의 날>이 탄생해야만 했던 이유부터 전했다.
"그때 직접 피해를 받은 분들 말고 누가 그 심경을 정확히 알 수 있을까. 건너서라도 피해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던 때였다. 또 어른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우리 집안의 일일 수도 있다. 영화는 상상력을 발휘한 거지만 그때 협상 내용을 나중에 보니 정말 충격적었다. 내가 알던 게 뭐였지? 그땐 정말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는 걸 실감했다. 실제 IMF와 협상 내용은 어마어마했고, 그 협상으로 지금의 성인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다. 우리 사회를 변하게 한 분기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그렇게 사람 좋던 갑수(허준호)가 20년 후 변한 모습을 보고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언론 시사가 끝나고 지인들이 메시지를 보낸 걸 보니 다들 (IMF에 얽힌) 각자의 사연이 있더라. 똑같진 않아도 공통적인 어떤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조카가 초등학생인데 영화를 보기 전에 IMF 사태에 대해 찾아봤다더라. 보고 나서 재밌다고 말해주는데 이모가 나오는 영화가 반가웠는지 예고편 대사를 다 외우고 있더라(웃음).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제작진에게 정말 잘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니 끝까지 영화를 놓지 않은 제작진의 노력이 보이더라. 정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