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채복: 두 사람의 노래> 스틸 컷
남승석
영화는 30여 년 전 부부가 겪은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편지)을 통해 이들의 현재를 바라본다. 지금은 담담해 보이는 부부의 삶 이면에는 1980년대 대학시절과 노동운동, 구치소에서 보낸 시간이 자리하고 있다.
하동이 당시 노동자들의 고달픈 삶에 대해 인식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새까만 기름에 찌들고 먼지를 뒤집어쓴 형의 모습을 보게되면서다. 그 전까지 하동의 기억 속에는 말쑥한 차림으로 출퇴근을 하던 형의 모습이 자리 잡고 있었다. 채복 또한 당시 공장지대였던 구로동 성당의 학생회를 통해 어두운 사회상과 열악한 여성노동자들의 슬픈 현실을 알게됐다.
그때부터 두 사람의 청춘은 젊음과 낭만, 좋은 직장에 대한 욕구보다 시대를 향한 고민으로 가득찬다. 두 사람은 인권신장과 노동운동을 하면서 암흑 같은 시대를 함께 고민했다. 또 독재타도와 민주화를 외치고 열망하면서 서로를 향한 애틋함도 커져만 갔다.
보안사요원에게 검거되어 구치소에서 쓴 편지에는 어머니와 가족,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가 담겨 있다. 그 편지에서는 현재를 감각하고 기대하는 모습도 묻어난다. 30년 전 편지를 읽는 부부의 모습에서는 가끔씩 망각과 민망함, 아픔이 묻어나고 어두운 시대적 상황에 당당하게 맞섰던 보람도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