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SBS
SBS의 항변은 정당한가
지난 7월 1일, 300인 이상 언론사에 허용된 주 최대 노동시간이 68시간으로 제한됐기 때문에, 사망 스태프의 직전 노동시간이 76시간인지 64시간인지 따져보는 게 언뜻 중요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중 요인과 '주 최대 52시간/68시간 노동'의 셈법을 따져보면, 그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고용노동부는 산업재해 대상이 되는 질병이 발병하기 직전 최근 12주 동안 1주일 평균 60시간(4주 평균 64시간)이 넘으면 만성과로기준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여기엔 가중요인도 있다. ①근무 일정 예측 곤란 업무 ②교대제 업무 ③휴일 부족 업무 ④유해한 작업환경(한랭, 온도변화, 소음) 노출 업무 ⑤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⑥시차가 큰 출장 업무 ⑦정신적 긴장 수반 업무 등이다. 주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더라도 가중 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될 경우 과로라고 보고, 야간업무는 주간 근무에 30% 가산도 한다. 드라마 스태프의 경우, 가산 요소에 대부분 해당된다.
또, '주 68시간 이상 초과 금지'라는 것은, 한 주 노동 시간이 최대 68시간 미만이기만 하면 상관없다는 뜻이 아니라, 하루 8시간 이상의 초과 노동이 한 주에 12시간을 넘길 수 없다는 말이다. '주 52시간'은 주 5일 근무에 맞춰 하루 8시간씩 총 40시간에 최대 연장 근무 시간 12시간을 더한 값이고, '주 68시간'은 하루 8시간씩 주 7일에 최대 연장 근무 시간 12시간이 더해진 값. 만약 월요일과 화요일에 각각 13시간(8+5)을 촬영하고, 하루 휴차 후 목요일에 10시간(8+2) 촬영했다면, 남은 금/토/일 3일간은 8시간 이상 촬영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현재 방송사/제작사의 노동 환경 개선책은 대부분 '하루 15시간 이상 촬영 금지'에 맞춰져 있다. 하루 15시간 이상 촬영하지 않고, 넘을 경우 익일 휴무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인데, 이 정도로는 개정된 노동법이 제한하는 주 68시간(2019년 7월부터 52시간) 기준도 지킬 수 없을 뿐더러, 여전한 '초 장시간' 노동이다. 법이 개정됐어도, 방송 스태프 대다수가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되어 있어 법 사각지대에 놓여있기 때문에 나온 미봉책인 것이다.
하지만 김유경 노무사는 "방송 스태프들을 근로기준법과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볼 것인지 아닌지는, 계약 형태가 아닌 노동 형태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태프들은 출퇴근의 제약을 받고 있고, 제작사의 스케줄에 따라 근무하고 있으며, 연출자 등으로부터 업무의 지휘와 감독을 받고 있다. 이러한 노동 형태로 볼 때, 스태프들이 제작사, 혹은 도급업자('오야지'라 물리는 파트장들)와 어떤 형식의 계약을 맺었든, 혹은 맺지 않았든, 모두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