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엘이 싱가포르 무대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
씨엘 인스타그램
가수가 무리하게 살을 빼면 노래를 잘 할 수가 없는데, 무대 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살을 빼야 한다는 이 모순적인 현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에 가수 씨엘이 실시간 검색어에 하루 종일 오른 일이 있었다. 도박 연예인과 나란히 검색어 1,2위에 있어 무슨 일인가 했더니 공항 출국 모습이 전보다 후덕했던 것이 문제였다. 전에 비해 살이 쪘다고 하루 종일 '체중 증가, 후덕, 건강 이상설' 등의 별별 말로 뉴스가 쏟아지고, 여기에 대중들의 품평까지 더해져 검색어 2위라는 결과가 만들어졌다. 이처럼 연예인 살이 쪘다고 기사가 쏟아지고 비난을 받는 이상한 일들은 너무도 많아서 다 언급할 수 없을 정도이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에게 마른 몸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이 높아져 살찐 연예인에 대한 기사나 댓글이 있으면 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그런데도 왜 사회적 분위기는 변하지 않는 걸까. 왜 여전히 연예인이 살이 쪘다고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걸까.
한편, 누군가의 몸매가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것은 괜찮은 건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신이 내린 몸매, 명불허전 콜라병 몸매, 군살 제로 극세사 몸매' 등의 단어로 몸매를 칭찬하는 기사는 굳이 찾지 않아도 매일 볼 수 있다. 이런 기사들이 너무도 익숙해서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잘 먹고 성대 관리를 해야 하는 가수에게 살이 쪘다고 비난하는 것과 사회를 보러 온 아나운서의 몸매에 대해 칭찬하는 것은 다른 일인가. 전자는 비난받아 마땅한 기사이고, 후자는 문제없는 기사인가. 노래를 하는 사람이든, 사회를 보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언제나 몸매나 외모로 평가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일인가.
우리 사회는 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것에 관대하다. 특히 외모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 마음에도 없는 빈말로도 많이 한다. "미인이시네요. 몸이 참 좋으시네요. 피부가 참 좋으시네요" 등등.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인 평가라도 평가는 평가이다. 평소에 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해 평가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는 다른 사람이 살이 찌거나 얼굴이 달라졌을 때도 평소와 같이 평가할 수 있고 비난도 할 수 있다. '혹시 건강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 살만 빼면 예쁠 텐데, 안타까워서.' 등의 제각각의 이유를 들며 남의 외모를 평가하고 비난하고 조언한다.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 계속 제기되는데도, 에일리의 눈물이나 씨엘 논란과 같은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는 것은 외모에 대한 비난만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인식이 문제는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내용과는 상관없이 외모만을 강조하는 기사들, 못생긴 사람을 희화화하는 개그 프로그램, 포토샵으로 만든 비현실적인 외모를 전시하는 사진들 이 모든 것들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외모지상주의 문화의 문제는 인류에, 사회에, 세계에 중요한 문제보다 한 여배우의 누드 셀카에 더 많은 관심을 쏟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연예인의 체중보다 성형시술보다 중요한 일들이 더 많다. 맛있는 음식 먹고 체중이 증가한 건강한 연예인 걱정하지 말고 좀 더 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보내보자.
특히 여자연예인의 외모에 대해 엄격한 분위기 속에서 더 이상 다이어트에 신경쓰지 않고 노래를 열심히 하겠다는 에일리의 선언과 살쪘다고 건강이상설까지 나오는 이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싱가포르에서 멋진 무대를 보여준 씨엘을 응원한다. 이들의 건강한 몸에서 나오는 건강한 음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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