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 프랑스-크로아티아 경기7월 16일 오전 0시(한국시각) 러시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결승전 프랑스-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4-2로 이긴 프랑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PENTA-연합뉴스
점유율 축구의 강자로 꼽히는 스페인이나 독일의 조기탈락을 비롯하여 이번 대회 내내 점유율에서 앞선 팀들이 정작 승부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공을 점유하기 위해 무리하게 앞으로 전진하기보다는 자기 진영에서 최대한 상대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고 기다린다. 그렇다고 무조건 지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패스 미스나 실수가 나오면 최대한 빠른 속도와 패턴으로 상대 골문까지 전진하는 '빠른 공수전환'이야말로 이 전술의 가장 큰 핵심이었다.
지난 대회와 비교하여 세트피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모든 선수들이 공격과 수비에 가담할 수 있는 세트피스는 강팀과 약팀을 막론하고 월드컵 같은 단기전에서 가장 효율적인 득점 루트이자 팀플레이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서는 무려 69골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오면서 역대 월드컵 중 단연 최다 기록을 세웠다. 특히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12골 중 9골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뽑아내며 단일팀 월드컵 세트피스 최다골 기록을 수립했다. 각 팀들도 이번 대회에서 세트피스를 통한 득점루트를 발굴해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며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세트피스 전술이 빛을 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실리축구의 득세는 자연히 언더독들의 반란으로 이어졌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사상 최초로 결승전에 진출한 크로아티아는 16강부터 준결승까지 3연속 연장 승부와 역전승이라는 진기록을 남겼다. 특유의 '짠물 수비'로 8강까지 진출한 스웨덴이나 러시아도 우승후보와는 거리가 있는 팀들이었다. 상대적인 약팀들이 강팀을 상대로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대회였다.
세대 교체 않은 팀 몰락, 미드필더 영향력 두드러진 대회조별리그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이란-아이슬란드, 거함 독일을 침몰시킨 한국 등도 강력한 수비를 통해 약팀이 강팀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모범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심지어 우승국인 프랑스나 3위를 차지한 벨기에 같은 전통의 강팀들조차 단판승부인 토너먼트에서는 상황에 따라 점유율보다 수비와 역습에 무게를 둔 안정적인 경기운영으로 승리를 챙긴 경우가 많았다.
탄탄한 '황금세대'의 구축은 이번 대회에서 성공을 거둔 강팀들의 공통점이다. 이번 월드컵은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 등 개인능력으로 승부를 좌우하는 슈퍼스타들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안정적인 공수밸런스를 유지한 '원 팀'들이 강세를 보였다. 4강에 오른 프랑스, 벨기에, 잉글랜드, 크로아티아는 모두 자국 역사상 손꼽히는 황금세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프랑스와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 선수단 평균연령이 26세로 출전국 중 가장 어린 편에 속할만큼 과감한 세대교체가 돋보였다. 반면 4년 전에 비하여 선수단 구성에 크게 변화가 없었거나 30대 이상 노장 선수들의 비중이 높았던 독일, 아르헨티나, 브라질, 스페인 등 전통의 강호들이 대거 몰락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