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의 한 장면.
코리아스크린
전편과 마찬가지로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에서도 선과 악의 경계선은 모호하다. CIA, 멕시코 경찰, 마약 카르텔 등에서 정의란 구분은 무의미할 뿐이다. 모두가 서로 죽이려는 암살자(시카리오)이기 때문이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더러운 임무를 수행하는 맷은 미국의 어두운 얼굴과 다름없다. 그는 국가 안보를 위한다는 핑계로 납치, 고문, 살인 등 불법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맷의 부대가 벌이는 작전은 미국이 국제 사회에 개입하는 방식 그대로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의 마지막은 절망 그 자체였다. 반면에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희망을 엿본다. 그 중심엔 전편의 케이트처럼 살인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을 목격하는 이사벨라가 위치한다. 이사벨라는 아버지, 알레한드로, 맷, 바꾸어 말하면 과거 세대가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똑똑히 본다.
영화는 변화하는 이사벨라를 빌려 도덕성을 서사에 새긴다. 맷과 알레한드로는 자신들이 시작한 마약 전쟁의 한복판에서 이사벨라라는 도덕적 딜레마와 직면한다.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했던 알레한드로와 전쟁을 벌이는 데 혈안이었던 맷은 내면에 있던 도덕성을 발견하게 된다. 희망은 그렇게 싹을 틔운다.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분명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만큼 뛰어나지 않다. 그러나 전작의 그림자만 지운다면 액션의 재미와 스릴러의 완성도에서 부족함이 없다. 오늘날 미국이 처한 불법이민과 테러리즘 문제를 이야기하는 시의적절함과 이것을 장르 안에서 잘 풀어내는 슬기로움도 겸비했다. 미국 정부를 향한 비판의식도 돋보인다.
<시카리오> 시리즈는 처음부터 3부작으로 계획되었고 프로듀서 트렌트 럭킨빌에 따르면 현재 3편 제작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3편에서 알레한드로와 맷은 어떤 미래를 보여줄까? 테일러 쉐리던이 쓴 국경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 궁금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