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용 KBS 아나운서(왼쪽)와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
KBS 제공
KBS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초롱이' 이영표를 메인 해설위원으로 영입했다. 선수로서의 경력은 나무랄 데 없지만 은퇴 후 대중들에게 입담을 과시할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기대치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영표는 당시 스페인의 몰락을 정확히 예측하고 날카롭고 예리한 분석을 통해 '문어영표'라는 별명을 얻으며 KBS의 시청률 1위를 이끌었다. 한국축구는 실패했지만 KBS는 이영표로 인해 웃을 수 있었다.
이영표는 브라질 월드컵 이후에도 주요 국제대회마다 KBS의 축구 해설위원으로 활약했고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도 KBS의 메인 해설위원으로 나섰다. KBS는 월드컵 개막 전 '볼쇼이영표쇼'라는 축구 예능 프로그램을 특별 편성해 월드컵을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여기에 부상으로 아쉽게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이근호(울산 현대)가 특별 해설위원으로 합류하면서 현역 선수의 시각에서 보는 다양한 정보와 어색한 연기(?)로 신선한 재미를 주고 있다.
이미 해설위원으로 한 차례 월드컵을 경험했던 이영표는 이번 대회에서도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스웨덴전에서 90분 내내 체력과 스피드, 그리고 뒷공간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은 '유효슈팅 0개'라는 결과처럼 만족스러운 경기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영표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마음의 준비는 충분한데 체력적인 준비는 충분하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멕시코전에서도 이영표 해설위원의 '어록행진'은 계속됐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멕시코전을 앞두고 "국가대표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실수'가 아니라 '실수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라며 자신감을 강조했다. 경기 후 많은 논란이 된 장현수(도쿄FC)의 태클 장면에서는 "저 상황은 크로스나 슈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좁혀 주는 것이 최선의 수비"라며 "선수 개인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지금은 태클을 하지 말았어야 할 장면이었다"라고 일침했다.
축구팬들에게 이영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전 박지성의 골과 이탈리아와의 16강전 안정환의 골든골을 어시스트해준 장면이 상징처럼 새겨져 있다. 하지만 이영표는 PSV 아인트호벤과 토트넘을 거치며 네덜란드리그와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름을 떨쳤던 측면 수비수 출신이다. 독일전에서도 한국팀이 독일에 끌려가는 경기를 할 확률이 높은 만큼 수비수의 시각에서 냉철하고 예리한 해설을 듣고 싶다면 이영표가 마이크를 잡는 KBS를 선택할 것을 추천한다.
[MBC] '프로 예능인' 안정환이 '판타지 스타' 축구인으로 돌아가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