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 드라마 <슈츠>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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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3화와 4화에서는 재판이 열리기 전에 양쪽 당사자와 변호사가 법정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장면이 나온다. 재판 직전에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한 이들은 판사 얼굴도 보지 않은 채 유유히 법정을 빠져나간다. 이런 광경은 극히 이례적이고 더 나아가 거의 불가능하다.
우선, 재판 전 법정에는 보통 여러 사건의 당사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한 팀만의 오붓한(?) 시간과 공간이 잘 마련되지 않는다. 보통 1개의 법정은 1개의 재판부가 하루를 쓰는데, 오전과 오후에 빡빡한 일정으로 수십 건의 사건을 배치한다. 예컨대 10분~30분 단위로 재판이 계속 열리게 된다. 따라서 법정에는 현재 재판중인 당사자 말고도 적지 않은 당사자와 변호사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 번 열린 법정은 조용할 틈이 별로 없다.
또한, 하루 중에서 재판이 장시간 진행되지 않는 경우나 휴정기간에는 법정을 아예 열어놓지 않는다. 설사 법정을 열어놓는다 하더라도 법정질서를 중시하는 법원에서 수많은 사건 중에서 한 사건의 당사자들만을 위해 터놓고 이야기하도록 배려를 해주기 어렵다. 법정에선 다음 재판 준비를 위해 법정경위나 참여관, 실무관 등 직원들이 업무를 하기도 한다.
법원 권위를 빌리기 위해서였을까. 변호사나 당사자들이 판사도 없는 법정에서 자기들끼리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다 합의에 이른다? 한국 법정에선 좀처럼 일어나기 힘들다.
법원 조정은 법정인 아닌 별도 조정실에서 진행다만, 법원이 나서서 설득하고 조정하는 경우는 많다. 법원은 당사자들의 요청이 있는 경우, 이혼, 가족사건, 그 외에 판결보다 화해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사건을 조정절차로 넘긴다. 이때는 법정이 아닌 조정실에서 편안한 분위기로 재판을 한다. 여기서는 1개의 사건만을 놓고 판사가 원고, 피고, 변호사가 모인 가운데 필요한 경우 조정위원까지 불러서 조정을 진행한다. 1시간 이상이 걸릴 때도 있다. 특히 이혼사건은 당사자간의 감정이 중요하고, 자녀 친권, 재산분할, 양육문제 등이 걸려 있기 때문에 조정 시도를 원칙으로 한다.
'최선의 판결보다 최악의 조정이 낫다'는 말이 있다. 법원에서도 판결보다 조정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참고로 조정으로 사건이 끝나면 법원은 소송비용(인지대)의 절반까지 환급해주기도 한다.
드라마처럼 민사소송이나 이혼소송을 제기한 후에 당사자끼리 합의가 이뤄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 그만일까. 그건 깔끔한 처리가 아니다. 법원으로서는 당사자끼리 합의를 했는지 알 수도 없고, 설사 안다고 하더라도 임의로 재판을 중단할 수가 없다. 이때는 소송을 낸 쪽(원고)이 상대방(피고)의 동의를 얻어서 소취하서를 제출하는 게 가장 좋다.
만일 취하를 하지 않으면 법원은 재판기일을 열 수밖에 없다. 원고와 피고가 1회 불출석하면 다음 기일을 정하고, 2회에도 불출석하면 소송을 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본다. 이것을 취하간주라고 한다. 이때부터 또 한 달이 지나야 사건이 완전히 종결된다. 그러니까 그 전에 취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변호사 선임해도, 법정에 나와야 할까한 가지 더, 4화를 보자. 항공사 대표의 이혼소송에서 변호사와 당사자들이 전부 법정에 나와 있다. 실제 이혼 재판에선 이런 광경을 보기 힘들다. 드라마 속 부부처럼 양쪽 모두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변호사만 출석하기 때문이다. 당사자끼리 대면하는 껄끄러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변호사가 있으면 당사자는 재판에 나가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을까. 이혼재판,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은 어떻게 다를까. 이 이야기는 다음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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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