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스틸컷두 캐릭터의 대립은 시대상을 반영하면서도 이상적인 여성상을 보인다.
20세기폭스코리아
'낭만', '동경', '소거'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겠지만,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은 결국 '사랑'으로 귀결되는 영화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인용하자면, 사랑은 결국 자신의 언어와 사고의 한계 지점에서 멈춰서 표현된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말로 표현하기엔 부족할 '사랑'이라는 단어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그려낸다. 물처럼 특정한 형태가 없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 하지만 그 어디에나 존재하여 우리를 감싸고 있는 것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구현한다. 1950년대 영화의 낭만, 차별 받고 존재 자체를 거부당하던 사람들에 대한 연민, 존재의 본질을 바라보며 강렬하게 이끌리는 두 존재에 대한 무한한 사랑까지. 이 영화는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영화다.
어쩌면 이 영화는 차별과 혐오가 다시 만연해지려는 이 시대에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는지 모른다. 인종-성차별의 스피커가 커져가는 듯한 요즘, 이런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응축시켜 아름다운 잔혹동화를 만들어냈다. 그는 훌륭한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훌륭한 동화작가다.
영화 속 스트릭랜드를 다시 주목해 본다. 그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만족스럽지 못한 현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청록색을 미래의 색으로 생각하며 청록색의 최신형 캐딜락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두 존재인 엘라이자와 괴생물체가 사랑하는 장면을 다시 보면,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물은 청록색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사랑의 색은 그렇다. 스트릭랜드가 소변을 보고 거울을 보는 화장실조차도 사실은 청록색 벽으로 둘러싸고 있듯이, 사랑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 형태가 분명하지 않으나 서로를 강하게 원하는 두 존재가 만났을 때엔 그 형태가 뚜렷하게 보이며 그들을 포근히 감싼다. 청록색으로 둘러싸인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씬에 등장하는 빨간색으로 사랑의 본질을 더욱 부각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