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작업하고 있는 조경인 아이스메이커 매니저. (조경인 매니저 본인 제공)
조경인
아이스메이커는 썰매 경기장에서 핵심 인력이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들이 있기에 썰매 경기가 존재하고 운영된다고 할 정도다. 한국은 이번 동계올림픽으로 평창에 사상 첫 썰매 경기장을 갖게 됐다.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가 생기기 전 한국에는 썰매와 관련한 어떠한 인력도 장비도 갖춰지지 않은 그야말로 '황무지'였다. 선수들이 아스팔트 위에서 스타트 훈련을 하고 일본으로 전지훈련을 가야만 했던 일화는 이제는 너무나 유명하다.
평창을 앞두고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와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등 관련 부처들은 썰매 경기장에 필요한 아이스메이커 인력을 모집했다. 그리고 캐나다,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썰매 관련 전문 인력을 많이 보유한 동계올림픽 강국들로부터 기술 인력을 초빙해 아이스메이커를 양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아이스메이커는 썰매경기(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가 열리는 슬라이딩 센터 약 1.8km의 얼음을 모두 관리하는 직업을 뜻합니다. 주 업무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선수들의 훈련과 대회 전 냉각 파이프가 매설된 트랙의 콘크리트에 물을 뿌려 4~5cm 두께의 얼음을 만드는 '초기 제빙작업', 둘째 충분한 두께의 얼음을 제작한 후 스크래퍼라는 칼날의 각도를 조절해 썰매의 안전한 주행을 위해 얼음을 깎아 모양을 만드는 '스크래핑 작업', 셋째 훈련이나 경기 전 썰매 주행에 방해가 되지 않게 트랙 위의 눈이나 얼음 등 이물질을 청소하고 호스를 이용해 물을 뿌리는 '청소작업', 넷째 썰매 주행 후 손상이 있는 구역의 얼음을 건축에서 미장하듯이 얼음 슬러시를 만들어 손칼이나 삽으로 손상된 얼음을 메우는 '슬러싱 작업'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국내에 아이스메이커는 조 매니저를 비롯해 총 6명. 평창을 계기로 국내에 첫 썰매경기장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로 아이스메이커는 이들이 한국 역사상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조 매니저는 "각자의 출신 지역, 배경, 나이, 관심사, 성격까지 천차만별이지만 '올림픽 성공개최'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몸은 힘들지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밝게 웃었다. 대회 기간에는 해외 트랙 전문가들이 방한해 이들과 함께 하지만, 그 외 기간은 모두 이들 6명이 알펜시아 트랙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의 일과는 매일 스케줄에 따라 다르지만, 그 옆에는 항상 얼음이 따라다닌다. 출퇴근지는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다.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훈련 스케줄이나 대회 일정에 맞춰 저희 일과가 정해집니다. 국가대표 훈련이 가장 자주 있는데 이 경우에는 출근 후 트랙 출발 지점부터 종료 지점까지 트랙을 걸으며 정비가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고 회의를 통해 각자 구역별로 필요한 장비를 챙겨 작업 영역을 나눕니다. 훈련시간 30분 전부터 트랙 상단부와 하단부로 청소 조를 나눠 빗자루, 삽, 송풍기를 이용해 트랙 위 이물질을 청소하고 호스를 코너별로 위치한 수전(water hydrant)에 연결해 얼음 위에 물을 뿌려 대회와 동일한 수준의 얼음 상태를 선수들에게 제공합니다. 훈련 종료 후에는 스크래핑 및 슬러싱 작업으로 손상된 얼음을 복구하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일과를 마칩니다."황무지에서 꽃 피운 '배움의 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