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대결을 펼친 마이클 만 감독의 고전 <히트>가 22년만에 재개봉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알 파치노, 그리고 로버트 드 니로.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명배우다. 두 배우가 뿜어내는 엄청난 연기 내공은 보는 이들을 단숨에 압도한다.
두 사람은 마이클 만 감독의 1995년작 <히트>에서 숨막히는 연기대결을 펼쳤다. 이 둘은 1974년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 속편에 함께 출연한 바 있었다.
이 작품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젊은 시절의 비토 콜레오네를, 알 파치노는 전편에 이어 또 다시 마이클 콜레오네로 분해 명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대부> 속편의 시간적 구성 탓에 두 배우를 한 프레임에서 볼 수는 없었다. 따라서 두 배우가 제대로 연기력을 겨룬 작품은 <히트>가 유일하다. 여기에 발 킬머, 톰 시즈모어, 존 보이트 등 쟁쟁한 조연들이 두 사람의 연기 대결을 받친다. 애슐리 주드와 나탈리 포트만의 풋풋했던 모습을 보는 건 또 하나의 묘미다.
이 작품은 9일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첫 개봉 이후 22년 만의 재개봉이다. 개봉 당시엔 30분 분량이 잘려 나간 채 영화관에 걸렸는데, 이번엔 잘려나간 분량을 복원해 상영한다. 상영시간은 171분. 두 배우의 팬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크나이트>에 영감 준 액션신 이 작품은 오프닝부터 심상치 않다. 주인공 닐 맥컬리(로버트 드 니로)는 다른 팀원들과 손발을 맞춰 현금수송 차량을 노린다. 호송 담당 직원은 강도를 당하자 긴급 구조신호를 보낸다. 이제 80초 후면 지원병력이 도착한다.
닐 일당은 아주 치밀했다. 다른 물건엔 손도 대지 않고, 오직 돈세탁 업자 로저 반 잰트(윌리엄 피츠너)의 무기명 채권만 노린다. 현금은 추적 당하기 쉬운 반면, 돈세탁 업자의 무기명 채권은 즉각 현금화가 가능해서다. 또 범행을 저지를 때 80초에 타이머를 맞춰놓고 작업에 들어간다. 그리고 1초의 오차도 없이 일을 끝낸다.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이 시각 LA경찰국 강력반장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는 아내와 사랑을 나눈다. 그러다 현장 상황을 점검한 뒤 본능적으로 프로의 솜씨임을 직감한다. 이때부터 빈센트 한나와 닐 맥컬리의 대결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은행 총격신이다. 닐 맥컬리 일당은 LA시내 극동은행에 1200만 달러 가량의 현금이 모인다는 정보를 손에 넣는다. 이에 이 은행을 털기로 뜻을 모으고 수일 전부터 물밑 작업을 벌인다. 한나는 닐의 동선을 추적하면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그러다 이들의 범행대상이 극동은행이란 첩보를 입수하고 즉각 출동한다. 이내 현장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그야말로 숨막히는 접전을 벌인다.
닐 맥컬리 일당과 한나 반장 사이의 총격신은 10여 분 넘게 이어지는데, 실제 상황처럼 느껴질 정도로 박진감이 넘친다. 이 대목은 마이클 만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히트>의 총격신은 이후 많은 액션영화에 영감을 불어 넣었다. 한 예로 <배트맨 리부트 - 다크나이트>에서 조커 일당이 은행강도 행각을 벌이는 오프닝 신은 카메라의 움직임, 장면 구성, 범행 방식 등이 <히트>와 유사하다. 심지어 조커 일당에 맞서는 은행 매니저를 맡은 배우가 <히트>에서 로저 반 잰트로 분한 윌리엄 피츠너였다. 여러모로 <다크나이트>의 오프닝신은 <히트>의 오마주(프랑스어로 '경의, 존경'을 뜻하는 말로, 영화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의 업적이나 재능에 경의를 표하는 것 – 글쓴이)인 셈이다.
실제 <다크나이트> 연출자인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국에서 열린 개봉 20주년 기념 상영회에 진행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놀란은 이때 "내 영화 <다크나이트>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리고 비주얼적으로 참조한 영화가 바로 <히트>"라고 밝혔다.
복원된 30분, 그 속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