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자카렐리 안코드
이희훈
안코드가 만난 파비오라는 사람은 사실 피렌체 시민들이 아끼고 사랑하던 유명 인사였다. 부유한 집안이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노숙을 택했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던 인물이었던 것. 안코드는 "노숙자 생활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인생의 가치가 진짜 뭔지를 그를 통해 묻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그 이후로 안코드는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버스킹을 통해 번 돈으로 전 세계를 돌기 시작했다. "하기 싫은 건 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며 살자." 이런 결심을 하던 차에 일본인 아버지가 위급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일본에 잠시 머물다 이웃 나라인 한국을 당시 여자 친구와 함께 찾았다. 부산에서의 버스킹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겨울엔 호주에 가거나 영국에 가족을 보러 가기도 했고, 한국은 그냥 내가 떠돌던 나라 중 하나였는데 어쩌다 보니 이곳에서 뭔가를 하고 싶은 결심을 했다. 한국인 친구가 결혼식 축가를 부탁해서 했고, 아리랑TV에 섭외가 돼서 6개월 간 진행을 하기도 했다. 버스킹 공연과 내가 기획한 공연이 매진되는 걸 본 한 기획자가 큰 콘서트를 제안했고, 같이 기획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다."사실 안코드는 마음만 먹으면 더 이른 시기에 방송을 통해 유명해질 수도 있었다. 지금의 소속사가 2014년 8월 경 <비정상회담> 첫 번째 시즌이 한창 떴을 무렵 방송에 출연하자고 제안한 것. 줄리안, 일리야 등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방송인이 다수 소속된 곳이라 크게 걱정할 건 없었다. "근데 유명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거절하고 해외를 오가면서 버스킹을 계속 했지"라며 그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회사와 계약을 맺은 건 최근의 일이다. 마음이 바뀐 걸까? "음악을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그가 답했다. <비정상회담2> 등 방송 출연을 하기 시작한 것도 "유명세를 위한 게 아닌 본인의 음악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안코드는 "음반 활동을 위한 과정이지 그 자체에 목적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음악에 대한 그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는 사연 하나. 올해 봄 신촌에서 동료 탁보늬(바이올린), 태보고(색소폰)와 공연 중일 때 대선 후보로 나선 안철수와 마주친 것. 지지자들과 캠프 관계자들이 그의 공연장 주변에 나타나 일대가 한창 시끄러워졌고, 공연을 중단하고 돌연 안코드는 안철수를 무대로 불러 함께 노래 부르기를 제안했다. 후보자 연설을 자신의 공연 일부로 만든 것.
"그건 내 공연이었다. 사람들이 내 노래에 몰입하는 와중에 그 분이 와서 방해한 거였다. 진짜 난 매일 목숨 걸고 공연한다. 매일 전쟁을 치르며 준비하는 공연인데 무대 옆에서 사람들이 '안철수! 안철수!' 외치는 거야. 그래서 볼륨을 더 키워 그를 불렀고, 내 노래 '헤븐(heaven)'을 부르자고 한 거지. 안철수 지지자 분들도 같이 부르게 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