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나인필름
결국, 테이블의 형체는 단조로워 보여도 거기서 꾸려지는 이야기는 무미건조할 수가 없다. 평범한 사물의 일상화, 거기서 사람을 탐구하는 영화의 얼개는 어느 날 햇살이 비추는 아침에서 시작한다. 인적이 드문 이른 아침, 스타 배우로 발돋움한 유진(정유미 분)은 전 남자친구 창석(정준원 분)을 그 어느 카페 테이블에서 재회한다.
대화는 내면이 아닌 외면을 향한다. 창석은 유진의 그 자체 모습보단, 스타로 가꾸어진 이미지에 집중한다. 창석에게 중요한 것은 유진의 생각이 아니라 자기가 세워놓은 유진의 이미지에 대한 확인이다. 창석의 관심은 유진을 둘러싼 떠도는 지라시 소문이 진정 사실인지에 쏠려있다. 유진은 창석에게 TV에 나오는 건 이미지라고 밝혀두지만 창석은 브라운관이 제공하는 유진의 이미지에 미련을 거두질 않는다.
이는 유진의 소문과 과거에 대한 창석의 집착으로 이어지고 유진을 이미지의 도구화로 삼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런 창석의 태도에 혀를 찰 법하지만, 내면에 모종의 이미지를 만들어놓고 그 이미지가 자기 생각과 부합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회의와 의심을 감행하는 사람의 현실을 우회적으로 잘 풀어낸 것이다. 이렇듯 영화는 사람 간에 오가는 대화의 섬세함에 주목하면서 사람의 불완전성을 상기해준다.
영화는 오전과 오후, 저녁 시간대를 나눠 조명하는 인물을 달리한다. 유진과 창석이 떠난 자리에 경진(정은채 분)과 민호(전성우 분)이 오더니 사랑을 두고 회의와 믿음에 대한 약간은 어설픈 얘기를 주고받는다. 오후가 되자 사기 결혼을 꾸미는 은희(한예리 분)과 숙자(김혜옥 분)이 같은 테이블에 와서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전작에 이은 묘사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