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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을 부정하는 방법... 뜨거운 감성 대신 차가운 이성

[리뷰] 영화 <나는 부정한다>로 역사를 대하는 태도를 되짚다

17.08.08 11:57최종업데이트17.08.0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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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캐스트

거짓의 승리를 막기 위해, 그리고 진실이 침묵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정 공방. '홀로코스트'라는 역사를 가운데에 두고 이를 왜곡하려는 자와 그걸 막으려는 자의 파열음은 그리 짜릿하지도, 그렇다고 장르적 쾌감을 느끼기도 어려워 보인다. 법정 내의 치열한 싸움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날렵한 잽보다 묵직한 훅을 날리기 때문에.

정치적인 목적으로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려는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폴)의 주장에 맞서려는 립스타드 교수(레이첼 와이즈)는 역사의 산증인들을 앞세워 그의 역사 왜곡을 증명하려고 하나, 변호사 리처드 램프턴(톰 윌킨슨)과 그의 동료들은 그녀를 막아 세운다. 감정적으로 대처할 것 같은 우려를 미연에 방지한 것이다. 그리고 이 싸움은 이미 개인 간의 소송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세상의 이목이 쏠리기 시작한 것이다.

역사는 신중히 대해야 한다. 종종 팩트라는 단어로 포장된 역사는 그 탄생과 생존과정이 정치적으로 연관된 경우가 몇몇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역사를 왜곡하려는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폴)은 그 역사에 거짓 포장지를 씌우려고 한다. 법정의 방청객도, 법정 싸움을 지켜보는 이들 모두 홀로코스트가 사회적으로 통용된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그 허점을 파고들었다. 대부분 뜨거운 신념으로 역사를 품에 안은 이들의 허점 말이다.

㈜티캐스트

영화는 진실이 승리하는 방법이 뜨거운 감성 대신 차가운 이성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끈 건 립스타드가 아닌 변호사 리처드 램프턴이다. 그는 독어를 공부하여 독일 학술서를 찾아보고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방문한다. 처절한 역사를 목격하면서도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른 채 수용소와 가스실의 구조를 파악한다. 수용소에 도착하면서도 애도를 표하지 않는 것에서 그가 이 재판을 대하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감정을 배제하고 철저히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했던 리처드 램프턴은 어빙이 내세운 팩트의 허점을 찌르고, 모순을 끊임없이 공격함으로써 그의 거짓이 정말 거짓이라는 걸 밝히고야 만다.

실제로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끈 건 립스타드가 아닌 변호사 리처드 램프턴이다. 그는 독어를 공부하여 독일 학술서를 찾아보고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방문한다. 처절한 역사를 목격하면서도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른 채 수용소와 가스실의 구조를 파악한다. 수용소에 도착하면서도 애도를 표하지 않는 것에서 그가 이 재판을 대하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감정을 배제하고 철저히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했던 리처드 램프턴은 어빙이 내세운 팩트의 허점을 찌르고, 모순을 끊임없이 공격함으로써 그의 거짓이 정말 거짓이라는 걸 밝히고야 만다.

끝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 그것이 역사다. 어빙 또한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연구했듯이 말이다. 뜨거운 신념만으로는 진실을 지켜낼 수 없다. 우리는 그저 지난 역사를 신념만으로 지키려고 하지는 않았는가. 영화의 장르적 쾌감은 덜하겠지만, 여운은 묵직하다.

<나는 부정한다>는 진실을 수호하는 게 뜨거운 감성이 아닌 차가운 이성이라고 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건의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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