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즈 음원 재킷 <비도 오고 그래서>
CJ E&M
삼복더위에 발라드곡이다. 뭔가 대단한 마케팅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 정도면 곡의 어느 지점이 대중을 열광케 하고 있는지 분석할 가치가 있다. 하여 이어폰을 꽂고 매일같이 듣던 노래를 새삼 다시 들어본다.
일단 '비도 오고 그래서 네 생각이 났어' 부분의 멜로디가 참 좋다. 한 귀에 멜로디가 이해되고, 곡이 전하고자 하는 정서가 전달된다. 후렴구에 해당하는 부분을 곡의 맨 처음에 배치한 것이 주효했다. '마의 10초'라는 도입부 10초를 쉬운 멜로디로 순식간에 사로잡는다. 돌아올 후렴을 예고해주니, 다시 돌아올 후크 부분을 기다리기도 훨씬 수월해진다.
그렇다고 이 곡이 드랍 하나만 바라보고 쓴 곡이냐면 절대로 그렇지 않다. 후크에 공을 들이긴 했지만, 이 곡의 진짜 매력은 '전개'에 있다.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할 그리움의 날을 따로 정해놓은 여자의 마음을 담은 가사가 심금을 울리고, 가사는 '그리워하는 날이야', '우울해도 좋은 맘이야' 등으로 말을 맞추며 멜로디와 조화로운 운율을 이룬다.
기다렸던 '비도 오고 그래서' 부분이 다시 돌아오는 곡의 초중반 부엔 기타 루프가 따른다. 시작할 때 이미 후크의 멜로디를 소개받은 리스너(청자)는 도입을 고스란히 다시 가져오는 태만이나 지나치게 변주하는 무리함 대신 알앤비 장르에 재즈를 살짝 얹는 경쾌함으로 후렴을 장식하는 '센스'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곡에서 '비도 오고 그래서'가 세 번째 반복되는 지점엔 곡의 화자가 남자로 바뀐다. 포맨의 신용재 씨가 피처링을 했다. 흥미롭게도 신용재는 이 축축한 멜로디를 헤이즈와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고음으로 소화한다. 비슷한 음계를 불러도 남자는 벅차다. 덕분에 덤덤한 헤이즈의 보컬과 대조를 이루며, 애써 덤덤하려는 여자와 절절하게 여자의 이름을 외치는 남자의 벅찬 목소리가 자연스레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내는 모양새가 됐다.
헤이즈는 '대박 비결'을 묻는 인터뷰마다 솔직한 내 가사를 썼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어느 가수의 어떤 노랫말이건 백번 천번을 부르다 보면 진심이 안 담기랴. 물론 진심도 통했겠지만 정말 통한 것은 후렴을 어디에 배치할지,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곡을 진행할지, 남자 목소리는 언제 어떻게 어떤 목소리로 끼워 넣을 것인지 천 번 만 번을 고민한 그 시간이라 본다.
물론 차트 상위권을 다투는 다른 아이돌 가수들의 곡들 또한 훌륭하다. 하지만 비교적 적은 수의 스태프들이 참여하게 되는, 어느 래퍼가 내놓은 알앤비의 기현상에 가까운 흥행은 어딘지 짜릿한 구석이 있다. 이른 시일 내에 또 다른 좋은 노래를 들려줄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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