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와 함께, 소나기처럼 만난 배우 랑연지난 7월 6일 늦은 오후, 창밖으로 내리는 빗소리를 감상하며 뮤지컬 배우 랑연을 서울 대학로의 카페에서 만났다. 뮤지컬 <리틀잭>의 줄리 역으로 초연에 이어 돌아온 랑연 배우. 아직 쌓아놓은 필모그래피가 많지 않은 그는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곽우신
줄리 해리슨은 아버지가 싫었다. 사진을 찍고, 건반을 치며, 시를 읽는 것을 좋아하는 줄리에게 해리슨이라는 성은 너무 무섭고, 끔찍했다. 해리슨은 무기회사의 이름이기도 했고, 그 회사의 사장이 또 줄리의 아버지이기도 했으니까. 전쟁을 통해 돈을 벌어들인 아버지, 딸을 새장 속에 두려는 아버지. 요양 차 영국 별장에 들렸던 줄리는, 우연히 잭을 만나며 아버지가 그렸던 것과는 다른 세계를 만나게 된다.
잭 피셔는 줄리가 좋았다. 물론, 줄리는 이 공연을 살려줄 수 있는 유일한 구원자이기도 했다. 간신히 클럽 마틴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세션 친구가 펑크를 낼 것은 무엇이며, 한 명이 빈다고 공연을 올릴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는 주인장은 또 뭐란 말인가. 대타로 줄리가 클럽 마틴에 들어왔을 때, 잭은 어떻게든 줄리를 붙잡고 싶었다. 한눈에 반한 건 덤이고.
<소나기>에서 모티프를 따온 창작 뮤지컬 <리틀잭>은 잭과 줄리의 낭만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품은 잭의 관점에서 서술되고, 잭의 경험을 토대로 흘러가지만, 그의 이야기 맞은편에는 언제나 줄리가 있었다. 비록 기타 '리틀 잭'을 물려준 외삼촌은 전쟁의 피해자였고, 줄리의 아버지는 전쟁의 가해자였지만, 전쟁이 끝난 후의 세상에서 이 둘은 순수하게 사랑을 나눴으니까. 밤하늘 별빛을 보며 서로의 사랑을 속삭이고, 조개껍데기에 대고 이 순간이 영원하리라 믿으며 맹세한다.
시원한 여름철 소나기처럼, 1년 만에 재연으로 돌아온 뮤지컬 <리틀잭>. 아트원씨어터가 홍익대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으로 바뀌었지만, 클럽 마틴을 채우는 선율은 듣는 이의 가슴을 빗소리처럼 두드린다. 1년 만에 돌아온 반가운 얼굴 중의 하나가 뮤지컬 배우 랑연이다. 시원한 보컬과 따뜻한 연기의 소유자, 랑연을 비가 퍼붓던 7월 6일, 서울 대학로의 카페에서 만났다.
다시 만난, 선물 같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