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메이어의 최근 성적. 6/13일 경기 이후에는 널뛰는 피칭이 이어지고 있다.
정강민
상대 선발투수 메이어가 계속 볼넷을 이닝마다 내줬지만 다저스가 이걸 살리지 못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1회에도 선두타자 볼넷이 있었고, 2, 3회에는 각각 2개의 볼넷을 메이어에게 뺏어냈지만 후속타자들은 침묵을 지켰다.
4회 드디어 야스마니 그랜달이 볼넷이 아닌 안타로 출루했다. 그러나 포사이드가 바로 병살타를 때리며 주자를 지워버렸다. 5, 6회에는 아예 출루도 못했다. 정말 법칙에 이끌리듯, 메이어는 꾸역꾸역 호투를 이어갔다.
메이어가 내려간 8회 트레이스 톰슨이 홈런으로 득점을 처음 올렸다. 13타수 무안타 이후 첫 홈런이었다.
그러나 이후에는 소득이 없었고, 9회에는 캠 베드로시안이 등판해 벨린저를 삼진, 테일러를 뜬공아웃시키며 류현진의 패전투수는 확정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랜달이 이를 놔두지 않았다. 안타와 볼넷으로 2출루를 기록 중이던 그랜달은 베드로시안의 높은 84.7마일의 슬라이더를 그대로 들어올려 홈런을 쳐냈다. 시즌 10호 홈런이자 개인 4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나 동점 홈런을 기록했던 그랜달이 낫아웃 이후 송구 실책을 기록하며 경기는 범상치 않게, 또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송구 자세가 리듬이 다소 안맞은듯 외야로 공이 허망하게 날아갔다. 어깨 강한 푸이그라도 3루에서 홈으로 대쉬하는 발빠른 르비어를 막을 수는 없었다.
▶ 류현진을 끌어내린 높은 2개의 커브는 아쉬워... 최고의 등판에 큰 흠결 남겼다5회까지는 무결점 피칭이었다. 볼넷도 1개, 좋은 타구도 억제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그래서 6회가 더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QS와 그 이상도 해낼 기세였는데 6회에 안타 4개를 허용하며 87구라는 다소 적은 투구수로 오늘 마운드에서 퇴장했다.
커브 2개가 발목을 잡았다. 칼훈과 시몬스에게 던졌던 그 실투 2개는 아주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형성됐다. 사실 이 2개의 공은 방망이를 내지 않는 이상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자비를 구하기 어려운 공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칼훈에게도 홈런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였고, 시몬스는 대형 홈런을 날려버렸다.
또 피홈런 이후 두 타자를 막지 못한 부분 역시 아쉬웠다. 승리투수는 차치하더라도 QS 요건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도나도에게 초구 커터, 마르테에게 5구 체인지업이 공략당했다. 다소 높은 위치에 공이 들어온 것이 아쉬웠다.
오늘 패스트볼 구속은 아주 뛰어난 건 아니었다. 88-89마일에 머무른 것은 아니지만, 92-94마일을 오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1회 메이빈 타석을 제외하면 꾸준히 90-92마일을 기록하며 구속은 유지했다. 이 구속을 바탕으로 삼진도 여럿 잡고 에인절스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메인 변화구로 체인지업(에인절스 구종가치 -4.0, 18위)과 커브(에인절스 구종가치 -7.0, 21위)를 적극 활용하는 부분이 있었다. 에인절스가 강한 모습을 보였던 커터(에인절스 구종가치 3.7, 8위)는 많이 활용하지 않았다. 날카로운 제구가 더해지며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손혁 해설위원이 아주 극찬을 할만큼 볼배합이 아주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단지 2개의 공과 타선의 떨어진 흐름이 또다시 류현진을 울린 것 뿐이다. 부상 이전에는 2실점 정도 하면 대부분 승리를 챙길 수 있을 정도로 득점지원이 좋았는데 부상에서 돌아오니 인색한 득점지원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총평: 좋은 분위기에서 QS 못한 부분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두고봐야그간 부진에 빠졌던 리치 힐, 마에다 모두 다저스타디움에서의 경기에서 좋은 호투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둘 모두 7이닝씩 소화했다. 그러나 류현진만 6이닝도 소화하지 못하고 내려갔다. 매카시가 부상자명단에 있기 때문에 당장은 문제가 안될 순 있다.
그러나 매카시도 부상자명단 최소기간인 10일을 채우고 머지않아 복귀할 것으로 보이고 카즈미어도 싱글A에서 리햅등판을 목전에 두는 등 복귀 과정을 진전시키고 있다. 계속 6이닝 소화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노출한다면 로테이션 잔류를 낙관할 수 없다. 마에다와 또 자리를 바꾸거나 힐-마에다와 손잡고 불펜으로 내려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일정도 좋지는 않다. 다음 선발등판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중요한 시리즈 첫 경기 등판이다. 상대 선발투수는 잭 고들리로 예정된 상태인데 이 투수도 페이스가 좋고 팀 성적도 다저스와 호각세이다. 다만, 다저스타디움에서 진행되는데 애리조나가 원정에서는 타격이 좋지않은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두고두고 아쉬울 투구를 남긴 류현진. 오늘의 QS 실패와 패전의 멍에는 하반기 다저스의 선발 로테이션 경쟁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일단 오늘의 아쉬움은 묻어두고 전반기 애리조나와의 경기와 캔자스시티 전에서 유종의 미를 확실히 거둬야할 상황인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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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