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에 아카데미상 후보들의 인종 편향을 비판하는 #OscarsSoWhite 해시태그 운동이 유행했다.
@Andrew_Maclean
청춘남녀의 가슴 저릿한 로맨스와 미완의 꿈을 담은 <라라랜드>는 팔릴 요소를 두루 갖춘 영화다. <위플래쉬>로 인정받은 신예,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첫 시나리오로 개봉 전부터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시나리오도 사랑과 이별, 꿈과 현실에 대한 감독의 성찰이 담겨 탄탄했다. 고전(Classical)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감각적인 시퀀스 속에서 아름다운 백인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춤을 추고, 노래한다. 관객의 눈도, 귀도, 마음도 행복해진다.
반면 <문라이트>의 배리 젱킨스 감독은 데뷔 이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젱킨스는 극작가 터랠 맥크레이니의 자전적 희곡 <달빛 아래서 흑인 소년들은 파랗게 보인다>를 각색한 <문라이트> 시나리오를 오랜 시간 가슴에만 품고 지내야 했다. 첫 영화가 성과를 내지도 못했고, 흑인 소년을 다룬 문제적인 시나리오가 투자를 받기에 좋은 조건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며, 영화판 주위를 배회했다. <문라이트>에 따르면, 인생은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과정이다. 젱킨스 역시 어둠 속에 빛을 찾아 헤매는 한 명의 샤이론이었다.
한국의 브래드 피트에 거는 기대운명일까. 젱킨스는 사회 진행을 맡은 <노예 12년> 행사장에서 제작자 브래드 피트를 만나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게 된다. 할리우드 유명인사, 제니퍼 애니스톤 혹은 안젤리나 졸리의 전 남편으로 대중에게 인식되는 잘생긴 배우, 그가 맞다. 피트는 영화배우로서 영역을 넓혀나가다가, 마침내 2002년 영화 제작 사업에 뛰어들었다. 제작자로서 그의 새로운 도전은 할리우드 영화계 발전에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예술영화 제작사 '플랜B'를 세우고 자신이 발굴한 비주류 작품에 투자해 이들을 잇달아 주류 영화판의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대부분 대형 제작사에 외면당한 작품들이었다. <문라이트>의 성공은 피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때로는 '설명할 수 있는 기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