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
연합뉴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지난 해와는 달리 올해에는 시범경기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출루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김현수는 21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마이어스 젯블루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그레이프푸르츠리그 시범경기에서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하며 볼넷을 추가, 10경기 연속 출루를 이어갔다.
이 날 레드삭스의 선발투수는 오른손 투수 카일 켄드릭이었다. 최근 2경기에서 왼손 선발투수가 등판하는 바람에 벤치에서 휴식을 취했던 김현수는 이 날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하여 1회부터 타석에 들어섰다.
첫 타석에서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김현수는 4회초 무사 1루에서 맞이한 두 번째 타석에서 켄드릭을 상대로 볼넷을 골라냈다. 10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한 김현수는 아쉽게도 페드로 알바레즈의 병살타로 인해 이닝이 끝나면서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다.
6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는 교체된 투수 히스 헴브리를 상대로 3루수 직선타를 기록하며 타격을 마쳤다. 7회초 4번째 타석을 앞두고 마이클 초이스로 교체되면서 경기를 마친 김현수는 2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타율은 0.250에서 0.238로 내려갔다.
꾸준한 출루, 일단 역할은 훌륭하다지난 해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페이스가 너무 늦게 올라오는 탓에 시범경기에서 갈수록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개막 로스터에는 들었지만, 4월 한 달 동안에는 제대로 된 출전 기회도 얻지 못했다.
반면 시범경기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렀던 좌투우타 조이 리카드는 개막 첫 달에는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었다. 리카드의 타격이 한풀 꺾이고 나서야 김현수는 오른손 선발투수들을 상대로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결과 김현수는 첫 시즌에서 정규 시즌 타율 0.302에 출루율 0.382를 기록하면서 기회에 비해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벅 쇼월터 감독이 철저하게 플래툰 시스템을 고집한 탓에 왼손 투수를 상대할 기회가 없었고, 그 결과 왼손 투수를 상대로 안타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김현수는 이번 시즌에 풀 타임 주전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스프링 캠프에서 작년보다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 올렸다. 그 결과 김현수는 시범경기 2번째 경기부터 안타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3월 7일 경기부터 현재까지 10경기 연속 출루를 이뤄냈다.
김현수가 출루를 이뤄낸 방법은 다양하다. 최근 10경기 동안 안타는 6개, 볼넷이 4개 그리고 몸에 맞는 공 1개가 있었다. 안타가 없는 날이라도 볼넷이나 몸 맞는 공으로 출루를 이뤄낸 것이다. 이 날까지 김현수의 시범경기 타율은 0.238이며 출루율은 0.327이다.
왼손 투수 상대로 여전히 벤치, 플래툰 굳어지나그러나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김현수는 여전히 상대 팀의 왼손 선발투수가 나오면 여전히 벤치를 지키고 있다. 왼손 선발투수가 등판하는 날이면 여전히 오른손 타자인 리카드, 크레이그 젠트리 등이 기회를 얻어 출전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김현수가 왼손 투수를 상대하려면 오른손 선발투수가 나오는 경기에서 경기 후반에 교체 투입되는 왼손 투수를 상대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렇게 기회를 얻으려면 일단 선발로 출전한 경기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여서 경기 후반에도 감독이 김현수를 교체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 밖에 없다. 플래툰을 고집하는 감독들은 대개 타격감이 좋은 타자라도 교체하기 때문에 그 기회를 얻기도 쉽지 않다.
야구에서 플래툰(Platoon) 시스템은 토니 라 루사(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야구 운영 사장)가 감독 시절에 선수를 기용했던 방법에서 유래한다. 다만 라 루사는 타자의 기용이 아닌 투수의 기용을 활용했는데, 상대 팀의 왼손 타자를 상대하기 위해 왼손 투수를 원 포인트 릴리프로 활용한 작전에서 시작했다.
이렇게 선수를 기용하게 된 배경은 다양하다. 일단 구단의 운영 사정에 따라 선발 라인업 9명이나 투수진을 모두 완벽하게 꾸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선수들을 최선의 상황에 맞춰 운영하다 보니 선수를 선별적으로 기용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그 과정에서 왼손 타자가 상대적으로 왼손 투수에게 약하고, 오른손 타자가 상대적으로 오른손 투수에게 약하다는 통계가 발생했다. 대체로 같은 손잡이 투수를 상대로 타자들이 시야가 줄어드는데, 다만 오른손 투수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프로 선수들에게 있어서 이런 상황이 적용되는 사례는 왼손 타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거지, 왼손 타자들 모두가 왼손 투수에게 약하다는 것은 아니다. 김현수도 원래 오른손잡이라서 수비할 때 왼손에 글러브를 착용하지만, 상대적으로 오른손 투수를 많이 상대하는 야구의 특이성 때문에 타격을 왼손으로 하게 된 것이다.
김현수가 KBO리그 시절에도 봉중근(LG 트윈스) 등의 왼손 투수들에게 상대적으로 약하기는 했다. 그러나 양현종(KIA 타이거즈)에게는 상대적으로 강했으며, 2014년(0.174)과 2015년(0.329)에 왼손 투수에 대한 약점을 많이 극복하며 좌우 상대 균형까지 맞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 와서 같은 포지션에 있는 좌투우타 리카드가 왼손 투수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선보이는 바람에, 김현수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타격할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타격을 할 표본 기회 자체가 적으니 투수들의 공을 볼 기회도 없고, 그러니 안타가 나올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김현수는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39타수 10안타를 기록하고 있다(0.256). 반면 왼손 투수를 상대한 기회는 3타수 밖에 없었다. 타석에 설 기회 자체를 시범경기부터 부여 받지 못하고 있으니 왼손 투수를 상대로 안타가 없다.
두 번째 FA 앞둔 김현수, 플래툰 이미지 꼭 벗어나야김현수가 이번 시즌에 어떻게든 왼손 투수를 상대할 기회를 많이 얻어야 할 이유가 있다. 김현수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오리올스와 맺었던 2년 700만 달러 계약이 만료된다. 이번 겨울에 김현수는 생애 두 번째 FA를 맞이하며, 이 때문에 이번 시즌 성적이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김현수는 이번 스프링 캠프에서 시범경기는 아니지만 WBC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왼손 투수 애니 로메로를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기록했다. 김현수가 첫 번째 FA를 준비하기 전 왼손 투수에 대한 약점을 충분히 극복하고 좌우 상대 타율 균형을 맞췄다는 점에서 일단 타격 기회를 꾸준히 부여받으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 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오리올스 입장에서 리카드는 룰5 드래프트로 지명한 선수이기 때문에 기대치가 낮았다. 하지만 김현수나 리카드를 대신할 다른 타자들에 대한 기대치 역시 낮기 때문에, 그나마 팀이 최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김현수와 리카드를 플래툰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만일 오리올스가 시즌 내내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라면, 김현수는 이번 시즌에 자신의 가치를 더 높여야 할 명분이 더 중요해졌다. 꼭 오리올스에 남지 않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좀 더 많은 기회를 보장해주는 팀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오리올스의 팀 성적이 하락하여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이 사라졌을 때, 김현수가 군계일학의 성적을 보인다면 7월 말 요긴한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되어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트레이드가 되지 않더라도 올 시즌을 착실하게 보낸다면 FA 시장에서 좋은 팀을 찾을 수도 있다.
김현수와 같이 출루율과 타격감이 좋은 외야수를 찾고 있는 팀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한 팀들이 올 겨울 FA를 맞이하는 김현수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일단 김현수가 올 시즌을 착실하게 보낼 필요가 있다.
비록 제한적인 기회라도 지난 시즌 초반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타격에 임한다면 김현수는 지금보다 충분히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올 시즌 오리올스에서 플래툰을 벗어나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일단 지금 상황에서라도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 김현수의 향후 선수 진로에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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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