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나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같은 화장실을 쓴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영화 속 유색인종의 화장실처럼, 차별은 '차별받지 않는 이'들이 상상할 수 없는 지점에 존재한다. 백인들에겐 당연한 일상이 흑인들에게는 부러운 특권이 되듯이, 내가 누리는 평범한 삶은 누군가에겐 넘지 못할 벽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차별은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종교, 사상 등 도처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차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영화 속 리더 해리슨은 노루발못뽑이를 사용해 차별을 앞장서 해결했다. 사실 그는 차별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거나 차별 없는 세상을 약속하는 따뜻한 리더는 아니었다. 오히려, 최첨단 우주기술로 인류가 달에 가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에 고작 화장실 따위로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상사라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그의 결단은 캐서린이 소변을 오래 참아 방광염에 걸릴 위험을 예방했을 뿐 아니라, 우주인이 귀환할 궤도 방정식을 구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했다. 흑인여성 캐서린에게는 타고난 천재성과 노력도 있었지만, 그녀의 활약에는 '차별금지'에 대한 리더의 결단도 작용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단은 소수자 차별에 대한 근본적 처방까지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합리적이었다.
'숨겨진 영웅'을 찾을 수 있는 리더연일 대선주자에 대한 이슈가 생산되고, 대선주자들은 누구나 더 나은 대한민국을 약속하고 있다. 당연히 유권자들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어느 곳에든 불의가 있는 한 그것은 세상 모든 곳의 정의를 위협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도 차별로 가득하다. 이 차별은 사회 곳곳에 존재해 우리 모두의 통합과 전진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마치 유리벽처럼 차별받지 않은 이에겐 보이지도 않는다. 남 몰래 발을 동동 구르며 소변을 참는 캐서린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차별로 인한 서러움과 불편함을 삼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