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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 최고의 좌익수 김현수, 너무나 중요한 2017년

[MLB] 메이저리그 2년차 징크스 극복 및 두 번째 FA 준비

17.01.07 15:19최종업데이트17.01.0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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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팅 머신'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는 증거가 또 한 번 통계로 나왔다. 비록 플래툰 시즌을 보냈지만, 그의 타격 정확도를 감안하면 충분히 풀 타임 외야수로 활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가 지난 6일(이하 한국 시각)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아메리칸리그 좌익수들의 컨택 능력(타격 정확도) 부문에서 김현수가 리그 1위에 올랐다. 타구의 속도(뜬공, 땅볼, 라인드라이브 등 모든 타구), 타구의 비율, 삼진, 볼넷, 조정가중득점생산력(wRC+) 등 여러 부문을 종합한 평점에서 무려 124점을 얻은 것이다.

아메리칸리그 좌익수 부문에서 김현수가 124점으로 1위에 올랐고, 2위는 저스틴 업튼(디트로이트 타이거즈 119점), 3위는 알렉스 고든(캔자스시티 로열스 106점)이었다. 공동 4위는 로비 그로스먼(미네소타 트윈스)과 멜키 카브레라(시카고 화이트삭스)가 100점을 기록하며 차지했다. 통계 표본이 된 외야수 15명 중 100점을 넘은 선수는 이 5명 뿐이다.

거의 모든 타격 항목에서 우수했던 김현수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 (출처: 볼티모어 구단 SNS)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 (출처: 볼티모어 구단 SNS)볼티모어 오리올스

김현수의 2016년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91.6마일(147.4km)이었다. 리그 평균인 시속 88.5마일(142.4km)보다 훨씬 앞서는 수치였다. 타구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내야 땅볼이더라도 내야수들이 쉽게 따라잡기 어려운 타구를 만들어내는 경우와 외야로 빠르게 날아가는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많았다는 뜻이다.

특히 김현수는 스프링 캠프에서의 부진으로 인하여 시즌 초반에 극히 출전 기회가 적었는데, 이 때문에 안타 하나가 소중했다. 이 때 내야 땅볼임에도 불구하고 살아서 1루에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김현수는 땅볼 타구의 속도도 평균 시속 91.8마일(147.7km)로 리그 평균인 86.4마일(139km)보다 빨랐다.

볼넷 비율도 10.4%로 리그 평균 8.9%보다 훨씬 높아 출루율도 우수했다(타율 0.302, 출루율 0.382, OPS 0.801). 이로 인해 조정가중득점생산력이 119나 된 것이다(리그 평균 102). 삼진/볼넷 비율을 통해 예상보다 많은 장타가 나왔다는 분석도 있었다.

<팬그래프>에서는 김현수가 풀 타임 주전 외야수로 출전할 경우 15개 정도의 홈런이 가능하다고 보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 초반 전력에서 사실상 배제했던 것에 대해서 오리올스 벤치를 크게 혹평했다. 와일드 카드 시리즈에서 0점 대 평균 자책점에 세이브 성공률 100%였던 마무리투수 잭 브리튼을 출전시키지 않았던 실수와 비교할 정도로 크게 다뤘다.

또한 <팬그래프>에서는 오리올스가 김현수를 사실상 플래툰으로만 활용했으며, 왼손 투수를 상대로 타격 기회를 거의 주지 않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현수는 왼손 투수를 상대할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으며, 이 때문에 2016년에도 왼손 투수를 상대로 타율이 0이었다(왼손 투수 상대 무안타).

이 때문에 팬그래프에서는 김현수의 진가 확인을 위해서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도 꾸준히 출전시키는 실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생산력이 매우 뛰어나 상위 타선에도 포진할 수 있는 선수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김현수는 두산 베어스 시절에 KBO리그에서 가장 넓은 잠실종합운동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3번의 20홈런 시즌을 만들며 3번 타순에 배치되기도 했다.

소포모어 징크스, 김현수는 어떨까?

2017년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서의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보통 프로 선수들이 1년차에 화려한 모습을 보이면, 그 다음 해에는 기대했던 성적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면서 이른바 '소포모어 징크스'에 시달리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그러나 김현수는 KBO리그 시절에도 소포모어 징크스는 없었다. 신일고등학교 졸업 당시 신인 드래프트에서 밀리는 바람에 육성선수로 입단해야 했던 김현수는 첫 해인 2006년은 1타석에만 출전했기 때문에 기록이 의미가 없었다.

사실상의 첫 시즌인 2007년 0.273의 타율을 기록한 데 이어 두 번째 풀 타임 시즌인 2008년에는 아예 0.357의 타율과 168안타(2루타 34개)를 기록, 안타와 2루타, 타율 그리고 출루율 4개 부문에서 리그 1위에 올랐다. 심지어 그 해에는 베이징 올림픽에도 출전하여 병역 문제까지 말끔하게 해결했다.

이후 김현수는 타격 스타일에 변화를 시도하려고 했던 2012년 타율 0.291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100경기 이상 출전했던 시즌에서 타율이 3할 밑으로 내려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타격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꾸준했던 교타자였다.

김현수의 타격감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 이상,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소포모어 징크스를 드러낼 가능성은 적다. 다만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첫 번째 조건은 꾸준한 출전 기회이며 두 번째 조건은 왼손 투수에 대한 상대 기회이다. 2016년 초반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출전 기회가 극히 적어 타격감이 흔들릴 수는 있다.

WBC와 FA, 두 마리 토끼 모두 잡고 싶은 김현수

현재 김현수는 3월에 열릴 제 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엔트리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다만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마찬가지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직 소속 팀에서 그의 WBC 출전에 대해서 확실한 대답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2016년과 2017년 오리올스와 2년 노옵션 계약(마이너리그 거부권 포함)이 되어 있는 상태다. 2017년 시즌이 끝나면 김현수는 프로 생활 이래 두 번째 FA 권한을 행사하게 될 예정으로, 이번 시즌 성적이 그 어떠한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2017년 월드 시리즈가 끝나는 다음 날부터 김현수는 KBO리그와 일본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WBC는 FA를 앞둔 선수들에게 득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대회다. 국가 대항전이니만큼 뛰어난 선수들을 찾기 위해 각 구단에서 스카우트를 보내기 때문에 김현수에게는 다른 구단의 시선도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다만, 메이저리그 구단의 입장에서는 현재 소속된 선수가 스프링 캠프 시기에 열리는 WBC에 출전하는 것을 그리 반가워하지는 않는다. 스프링 캠프는 정규 시즌 개막에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몸을 푸는 시기인데, 병역 문제 해결도 아닌 대회에서 뛰다가 간혹 부상이 생겨서 정규 시즌 팀 성적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떄문이다.

실제로 제 1회 WBC 때 김동주(당시 두산 베어스)는 1라운드 첫 번째 경기였던 대만과의 경기에서 의욕이 너무 앞선 나머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어깨를 다쳐 시즌을 날렸다. 당시 FA를 앞두고 있었던 김동주는 서비스 타임 1년을 더 보낸 뒤 FA 권리를 행사했다.

역시 제 1회 WBC 멤버였던 박찬호(당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1라운드와 2라운드 첫 경기에서는 마무리투수로, 2라운드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선발로 등판하여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대회 후유증 없이 정규 시즌에서도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서 모두 5이닝을 넘기는 꾸준한 모습을 보이며 파드레스의 2~3선발로 꾸준히 활약했다.

당시 박찬호도 생애 두 번째 FA를 앞둔 중요한 시즌이었다. 시즌 막판 장 출혈만 없었다면 어느 정도 안정된 계약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장 출혈이 WBC와는 관계가 없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WBC 참가가 시즌 준비에 도움이 되었던 좋은 사례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당시 박찬호의 파드레스 팀 동료였던 제이크 피비(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미국 대표로 WBC에 참가했다가 후유증을 제대로 겪었다. 2005년 30경기에서 13승 7패 평균 자책점 2.88을 기록했던 피비는 WBC 후유증으로 2006년 32경기에서 11승 14패 4.09에 그쳤다. 2007년에 트리플 크라운으로 만장일치 사이 영 상을 수상하긴 했지만 이후 피비는 WBC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김현수가 WBC에 참가하고 싶어하는 것은 그 만큼 2017년 시즌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음을 뜻한다. 김현수의 WBC 출전을 달가워하지 않는 오리올스의 입장도 이해할 수는 있다. 팀의 핵심 전력이 될 선수가 부상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상적인 반응일 수도 있다.

<팬그래프>에서 입증된 김현수의 우수한 기록, 그리고 핵심 전력으로 대우하는 오리올스가 김현수의 WBC 차출을 망설이는 것은 모두 김현수가 그 만큼 꾸준한 타격을 해왔던 선수임을 입증하는 사례들이다. 이제 두 번째 FA를 앞둔 김현수의 2017년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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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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