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 차게 출발했으나 초라한 실패로 종영한 <안투라지>
tvN
<안투라지>가 초라한 성적표로 막을 내렸다.
지난 24일 종영한 <안투라지>는 제작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tvN이 올해 <굿와이프>에 이어 야심 차게 내놓은 국내 두 번째 '미드 리메이크'이자 초호화 출연진과 카메오로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펼쳤다.
<시그널>의 히어로 조진웅, <치즈인더트랩>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서강준, <동주>에서 주연급 연기력을 펼친 박정민, <응답하라 1988>의 흥행을 이끈 이동휘, 드라마와 예능을 넘나드는 이광수까지 최근 가장 뜨거운 활약을 펼치는 배우들이 뭉쳤다. 여기에 드라마의 배경인 연예계를 실감 나게 보여주겠다며 하정우, 이성민, 박찬욱 감독, 이준익 감독 등 수십 명의 화려한 카메오가 힘을 보탰다.
<안투라지>, 왜 '용두사미'가 되었나그러나 <안투라지>는 '망작'의 운명을 맞고 말았다.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원작은 남자판 <섹스 앤 더 시티>로 불릴 만큼 직설적인 대사와 섹스, 폭력, 마약 등 자극적인 소재로 할리우드의 현실을 거침없이 그려내는 것이 매력이었다.
이와 달리 국내판은 원작처럼 자극적이면서도 국내 정서와 어울리는 에피소드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수박 겉핥기' 수준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모호한 캐릭터 설정으로 주연 배우들은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는 듯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굿와이프>도 성공한 리메이크라고 불리기는 어렵지만, 원작 특유의 매력을 '어느 정도' 살려내면서도 한국적 정서를 반영한 에피소드와 멜로 라인을 더해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내며 <안투라지>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하지만 할리우드를 흉내 내려는 것인지 주인공 차영빈(서강준)이 '일반인' 친구들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카메라 플래시를 받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냈고, 시선을 붙들기 위한 과도한 카메오 투입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할 정도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쓰러져가는 드라마를 되살릴 방법도 없다는 것이었다. 100% 사전제작으로 이미 방영 전 모든 촬영을 마친 <안투라지>는 '산소호흡기'조차 댈 수 없었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위한 좋은 시도가 오히려 발목을 잡은 꼴이었다.
물론 아무리 자극적인 소재를 내세워도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현실에서 펼쳐지고, 본방송이 방영되는 토요일마다 전국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는 것도 초라한 시청률의 변명이 될 수 있겠지만, <안투라지>가 실패한 이유는 개연성 부족한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불협화음 때문임을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미드 리메이크' 달콤하고도 치명적 유혹<굿와이프>와 <안투라지>로 이어지는 '미드 리메이크'는 시도 자체로 박수받을 만하지만, 현실의 벽도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올해 <시그널>, <또 오해영>, <혼술남녀> 등으로 새로운 '드라마 왕국'의 입지를 굳혀가는 tvN도 더 내공을 쌓아야 하는 분야다.
'일드'나 '중드'와 달리 '미드'는 제작 환경과 정서가 크게 다르다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몇 시즌 동안 최소 백회 이상에 걸쳐 쌓아놓은 스토리를 단 16회로 압축해 풀어낸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도전이다.
<굿와이프>는 원작에서 보여준 미국 법정 특유의 재판 과정과 판사, 검사, 변호사의 치열한 심리전을 국내 정서에 맞게 녹여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안투라지> 역시 할리우드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거대한 스케일, 그 이면의 실상을 한류를 통해 보여주려다가 오히려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다.
리메이크는 검증된 원작이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도전이지만, 그만큼 어렵기도 하다. 원작을 너무 따라가면 자칫 국내 정서에 맞지 않거나 너무 다르게 보이려다가 오히려 디테일을 놓칠 경우 원작의 팬덤으로부터 냉혹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안투라지>는 리메이크의 함정에 빠지며 참담한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그럼에도 장르 확장으로 고민하는 국내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사로서 미드 리메이크는 포기할 수 없는 도전이다. 과연 내년에는 어떤 미드가 리메이크돼서,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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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