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소연
체감온도가 영하를 맴도는 추운 날씨의 밤. 어김없이 모인 광장의 많은 사람. 이들 앞에 전투복 스타일의 올 블랙 의상을 입고 나타난 이승환은 전투적 노래 6곡을 불렀다. 그는 "이 시국에 '사랑인가요' 불러서 뭐하겠느냐"며 "이럴 땐 '하야하거라! 내려오거라!' 외치면서 불끈불끈 힘 나는 노래를 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슈퍼히어로'를 시작으로 '물어본다', '덩크슛', '단독전쟁', '개미혁명', '소통의 오류'를 유독 전투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창법으로 불렀다. 강렬한 록 사운드, 그 자체가 '발언'이었다.
그는 다음 노래로 넘어갈 때마다 윗옷을 하나씩 벗었다. 가죽 재킷을 벗었고 다음엔 티셔츠를 벗었다. 결국, 한겨울에 반팔티 하나를 입고 뜨겁게 노래했다. 군복 느낌의 독특한 바지에 눈길이 갔다. 유심히 봤더니 '이게 나라냐'고 적힌 천이 한 땀 한 땀 바지에 꿰매져 있었다. 단독콘서트도 아닌 이 무대를 위해 의상까지 맞춤으로 준비해온 이승환, 참 대단하다. '단독전쟁'을 부를 땐 모자를 쓰고 부르는 등 곡마다 다른 의상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노력에 그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덩크슛'을 부를 땐 이제 모두가 아는 그 주문을 외웠다. "주문을 외워보자~ 하야하라 박근혜! 하야하라 박근혜!" 광장은 한목소리가 됐다. 입담 좋은 이승환이 이날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노래로 이야기했다. 노래 안의 가사가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가 부른 '개미혁명'에는 옳은 건 옳다고 하고 싫은 건 싫다고 뱉어버리라는 노랫말이 지금을 위해 지어진 노래처럼 여겨졌다.
"많이 오셨네요. 정말. 내일을 위한 조촐한 전야제일 줄 알았는데 성대한 전야제로 만들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말을 해오지만…. 말을 해봤자 알아듣지 못하고. 그러니 말을 해봤자 무슨 소용 있나 싶고…. 그분께 정말 들려드리고 싶은 노래를 마지막 곡으로 준비했어요. '소통의 오류'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