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케이투>에서 가장 빛난 건 송윤아의 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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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명(明)이 암(暗)에 비해 훨씬 더 도드라졌기에 전체적으로 '웰메이드'라 평가할 만 했다. 하지만 기대감을 모았던 초반과 달리 중반에 접어들면서 힘이 빠졌던 건 두고두고 아쉽다. 이는 KBS2 <용팔이>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은 장혁린 작가의 숙제로 남겨졌다. '애정'했던 만큼 강렬히 남는 아쉬움을 좀더 드러내자면, <더 케이투>는 '용두사미'로 귀결됐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사이즈가 컸던 용인지라 그 꼬리도 웬만한 구렁이보다 훨씬 컸던 건 사실이다.
결말은 권선징악이었다. 반전은 없었다. '교과서'처럼 전형적이라 아쉬움은 남았지만, 깔끔하고 단정했다. 박관수(김갑수)와 손을 잡고(실은 함정에 빠진 것이지만) 최성원(이정진)은 '시한폭탄'을 들고 클라우드 나인을 급습했고, 이를 저지하려던 최유진(송윤아)은 최성원이 쏜 총에 복부를 맞아 쓰러졌다. 잠시동안 고안나와 단둘이 남게 된 최유진은 엄혜린(손태영)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는다. 고안나의 엄마를 죽이라 지시한 건 자신의 아버지였고, 살라달라 애원하는 엄혜린을 외면했던 그 역시 결국 '살인'을 저지른 거라 고백한다.
십수년 동안 '증오'를 낳았던 오해의 고리가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아니, 적어도 '이해'는 가능해졌다. 꼬여있던 실타래가 풀리고, 악인들은 차례차례 죽음을 맞이했다. 어긋난 사랑과 욕망에 휩쓸려 '쇼윈도 부부'로 살아왔던 최유진과 장세준(조성하)은 '시한폭탄'과 함께 최후를 맞이했다. 마지막 순간에야 서로를 존중하고 진심 어린 포옹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의지도 느껴졌다. 표현이 분위기를 망치긴 하지만, '우리가 싼 똥은 우리가 치우자' 정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