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통합 우승한 두산 선수들이 2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든 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두산은 구단 자체는 물론이고 KBO 역사에 손꼽힐만한 역대급 시즌을 보냈다. 정규시즌에만 93승(1무 50패)으로 2000년 현대(91승)를 뛰어넘는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마운드와 타선 모두 완벽에 가까웠다. 올 시즌 두산은 팀순위 뿐 아니라 평균 자책점(4.45)-타율(.298), 홈런(183개)-타점(877개) 등 공수 주요 지표의 수위를 대부분 싹쓸이했다. 판타스틱 4'로 불리는 두산의 선발 4인방(니퍼트, 장원준, 마이클 보우덴, 유희관)은 KBO 역대 최초로 4명 모두 15승 이상을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고 총 70승을 합작하며 KBO 역대 최강의 선발진을 구축했다. 여기에 국내 최고의 포수로 성장한 양의지의 안정된 투수리드도 선발진의 호투를 끌어내는데 기여했다.
타선 역시 3할-20홈런 이상을 동시에 기록한 타자만 무려 5명(김재환-양의지-오재일-박건우-에반스)을 배출했다. 특히 새로운 4번타자로 자리매김한 김재환은 37홈런 124타점을 올리며 김현수의 공백을 완전히 지웠다. 여기에 민병헌-김재호-허경민-오재원-정수빈 등 상·하위타선과 주전-백업 구분을 막론하고 쉬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 '지뢰밭 타선'은 상대팀에게는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김태형 감독의 '형님 리더십'도 높은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두산을 2번이나 정상에 이끈 것은 김인식 전 감독(95,2001년)에 이어 두 번째다. 김태형 감독은 2005~2006년 선동열(통합 2연패)-2011~2015년 류중일(정규시즌 5연패, 한국시리즈 4연패)전 삼성 감독에 이어 사령탑 데뷔와 함께 2년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역대 3번째 감독이 됐다. 두산이 배출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으로서는 최초의 우승감독이기도 하다. 그만큼 팀 사정에 밝고 구단이 추구하는 운영 방향과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최적의 리더십을 발휘할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두산은 정규시즌 내내 선발투수들과 타선의 힘이 조화를 이루며 독주체제를 유지했다. 여름에 접어들며 7월에 NC에 잠시 선두를 빼앗기며 고비를 맞이하기도 했으나 얼마지나지 않아 다시 치고 올라왔다. 시즌 종료 시점에 2위 NC와의 격차만 무려 9게임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두산은 NC의 막강 타선을 상대로 4차전까지 38이닝간 단 2실점만을 내주며 한국시리즈 역대 최소실점 기록을 세우며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두산 선발진 판타스틱 4의 구위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초반 타선이 터지지 않아 약간 고전하기도 했으나 2차전 이후로 공격력까지 살아나며 NC를 그야말로 농락했다. 역대 한국시리즈 7번째 4전 전승 기록이자, 정규시즌에 이어 가장 일방적인 한국시리즈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산, 새로운 왕조의 시대 여나사상 첫 한국시리즈 2연패에 이어 정규시즌 통합 우승까지 달성한 2016년은, 두산 야구단 역사상 가장 완벽했던 시즌이자 새로운 왕조의 등장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로 남는다. 80~90년대 해태 왕조의 시대였고, 2000년대에는 현대와 SK를 거쳐 2010년대 초반은 삼성 왕조의 전성기였다. 그리고 이제는 명실상부한 두산의 시대가 열렸다고 할만하다.
두산은 모든 면에서 장기집권에 충분한 토대를 갖췄다. '화수분 야구'라는 별칭처럼 두산은 안정된 선수육성 시스템을 바탕으로 주전들이 부진하거나 다른 팀으로 떠나더라도 언제든 그 자리를 메울수 있는 새로운 자원들이 끊임없이 탄생한다.
두산은 프런트 야구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현장과 프런트의 철저한 분업화와 공존을 통하여 별다른 잡음없이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게 가능했다. 장기적인 선수 육성과 시스템 구축이라는 팀의 기존 철학을 이어가면서도 장원준의 FA 영입이나 니퍼트-보우덴의 사례에서 보듯, 팀에 정말 필요한 선수들이라면 확실하게 투자를 아끼지않는 과감하면서도 합리적인 결단으로 전력을 극대화했다.
또한 두산은 현재 KBO에서 세대교체의 선순환이 가장 잘 이루어지는 팀이다. 지나칠만큼 냉혹한 주전경쟁과 젊은 선수 중용으로 베테랑과 프랜차이즈 스타에 가혹하다는 지적도 받지만 그러한 무한 경쟁이 바로 지금의 두산을 만든 원동력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김현수-이종욱-손시헌-최준석 등이 팀을 떠났고 이들은 지금도 다른 팀에서 당당히 주전급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현재 두산에게서 이들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 두산의 중추는 20대 중후반의 젊은 선수들이다. 벤치에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특정한 주전급 선수 몇몇에 의존하지 않는 두산의 젊고 탄탄한 선수층은 향후 몇 년간 특별한 외부 영입이나 전력보강 없이도 충분히 KBO을 지배할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다. 과거의 해태나 삼성의 장기집권을 뛰어넘는 두산 왕조의 시대가 충분히 가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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