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한도경(정우성 분)은 자신을 이용하는 조폭출신 박성배 안남시장(황정민 분)과 검찰 사이에서 방황하며 고통스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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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들 틈에서 여기저기 이용당하기만 한 악인, 그도 사람이니 지치고 권태롭다. 정우성이 표현한 한도경의 눈빛에 늘 피곤함과 그늘이 담겨 있었다. 안남시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했지만, 돈에 눈이 멀어 시민들을 농락하는 정치인, 거기에 빌붙는 폭력배와 기업인들의 모습은 우리 현실에서 매우 익숙하다. <아수라>가 곧 현실의 반영 아니냐는 질문에 정우성의 눈이 반짝였다.
"상업영화니까 다수의 보편적 취향을 신경 쓴 건 틀림없다. 안남시라는 지옥 같은 세상을 그리고 왜 그리 잔혹하게 표현했는지가 중요하다. 현실 사회에서 가해지는 보이지 않는 폭력이 있고, 시스템 속에 숨겨진 폭력이 있다. 그 숨은 폭력을 같이 느끼자는 것이다. 분명 폭력이 있다. 계층 간 폭력, 자본의 폭력, 또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 하지만 일반 사람들 관계에서도 만연한 폭력이 있잖나. 가상의 세계에서 그걸 비틀어 보자는 것이다."그의 말대로 <아수라>엔 온갖 뒤틀린 폭력이 담겨 있다. 누군가는 그래서 영화가 매우 강하다, 보기 힘들다 호소하기도 한다. 더욱이 박성배 시장과 한도경은 물론이고 이들을 잡고 쫓는 검경 관계자들마저 사익 혹은 조직의 논리를 좇는 자들이다. 제목대로 악인들이 설치는 아수라판인 셈이다. 그 안에서 이용당하는 악인 한도경을 쫓다 보니 악인에 대해 너무 낭만적으로 접근한 건 아닌지 비판도 가능하다. 이에 정우성은 할 말이 있었다.
"악을 낭만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라 누구나 악에 물들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대다수 사람은 악인이 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다 보니 그런 쪽으로 흘러가지 않나. 이건 결국 구조적 문제 같다. 이 사회가 어떻게 악으로 물들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이 영화에 담겨있다. 그래서 사회 문제에 대한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수많은 파렴치한이 매일 뉴스에 나오잖나. 연기하면서 정신과 마음이 힘들었고, 결국 그게 몸까지 힘들게 하더라. 한도경의 스트레스 안에 내가 있었고, 현장에서도 계속 한도경에 빠져있었다. 그 당시 만나던 지인들에게 뭔 일 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웃음)."분기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