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을 마지막으로 KBO리그에서 기편성했던 2016년 정규 시즌의 경기들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기상 악화 등으로 인하여 열리지 못한 경기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정규 시즌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순연된 경기들을 다시 치르는 잔여 경기 일정이 시작된다.
정규 시즌을 시작할 때는 10개 구단이 팀당 144경기가 편성된 채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잔여 경기 시기에는 각 팀의 일정에 따라 순연된 경기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경기를 하는 팀과 휴식을 취하는 팀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체력적 문제가 변수다.
또한 팀의 사정에 따라 경기가 적게 남은 팀에게는 포스트 시즌을 위한 체력 비축의 시기가 될 수도 있고, 적은 기회로 인하여 남은 경기에 큰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반면, 경기가 많이 남은 팀에게 있어서는 그 만큼 순위의 반등을 만들 기회가 많아질 수도 있고, 많은 경기에 따른 체력 과부하가 우려될 수도 있다.
5장 중 3장 확정, 상위권 3팀의 여유
리그 선두 두산 베어스는 포스트 시즌 티켓 1장을 확보하고 난 뒤에도 좀처럼 상승세가 식지 않고 있다. 18일 경기에서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앞세웠던 두산은 파죽의 7연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한국 시리즈 직행 티켓을 딸 기세다.
생애 첫 20승 투수가 된 니퍼트는 18일 경기에서 시즌 21승을 거두고 평균 자책점도 2점 대로 낮췄다. 남은 경기에서 1승만 더 추가하면 역대 외국인 단일 시즌 최다승 기록(다니엘 리오스 22승)과 동률을 이룰 수 있으며, 23승에 성공한다면 사실상 투수 부문 골든 글러브와 리그 정규 시즌 MVP까지 노려볼 수 있다.
2위 NC 다이노스와 무려 10경기 반이나 되는 승차를 벌려 놓은 두산은 정규 시즌 우승까지 매직 넘버 3을 남겨두고 있다. 두산이 남은 9경기 중 3승만 더 추가하게 되면 두산은 자력으로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짓게 된다.
두산이 정규 시즌 우승을 하게 되면 양대리그 시대인 1999년 드림리그 1위를 차지한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양대리그가 아닌 통합리그 시대로만 따질 경우 1995년 통합 챔피언을 차지했던 이후 무려 21년 만의 기록이다.
물론 2위 NC도 넉넉한 승률로 포스트 시즌 진출은 확정지었다. 다만 1위 두산과 승차가 10경기 반이나 벌어져서 현실적으로 창단 첫 한국 시리즈 직행은 힘들어졌다. NC는 10개 팀 중 가장 많은 17경기가 남아 있으며, 3위 넥센 히어로즈와의 승차도 3경기 반에 불과하다.
따라서 NC는 정규 시즌 마지막 주가 될 때까지 플레이 오프 직행을 안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남은 경기와는 관계 없이 최소 포스트 시즌 티켓은 확정지었고, 와일드 카드 시리즈를 치르는 4,5위와는 승차가 10경기 이상 벌어져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NC는 적어도 포스트 시즌에서 다소 유리한 어드밴티지는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NC가 포스트 시즌 시리즈에서 승리한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에(2014 준PO 1승 3패, 2015 PO 2승 3패)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고지에서 포스트 시즌을 시작하고 큰 경기에서의 트라우마를 떨쳐내는 것이 관건이다.
3위 넥센도 남은 경기에 관계 없이 최소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넥센은 홈 경기장 고척 스카이 돔에서의 우천 순연이 한 번도 없었던 덕분에 정규 시즌 홈 경기를 모두 마쳤다. 때문에 넥센은 두산과의 원정 경기 1경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3주 동안 전국을 두 바퀴 돌며 시즌을 마무리한다.
넥센은 최근 몇 년 동안 강정호(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박병호(현 미네소타 트윈스), 손승락(현 롯데 자이언츠), 조상우, 그리고 한현희(이상 토미 존 서저리) 등의 전력 이탈에도 불구하고 4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만 조상우나 한현희 등의 전례를 거울 삼아 올 시즌 첫 풀 타임 선발로서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신재영을 보호 차원에서 잠시 쉬게 하는 등 전력 정비에 들어갔다.
남은 2장을 사수해야 하는 LG와 KIA, 안정권은 5할?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한 나머지 티켓 2장을 차지할 경우의 수가 남아 있는 팀들은 4위에서 9위까지 모두 5개 팀이다. 이들 중 순위에서 앞서 있는 4위 LG 트윈스와 5위 KIA 타이거즈가 일단은 티켓을 거머줠 확률이 다소 높다.
그 중에서도 4위 LG의 9월 상승세가 무섭다. LG는 9월에 치른 16경기 중 무려 11승 5패(승률 0.6875)를 거두는 저력을 발휘했다. 특히 3위 넥센과 4위 경쟁권이던 KIA를 상대로 각각 2전 전승을 거뒀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덕분에 LG는 최하위 kt 위즈에 2전 전패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2주 동안 2번의 4연승을 거두며 8월 31일 기준 6위에서 4위까지 도약했다.
5위 KIA는 8월 31일까지만 해도 LG에 1경기 반 차 앞선 리그 4위였다. 그러나 KIA는 9월에 치른 14경기에서 들쑥날쑥한 경기력으로 6승 8패를 기록, 불안한 5위를 지키고 있다. 9월 1일 경기에서는 무려 16득점을 기록하며 삼성 라이온즈에 8점 차 대승을 거두는가 하면, 9월 7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는 3-11로 대패하는 등 분위기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그나마 LG와 KIA는 6위 SK가 9월 16경기에서 6승 10패로 승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위안 요소다. 정규 시즌 잔여 경기가 6경기로 가장 적게 남은 SK는 최근 8연패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즌 65승 73패를 기록 중인 SK는 남은 6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정규 시즌 5할 승률이 좌절됐다.
게다가 다른 팀들의 경기가 많이 남아 있어서 SK는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기더라도 6위보다 더 낮은 순위로 떨어질 경우의 수까지 생겼다. 7위 한화 이글스부터 9위 삼성 라이온즈까지는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서 아직까지 5할 승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SK는 잔여 경기 수가 적은 만큼 4~9위 팀들 중 포스트 시즌 티켓을 따낼 기회도 가장 적게 부여된 상태다. 아직 포스트 시즌 진출이 완전히 좌절된 것은 아니지만 남은 6경기를 모두 한국 시리즈 7차전에 임한다는 자세로 치러도 쉽지 않을 정도로 이번 8연패의 충격은 크다.
반대로 LG와 KIA는 잔여 경기에서 5할 승률만 지켜낸다면 어느 정도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한 안정권에 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는 남은 10경기에서 5승만 거둬도 5할 승률을 지킬 수 있으며, KIA는 남은 11경기에서 8승 3패를 기록하면 5할 승률을 거둘 수 있다.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KIA는 다른 팀들의 향후 결과에 따라 티켓을 지켜낼 수도 있다.
비록 같은 날 포스트 시즌을 시작하지만 4위와 5위의 위치는 어드밴티지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와일드 카드 시리즈는 4위 팀에 1승을 먼저 주고 2경기 모두 4위 팀 홈 경기장에서 열린다. 4위 팀은 연장 15회를 치르더라도 2경기 중 1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되지만, 5위 팀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이 점에서는 2경기 반 차로 앞서 있는 LG가 다소 유리하다.
실날 같은 희망, 나머지 팀들의 가능성은?
당초 잔여 경기 일정이 발표될 때만 해도 SK는 남은 6경기에서 원투 펀치만 돌려도 되겠다는 여유가 있었다. 문제는 잔여 경기 일정이 확정된 뒤 SK가 8연패를 당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SK는 6위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7~9위 팀들보다도 기회가 더 적어지면서 휴식일에 다른 경쟁 팀들 경기를 애타게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SK는 작년에도 정규 시즌 144경기를 모두 마치고 난 뒤 경기가 가장 많이 남았던 KIA의 최종 순위를 기다리며 가슴을 졸였던 적이 있다. 다만 작년엔 다소 유리한 입장에서 KIA의 남은 경기 결과들을 기다렸지만(당시 KIA 최종 7위), 올해는 그 입장이 바뀌고 말았다. SK로서는 일단 남은 6경기를 모두 이기면서 다른 팀들의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5위와 2경기 반 차를 기록하고 있는 7위 한화도 실날 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일단 SK보다 6경기나 더 기회가 많아진 만큼 SK와 달리 자력으로 순위를 뒤집을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9월 15경기에서 8승 7패를 거둔 한화는 시즌 5할 승률은 어렵더라도(12경기 11승 필요) 일단 페이스를 조금 더 끌어 올려야 실날 같은 가능성을 남길 수 있다.
한화는 작년에도 시즌 마지막 날까지 경우의 수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날 경기에서 kt에게 고춧가루를 맞고 패하면서 근소한 승차의 6위로 포스트 시즌 진출이 좌절되었다. 작년처럼 마지막 날까지 가능성이 남아 있다가 마지막 날 패하면서 탈락할 경우, 김성근 감독 체제의 한화는 있는 전력 없는 전력 다 쏟아붓고도 2년 연속 성과를 내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하게 된다.
8위 롯데 자이언츠는 9월 14경기에서 7승 7패로 반타작은 했다. 최근 2연승의 상승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문제는 이 5할 페이스가 너무 늦게 발동되었다는 사실이다. 시즌 5할을 기록하기에는 남은 13경기 중 11경기를 이겨야 할 정도로 너무 늦어 버렸다. KIA와의 승차 3경기 반을 좁히려고 해도 NC와의 4경기와 넥센과의 2경기 그리고 LG와의 1경기 등 남은 경기 일정이 빡빡하다.
작년까지 5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도 아직은 실날 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은 9월 15경기에서 7승 8패에 그치며 KIA와의 승차가 4경기까지 벌어졌다. 삼성이 5할 승률을 찍기 위해서는 남은 13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지만 최근 페이스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버거워 보이는 상황이다.
9위 삼성과도 무려 11경기의 승차가 벌어진 kt는 10개 팀들 중 가장 먼저 80패를 넘기면서 일찌감치 포스트 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7연패를 당하는 등 9월에 열린 16경기에서 4승 12패(0.250)를 당하며 시즌을 마무리하는 모양새마저 영 좋지 않다.
kt는 남은 12경기 중 8경기가 5위 경쟁권 팀들과의 경기다. 5위 KIA와 3경기, 6위 SK와 1경기, 7위 한화와 1경기 그리고 8위 롯데와 3경기가 남아있다(두산 1경기, NC 3경기). 일찌감치 탈락은 확정됐지만 kt가 이 4개 팀들을 상대로 거두는 성적은 5위 티켓 주인이 뒤바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일단 5위 경쟁에서는 KIA가 가장 유리한 상태다.
9월 7일에 발표되었던 잔여 경기는 추석 연휴 전까지만 해도 당초 발표되었던 대로 9월 20일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추석 연휴 막바지인 17일에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대전과 부산 경기가 19일로 연기되면서 올 시즌 처음으로 월요일에 야구 경기가 열리게 됐다.
3주 동안 열리게 될 잔여 경기 순위 경쟁에서 주목할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4위와 5위 티켓의 주인이 3주 동안 바뀌게 될 가능성이며, 둘째는 사실상 포스트 시즌이 확정된 상위권 팀들의 대진표 작성이다.
아직 2위와 3위의 자리가 서로 바뀔 가능성이 남아 있으며, 4위와 5위가 서로 바뀔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극히 낮은 가능성이지만 6위부터 9위까지 머물러 있는 다른 팀이 3주 동안 5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서로 다른 횟수의 기회가 남아있는 3주가 지난 10월 8일 웃게 될 5개 팀이 어떤 팀들이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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