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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대표팀에 모인 허재 삼부자의 특별한 도전

1년 만에 현장 복귀한 허재 감독 앞에 놓인 만만치 않은 과제들

16.09.05 15:45최종업데이트16.09.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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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한민국 농구대표팀의 최대 이슈는 단연 허재 삼부자의 등장이었다. 한국농구의 전설 허재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5년 만에 복귀했고, 그의 친아들인 허웅(동부)과 허훈(연세대)까지 동시에 국가대표에 뽑히면서 사상 최초로 농구인 삼부자가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게 되는 진기한 장면이 펼쳐졌다.

아무래도 부자가 함께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추는 장면은 다른 종목에서도 좀처럼 보기드물어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물며 감독이자 부친이 바로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의 농구 대통령이었던 허재이기에 더 시선이 쏠린 측면도 있다.

농구팬들은 농구대통령의 아들들이 부친의 현역 시절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아버지가 아닌 지도자로서 허재 감독이 대표팀에서 만난 아들들을 어떻게 조련할지 등을 두고 관심이 모아졌다.

역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실력이다. 아무래도 부자가 한 팀에서 뛰는 상황이고 특히 그 무대가 대한민국 최고 선수들만 모인다는 대표팀인만큼, 실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여러 가지 뒷말이 나오기에 좋은 상황이었다.

허웅·허훈 형제 발탁, 금수저 논란 비켜간 이유

 2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한국 허재 감독의 아들 허웅(오른쪽)과 허훈이 경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16.8.29
2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한국 허재 감독의 아들 허웅(오른쪽)과 허훈이 경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16.8.29연합뉴스

하지만 허웅과 허훈 형제의 대표팀 발탁은 처음부터 이런 선입견에서는 자유로웠던 편이다. 두 선수 모두 '허재의 아들'을 떠나 농구선수로서 유망주 시절부터 차근차근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이름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허웅은 프로무대에서 벌써 두 시즌을 활약하며 2015·2016시즌에는 기량발전상까지 수상하는 등 이미 검증된 선수로 성장했다. 허훈 역시 대학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주목받은지 오래됐다.

약간은 씁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허재 삼부자의 농구대표팀 동반 발탁이 '금수저' 논란을 피해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역설적으로 현재 농구대표팀의 위상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냉정히 말해 대표팀에 발탁된다고 해서 선수나 감독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그리 이득이 되는 부분이 없다.

농구대표팀은 몇 년째 협회 재정 문제 등으로 지원 부족 논란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번 아시아 챌린지를 앞두고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일부 대학생 선수들은 대표팀 발탁기간에도 소속팀과 각종 대회에 번갈아 차출되며 혹사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태극마크라는 수식어가 어느새 명예보다 책임과 부담감만 더 커진 상황에서 이제는 선수들이 부상 없이 건강하게 뛰어주기만 해도 고마운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허웅-허훈 형제의 대표팀 활약상은 아직까지 평가가 다소 엇갈린다. 이번 대표팀 발탁을 통해 먼저  재조명받은 것은 오히려 동생 허훈 쪽이었다. 대학생인 허훈은 지난 윌리엄 존스컵부터 튀니지와의 국내 평가전 2연전을 통해 프로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증명하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허훈은 이미 아마추어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형인 허웅보다도 더 잠재력이 높은 선수로 주목받은 바 있으며 당장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 나오더라도 상위권을 예약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설사 허재 감독이 아닌 누가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더라도 허훈이 충분히 발탁될 만했다는 평가다.

허훈의 잠재력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대표팀을 둘러싼 현재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대표팀은 부동의 주전 가드이던 베테랑 양동근이 어느덧 노장이 되어 태극마크 경력의 끝자락에 와있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부상으로 아예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대안으로 꼽히는 김시래 역시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고, 김선형은 리딩과 볼배급에 능한 정통 1번이라기보다는 2번에 더 어울린다.

허훈은 현재 프로무대에서도 수준급 자원이 많지 않다고 평가받는 정통 포인트가드다. 수비를 붙여놓고 빈 공간을 정확히 찾아내 동료에게 오픈 찬스를 만들어주는 패스 센스와 시야는 프로 주전급 가드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1, 2번을 오가며 속공과 돌파에 장점이 있는 김선형과는 또 다른 장점을 지닌 허훈의 조합은 튀니지와의 평가전을 통하여 그 가치를 검증받았다.

허웅은 동생 허훈에 비하여 듀얼 가드에 가깝다. 다만 1번을 보기에는 리딩 능력이 다소 떨어지고 2번에 더 어울리지만 대표팀에서는 조성민, 이정현, 김선형 등 우수한 자원들이 많은 편이라 활용도가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자신감을 되찾은 튀니지와의 2차전에서는 조성민과 함께 외곽을 이끌며 23점을 몰아넣는 폭발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프로무대에서도 지적받았듯이 약간의 소심한 플레이와 기복만 줄인다면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제 몫을 해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시스템 확립, 세대 교체... 허재 감독 앞에 놓인 과제들

 2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한국 허재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16.8.29
2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한국 허재 감독이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2016.8.29연합뉴스

1년 만에 현장으로 복귀한 허재 감독 역시 공백기에 대한 우려와 달리 현재까지는 대표팀을 무난하게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팀이 계속된 부상 선수 속출과 지원 부족이라는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상황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평가전에서 예상보다 안정된 전력을 보여주며 호평을 얻었다. 특히 높이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앞선에서의 끊임없는 압박과 더블팀을 활용한 수비력으로 짜임새있는 농구를 보여줬다.

허재 감독은 프로무대에서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지만 대표팀 감독으로서는 아직 큰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첫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던 2009년에서는 한국농구의 역대 아시아선수권 최악의 성적을 경신하는 텐진 참사(7위)를 겪었고, 2년 뒤 설욕을 노렸던 2011년 우한 대회에서도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3위에 그쳤다. 당시 중국전 패배 직후 기자회견에서 중국 기자들과 기싸움을 벌였던 '욕설 사건'이 더 화제가 되며 지금도 팬들 사이에서 종종 회자된다.

세 번째로 지휘봉을 잡게된 이번 농구대표팀에서의 허재 감독은 2008년 이후 대표팀에 오랜만에 부활한 전임감독이라는 점에서 어깨가 더 무겁다.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현역 시절 국내보다 국가대항전에서 더 불타오르는 국제용 선수로 명성을 떨쳤던 허재 감독이기에 그 기대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허재 감독에게는 단순히 성적만이 아니라 대표팀 시스템 확립과 세대교체 등 다양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더구나 이번에는 바로 자신의 두 아들과 함께 삼부자가 함께 나라를 대표하여 나서는 무대인 만큼 더욱 뜻 깊다.

농구 대표팀은 9월 6일, 2016 제1회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챌린지가 열리는 이란 테헤란으로 출국한다.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은 일본, 태국과 같은 D조에 속해 있으며 상위 2위까지 8강에 진출한다. 허재 삼부자의 결합이 진정한 시험무대라고 할수 있는 아시아챌린지에서도 좋은 시너지효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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