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 남자농구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튀니지의 경기에서 한국 허재 감독의 아들 허웅(오른쪽)과 허훈이 경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16.8.29
연합뉴스
하지만 허웅과 허훈 형제의 대표팀 발탁은 처음부터 이런 선입견에서는 자유로웠던 편이다. 두 선수 모두 '허재의 아들'을 떠나 농구선수로서 유망주 시절부터 차근차근 잠재력을 인정받으며 이름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허웅은 프로무대에서 벌써 두 시즌을 활약하며 2015·2016시즌에는 기량발전상까지 수상하는 등 이미 검증된 선수로 성장했다. 허훈 역시 대학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주목받은지 오래됐다.
약간은 씁쓸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허재 삼부자의 농구대표팀 동반 발탁이 '금수저' 논란을 피해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역설적으로 현재 농구대표팀의 위상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냉정히 말해 대표팀에 발탁된다고 해서 선수나 감독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그리 이득이 되는 부분이 없다.
농구대표팀은 몇 년째 협회 재정 문제 등으로 지원 부족 논란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번 아시아 챌린지를 앞두고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일부 대학생 선수들은 대표팀 발탁기간에도 소속팀과 각종 대회에 번갈아 차출되며 혹사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태극마크라는 수식어가 어느새 명예보다 책임과 부담감만 더 커진 상황에서 이제는 선수들이 부상 없이 건강하게 뛰어주기만 해도 고마운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허웅-허훈 형제의 대표팀 활약상은 아직까지 평가가 다소 엇갈린다. 이번 대표팀 발탁을 통해 먼저 재조명받은 것은 오히려 동생 허훈 쪽이었다. 대학생인 허훈은 지난 윌리엄 존스컵부터 튀니지와의 국내 평가전 2연전을 통해 프로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증명하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허훈은 이미 아마추어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형인 허웅보다도 더 잠재력이 높은 선수로 주목받은 바 있으며 당장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 나오더라도 상위권을 예약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설사 허재 감독이 아닌 누가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더라도 허훈이 충분히 발탁될 만했다는 평가다.
허훈의 잠재력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대표팀을 둘러싼 현재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대표팀은 부동의 주전 가드이던 베테랑 양동근이 어느덧 노장이 되어 태극마크 경력의 끝자락에 와있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부상으로 아예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대안으로 꼽히는 김시래 역시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고, 김선형은 리딩과 볼배급에 능한 정통 1번이라기보다는 2번에 더 어울린다.
허훈은 현재 프로무대에서도 수준급 자원이 많지 않다고 평가받는 정통 포인트가드다. 수비를 붙여놓고 빈 공간을 정확히 찾아내 동료에게 오픈 찬스를 만들어주는 패스 센스와 시야는 프로 주전급 가드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1, 2번을 오가며 속공과 돌파에 장점이 있는 김선형과는 또 다른 장점을 지닌 허훈의 조합은 튀니지와의 평가전을 통하여 그 가치를 검증받았다.
허웅은 동생 허훈에 비하여 듀얼 가드에 가깝다. 다만 1번을 보기에는 리딩 능력이 다소 떨어지고 2번에 더 어울리지만 대표팀에서는 조성민, 이정현, 김선형 등 우수한 자원들이 많은 편이라 활용도가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자신감을 되찾은 튀니지와의 2차전에서는 조성민과 함께 외곽을 이끌며 23점을 몰아넣는 폭발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프로무대에서도 지적받았듯이 약간의 소심한 플레이와 기복만 줄인다면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제 몫을 해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시스템 확립, 세대 교체... 허재 감독 앞에 놓인 과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