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인생을 멋지게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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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을 찾았습니다. 가구 시공기사를 찾는 공고가 눈에 띄었습니다. 채용조건은 간단했습니다. '건강한 신체'. 가진 건 몸뚱이 하나뿐인 저질스펙인 저에게 안성맞춤인 일이었습니다. 운동신경 제로인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두렵기도 했습니다.
당신을 응원합니다그런데 신기하게 또 다른 한 작품의 대사가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당시 재밌게 시청하던 JTBC의 <라스트>(서울역에 사는 노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라는 드라마였습니다. 노숙자들의 대장 격인 인물이 세상을 피해 숨어만 있는 노숙자들에게 일침을 날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자기비하에 빠진 노숙자들을 향해) "늬들은 세상 사람들이 다 너희를 깔본다고 생각하지? 내가 볼 때 너를 제일 깔보는 건 바로 너 자신이야!"(건설현장 노동부터 다시 도전하는 노숙자들을 향해) "그래, 그렇게 시작하면 돼. 땀 흘려 얻은 밥 한 공기의 소중함. 그것부터 알아가면 돼.""나중에 늙으면 일하고 싶어도 못할 때가 와."이 대사들을 만든 작가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을 수 있겠지만, 저는 정말 뜨끔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주인공이 다그치는 '세상과 등진 노숙자'는 바로 제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대사가 저에게 하는 말 같았습니다. 저도 그들처럼 용기를 내어 일을 시작했습니다.
편하게 살아온 '요즘 것들'인 저에게는 그동안 겪지 못한 고된 노동이었습니다. 그리고 남자들의 세계였습니다. 초보자를 살살 달래며 가르치는 자비 따위는 없는, '빨리빨리'가 법칙인 곳. 군살도 빠지고, 힘든 노동을 하니 불면증도 사라졌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떳떳하게' 먹는 김밥과 햄버거도 맛있었습니다.
그렇게 1년을 일하며, 학자금 대출을 해결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다시 아르바이트하며 구직활동 중입니다. 이런 제가 우스우시죠? 네깟놈이 뭘 얼마나 해봤다고 이렇게도 거창하게 징징거리느냐고. 누가 뭐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늦은 나이에 겪게 된 사춘기, 저에게는 지금이 정말 중요하고 힘든 시기이거든요.
혹시 지금 잠시라도 인생에서 웅크리고 있는 분이 계신다면 영화 <우드잡>을 추천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제가 생각하는 좋은 영화란,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영화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를 다시 한 번 박차고 일어나게 해준 <우드잡>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30살의 지질한 인생이, 어딘가에 무엇이든 털어놓고 싶었나 봅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숨지 않고, 칭얼거리지 않고, 어른답게. <우드잡>의 주인공처럼 밖에 나가 뭐라도 부딪히며 살다 보면 답이 나오겠죠? 한심한 저 주인공도 해내잖아요. 잠시 넘어져 있는 당신도 이 영화 보시고 다시 일어나시길. 진심으로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