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10년 넘게 고양잇과 동물들을 촬영해온 고든 뷰캐넌은 이번 원정에서 열대밀림부터 험준한 산악지역까지 종횡무진 활약한다. 호랑이가 나타날 만한 곳이면 어디라도 그는 카메라를 설치했고, 마지막 희망일 수도 있는 히말라야 호랑이 발견에 결국 큰 기여를 하게 된다.
BBC의 힘 보여준 다큐멘터리<호랑이, 잃어버린 땅>은 총 3개의 에피소드(각 50분)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원정대원들을 소개하고, 이 탐험의 배경과 목적을 설명한다. 2부는 원정 개시 열흘 이후부터의 여정인데, 호랑이 서식의 증거 확보가 주된 내용이다. 마지막 3부에서는 산악지대로 수색망을 확대한 탐험대의 이야기가 나오고, 조지는 원정 보고서를 가지고 부탄의 수상도 만난다. 바야흐로 원정대의 귀중한 발견이 현실 세계와 연결되는 멋진 순간을 결말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히말라야의 야생 호랑이 통로가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멸종 위기 동물 보호 활동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오랜 세월동안 호랑이 보존에 힘써온 전문가들이 베일에 싸여 있던 히말라야의 야생 호랑이를 보며 그 어떤 말보다 '아름답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했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발견에 대해 거창한 설명을 덧붙이기보다는, 그저 아름다운 생명을 향해 경탄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는 그들을 보며 인간의 '진정성'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그리고 원정대원들이 단순히 호랑이 발견에만 함몰되지 않고, 그 지역 사람들이 호랑이의 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앞으로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강한 신념을 가진 인간들은 그 이념에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타인의 입장을 등한시하기 쉬운데, 이 작품 속 전문가들은 야생동물 보존과 현지 주민의 생활이 둘 다 중요하다는 걸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모두에게 참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는 듯하다.
"서식지를 정할 때 그 장소만 놓고 생각할 순 없어요. 사람도 같이 고려해야 하죠. 야생동물이나 그 동물의 서식지를 보존하는 일을 할 때는 늘 사람도 같이 고려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어떤 노력도 소용 없거든요."부탄은 이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2010년 유럽 신경제재단이 조사한 세계 행복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국가다. 단순하게 말해서 헬조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행복한 나라'인 셈인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부탄 사람들의 말 또한 기억해둘 만하지 않을까 싶다.
호랑이로 인한 가축 피해를 염려하는 조지의 물음에 한 주민은 "야생동물과 함께 사는 건 인간에게도 좋죠"라고 말한다. 이들은 야생동물과의 조화를 원래부터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건데, 이 대답에 옥스포드의 생물학 박사도 부탄은 굉장히 흥미로운 곳이라고 말한다. 또 조지와 만난 부탄의 수상은 이렇게 감사를 표한다. "호랑이는 우리 세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것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백두산 호랑이가 사라진 것을 항상 아쉬워 하는데, 만약 지금 당장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갑자기 호랑이가 출현한다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연, 그 호랑이는 야생에서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배고파서 가축이라도 몇 마리 잡아먹었다가는 지역주민들이 가만 있지 않을 테고, 잠깐 한눈이라도 팔면 밀렵꾼들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다. 입으로만 백두산 호랑이를 떠드는 불행한 나라 국민들과 근본적으로 야생동물과의 조화를 생각하는 행복한 나라 국민들의 차이를 우리도 이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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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