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부분에서 괜찮았지만, 굉장히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다. 특히 스토리 전개와 화면 전환의 유기성에서 상당히 형편 없었다. <반지의 제왕>의 친절함이 새삼 그리웠다.
UPI코리아
'드레노어'에 사는 오크 종족, 그 정예부대는 행성이 황폐해지자 차원의 문을 열어 인간을 비롯한 얼라이언스의 땅 '아제로스'로 쳐들어간다. 오크 종족의 대마법사이자 여러 부족장 위에 군림하는 굴단의 사악한 지옥 마법에 의해서였다. 인간, 엘프, 드워프 등의 7종족이 어울려 사는 '아제로스'에서 오직 인간만이 오크 종족을 상대한다. '전쟁의 서막'답지 않은 빠른 전개, 그리고 '전쟁의 서막'다운 소규모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인간 종족의 린 왕, 수호자 메디브와 사령관 로서는 전쟁을 진두지휘한다. 그 와중에 수호자의 제자 카드가와 오크의 노예에서 로서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 가로나가 큰 역할을 한다. 한편, 오크 종족은 내분에 휩싸인다. 정예부대를 이루고 있는 3 종족 중에서 비교적 약한 축에 속하는 서리늑대 부족의 장인 듀로탄이 굴단의 지옥 마법을 못마땅하게 여기게 된 것이다. 생명력으로 시전되는 지옥 마법으로 자신의 고향이 황폐해진 걸 깨닫고 인간 종족과 연결을 시도한다. 과연 성공할까.
여기에 수호자와 제자, 듀로탄과 그의 절친 그리고 아내와 자식, 가로나와 로서 그리고 굴단, 은근히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들이 의외로 복잡하다. 스토리를 기대하기 힘든 와중에 괜찮은 설정이다. 또한, 미국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연상케 하는, 뜻밖의 죽음들은 탄성을 자아낸다. 마무리도 '전쟁의 서막'의 선을 지켰다. "이 영화는 시리즈의 1탄입니다, 곧 2탄이 나옵니다"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보았기에 그나마 건진 수확이라 하겠다.
굉장히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다오랜만에 시원하게 욕하면서 보고 싶었다. 결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의 영화들, 기대를 하고 봤던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엑스맨 : 아포칼립스>이 하나같이 실망스러웠기에, 훨씬 못 미치는 평가를 받은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앞엣것들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한 게 없었다. 어쭙잖은 철학을 넣는 것보다 넣지 않는 게 낫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치켜세울 마음은 없다. 굉장히 불친절하고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시리즈가 계속되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은데, (중국을 제외한) 1편의 흥행 참패로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일반 대중이 챙겨보진 않을 듯하니 이대로의 느낌으로 가는 게 나을 것이다.
스토리 전개와 화면 전환의 유기성은 어떤가. 가장 거스르는 부분 중 하나였는데, 몇 마디 말로 대신하는 주요 장면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오크와 인간의 '전쟁'인데, 전쟁은 나오지 않고 '전투'만 나왔다. '얼라이언스'의 아제로스인데, 인간만 나온 건 애교로 봐줄 정도다. 시리즈의 1편이라는 걸 강하게 인지하고 캐릭터 각각에 지나치게 생명력을 불어넣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손 치더라도, <반지의 제왕>의 친절함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애증의 시리즈 <반지의 제왕>이다.
중국의 존재로 아마 시리즈는 이어질 것 같다. 1편을 본 입장에서 2편도 보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워크래프트 세계관을 공부할 필요성을 약간 느낀다. 그러며 '게임'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뭔지 모를 포근함까지 느껴진다. 고맙다고 해야 할까. 많은 사람의 기억을 되살리고 또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콘텐츠는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