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 현판.
영화진흥위원회
'영화발전기금 3% 포함'극장에서 구입한 영화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를 볼 수 있다.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 한 편 당 3%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국영화산업 부문에 지원하는 셈이다. 이 영화발전기금(아래 영발기금)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산으로 편입돼 각종 사업에 쓰이게 된다.
이 영발기금이 관객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문에 쓰이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올해 책정된 총 600억 원의 영발 기금 중 12억 원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에 쓰이게 된 것이다. 또한 최근들어 관객의 직접 혜택과는 무관한 기술 부문 예산도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스타>가 확인한 영진위 진흥사업목록에 따르면, 2016년도 사업으로 '차세대 영상콘텐츠 제작지원사업'이 신설됐다. 여기에 책정된 예산은 약 18억 원 정도. 세부 설명을 보면 '평창동계올림픽의 다양한 부대행사(홍보, 체험)에 필요한 체험' 즉 올림픽 경기 체험용 4D 영상과 관련 다큐 제작에 12억 원, 사전시각화(프리 비즈) 작업에 6억 원이 쓰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현장인력전문성 강화 사업', '첨단기술 실험단편영화 제작 지원 사업' 부문을 살펴보면 3D, 스크린X, VR(가상현실 체험) 교육 및 해당 기술을 사용한 작품에 대한 예산이 대거 배정돼 있다.
쓰임새 과연 적절한가
언급한 사업은 모두 기술 부문에 해당하는 지원이다. 이 같은 기술 부문 예산만 올해 총 80억 원. 2016년 영진위 전체 예산 600억 원(영진위 예산은 100% 영발기금으로 구성돼 있다-기자 주) 중 13.3%에 달하는 비중이다. 참고로 2014년도 영진위의 기술 부문 지원금은 53억 원, 2015년은 58억 원이었다.
상황에 따라 늘거나 줄긴 했지만 최근까지 영진위 1년 예산은 평균 500억원 중후반 남짓이었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개인 의사에 상관없이 자동으로 영발기금을 내게 돼있는데 관객의 직접 혜택을 위해 기금을 쓰지 않고 그 목적성이 모호하거나 다른 정부부처에서 진행할 법한 사업까지 영진위가 돈을 대고 있는 모양새라 일각에서 강한 비판이 일고 있다.
게다가 영발기금 자체가 이미 몇 차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관객에게 자동으로 기금을 징수하는 게 맞는지 논란을 거듭하다 급기야 지난 2008년엔 일부 관객과 극장 운영자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 위헌의견을, 4명이 합헌의견을 냈지만, 3분의 2 이상 동의 원칙에 따라 가까스로 합헌으로 결론이 났다.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고, 관객이 영화발전을 책임질 이유가 없으며, 기금이 관객의 집단적 이익을 위해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 위헌의견의 주된 이유였다. 진통을 거듭하던 영발기금은 2014년 12월까지만 징수할 예정이었으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으로 오는 2021년까지 징수가 연장된 상태다.
최현용 한국산업전략센터 소장은 <오마이스타>에 "영진위가 (제한된 예산을 가지고) 무엇을 어떻게 지원하는 게 맞는지 핵심부터 파악해야 하는데 명확한 원칙이 없어 보인다"며 "예산 편성을 보면 단기간에 VR 기술 등을 영화에 적용하려는 것 같은데 그보다는 기술 정책을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사업 또한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닌 외주를 주고 있어서 문제"라고 비판했다.
엄밀하게 이 예산은 영진위가 아닌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게 합당하다는 지적도 많다. 이를 증명하듯 영진위 사업계획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의) '일반회계이전'이라 표기돼 있다. 본래 문체부 주관이었으나 어떠한 이유로 이 사업을 영진위가 대신 하게 됐다는 의미다. 회계 이전에 따라 영진위 예산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스키점프, 스노보드 체험 영상 등이 영화 관객들의 돈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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