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모리뉴 감독 선임 공식 발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새 감독으로 선임된 조세 모리뉴가 지난 5월 27일, 런던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나오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5월 27일, 그가 맨유의 새 감독으로 3년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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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이 타 빅리그와 차별화된 특징 중 하나는 강팀과 약팀과의 격차가 크지 않고, 절대 강자가 없다는 점이다. 스페인이나 독일, 이탈리아 등이 보통 절대 1강 혹은 많아 봐야 2~3팀 정도가 항상 돌아가며 우승을 차지하는 데 비하여, EPL은 2009-2010시즌부터 최근 7년간 연속 우승을 차지한 팀이 하나도 없었다. 지난 시즌 레스터 같은 중소클럽이 우승을 차지한 것도 EPL이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는 다시 말하면 일정한 수준에 있는 팀들이라면 누구나 다음 시즌 우승에 도전해볼 만하다는 의미가 된다.
외국인 감독들의 강세도 두드러진다. 특이하게도 최근 EPL 상위권 팀들을 살펴보면 영국 출신 감독이 한 명도 없다. 지난 시즌 영국 감독이 이끈 팀중 가장 성적이 좋았던 것이 9위를 기록한 스토크시티의 마크 휴즈 감독이었다.
라니에리와 콘테 감독은 이탈리아 출신, 벵거는 프랑스, 모리뉴는 포르투갈, 클롭은 독일, 과르디올라는 스페인, 포체티노 감독은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이런 추세로 인하여 EPL은 스페인이나 독일처럼 고유의 스타일을 공유하기보다는 다양한 현대축구의 전술적 트렌드가 춘추전국처럼 공존하는 경연장에 가깝다. 감독의 전술과 철학에 따라 각 팀의 색깔 차가 극명하게 갈리다 보니 더욱 흥미진진하다.
다양한 출신 배경과 스토리를 가진 감독들 간 얽히고설킨 라이벌 구도도 매우 흥미롭다. 스페셜 원으로 불리는 모리뉴 감독은 첼시, 포르투,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등 세계적인 명문 팀들의 지휘봉을 잇달아 잡으며 무수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우승청부사다.
모리뉴 감독은 불과 지난 시즌까지 첼시 사령탑으로 맡아 2000년대 알렉스 퍼거슨의 맨유와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왔던 이력이 있다. 올시즌 맨유는 모리뉴 감독 이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에릭 베일리, 폴 포그바 등 막대한 투자로 이적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며 전력보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리뉴 감독은 최근 EPL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이 맞붙는 '커뮤니티 실드'에서 레스터시티를 2-1로 꺾으며 맨유 부임 이후 첫 우승트로피를 선물하기도 했다.
'지장'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맨체스터 시티 지휘봉을 잡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도 주목받고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와 뮌헨에서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눈부신 성공을 거뒀지만 한편으로는 '우승이 보장된 팀에서 쉽게 성과를 올렸다.'는 폄하도 여전히 따라다닌다. 맨시티는 EPL의 신흥강호이자 부자구단이기는 하지만, 리그에서의 위상은 바르셀로나나 뮌헨처럼 독보적이지는 않다. 어떤 면에서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리더십이 진정한 시험무대에 오르는 순간이기도 하다.
쟁쟁한 경쟁자들, 불꽃 튀는 대결 기대과르디올라는 모리뉴 감독과의 라이벌 구도로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은 바르셀로나 시절 코치와 선수로서 인연을 맺은 적이 있고, 지도자가 된 이후에는 각각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사령탑으로 팽팽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던 애증의 관계다. 모리뉴 감독이 탄탄한 수비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실리 축구와 심리전을 통한 언론플레이에 능하다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티키타카'로 대표되는 점유율 축구의 정점을 완성한 축구 전술가로 꼽힌다. 두 사람이 하필 EPL의 대표적인 라이벌팀의 지휘봉을 맡으며 잉글랜드 무대에서 재회하면서 다음 시즌 '맨체스터 더비'는 더욱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EPL의 최장수 터줏대감인 벵거 감독은 아스널의 전성시대를 연 인물이지만 2003-2004시즌 무패 우승을 끝으로 최근 12년 연속 리그에서 무관에 그치면서 팬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특히 지난 시즌 경쟁팀들의 동반침몰에도 불구하고 레스터시티에 우승컵을 빼앗긴 것은 벵거 감독에 대한 신뢰를 많이 떨어뜨렸다. 벵거의 '천적'으로 꼽히는 모리뉴와 과르디올라 등이 가세한 다음 시즌의 아스널은 우승 도전은커녕 4위권 수성조차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느덧 칠순을 바라보는 벵거 감독은 2017년 아스널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가운데 향후 거취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클롭 감독은 명가 리버풀의 재건이라는 중책을 맡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클롭 감독은 전방위 압박축구의 독일식 표현인 게겐 프레싱을 앞세워 도르트문트의 전성기를 열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스페셜 원 모리뉴 감독과의 비교에 대하여 자신을 노멀 원(보통사람)이라고 칭하기도 했으며, 과르디올라 감독과는 독일 무대에서 경쟁하며 뮌헨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 역할을 맡기도 했다. 지난 시즌 중반에 팀을 물려받아 유로파 4강 등의 호성적으로 가능성을 증명한 클롭 감독은 올 시즌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자기 색깔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