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KCC는 지난 19일 열린 고양 오리온과의 2015-2016 KBL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대역전극을 이뤄내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기분 좋은 역전승, 그리고 홈 이점을 지닌 상황에서 KCC의 2연승 전망은 매우 밝았다. 1차전 승리 주역인 김민구를 비롯해 KCC 선수단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다.
하지만 KCC는 1차전의 상승세를 2차전에서 이어가지 못했다. 1쿼터부터 리드를 빼앗긴 KCC는 시종일관 오리온에 끌려갔고 그럴싸한 반격도 해보지 못한 채 홈에서의 2연전을 1승 1패로 마무리했다. 패배를 직감한 KCC 추승균 감독은 일찌감치 주력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이며 홈팬들 대신 3차전을 선택했다.
71-99라는 스코어가 말해주 듯, 이날 KCC에서 자신의 몫을 해낸 선수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부진한 선수들은 있었다. 바로 포인트가드 김태술과 슈터 김효범이 그 주인공이다. 김태술은 20분을 뛰며 3득점 3리바운드 0어시스트 2턴오버를, 김효범은 17분을 뛰며 무득점 1어시스트 2턴오버를 기록했다.
두 선수의 부진한 활약은 오리온 선수들과의 비교를 떠나, 팀내 동일 포지션 선수들과의 비교를 통해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김태술과 동일 포지션의 전태풍은 이날 21분을 뛰며 11득점을, 김효범과 동일 포지션의 김민구는 16분을 뛰며 6득점 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비슷한 시간을 뛰었음에도 동일 포지션 선수들과 비교해 확실히 부진한 기록을 남긴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김태술과 김효범의 부진이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선수의 부진은 4강 플레이오프부터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우선 김태술을 살펴보자. 김태술의 부진은 사실 4강 플레이오프부터가 아닌 지난 2014-2015시즌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김태술은 지난 시즌 KCC 이적 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자신감을 잃은 채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계속 되고 있는 김태술 부진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번 시즌 KCC의 화려한 멤버 구성과 전력에 가려졌지만, 김태술의 부진은 지난 시즌보다 더욱 심화됐다. 특유의 리딩 능력과 수비를 허무는 날카로운 패스는 자취를 감췄다. 수비는 물론이고 공격에서도 좀처럼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공격에서는 전태풍, 수비에서는 신명호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정규시즌 평균 4.5득점 3.7어시스트에 그쳤다.
놀라운 점은 정규시즌보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그리고 4강 플레이오프보다 챔피언 결정전에서 점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태술은 KGC와의 4강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평균 22분을 뛰며 3.5득점 1.8리바운드 1.5어시스트 1.0턴오버 야투 성공률 25%를 기록했다. 그리고 오리온과의 챔피언 결정전 1, 2차전에서는 평균 20분을 뛰며 1.5득점 3.5리바운드 0어시스트 1.5턴오버 야투 성공률 10%를 기록하고 있다.
출장 시간만 놓고 보면 식스맨보다는 주전급에 가깝지만, 코트에서의 활약과 임팩트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평균 7분을 뛰며 5.0득점 2.5리바운드를 기록 중인 루키 송교창보다 못하다. 참고로 김태술의 이번 시즌 연봉은 5억이다. KBL에서 5억 이상의 연봉을 받고 있는 선수는 총 9명에 불과하다. 그중 한 명이 바로 김태술인 것이다. 거듭되는 부진에도 불구하고, 추승균 감독은 그에 대한 믿음을 좀처럼 거두지 않고 있다.
추승균 감독은 수비 전문 선수나 다름없는 신명호가 오랜 시간 뛸 경우 공격에서의 밸런스가 무너진다고 언급했다. 그런 이유로 신명호보다는 김태술에게 많은 출장 시간을 부여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태술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단 한 개의 어시스트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으며 야투 성공률이 1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김태술과 신명호 중 어느 선수를 중용하는 것이 공수 밸런스에 유용할지 객관적인 관점에서의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오리온의 포인트가드 잭슨은 챔피언 결정전 2경기에서 평균 19.0득점 5.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펄펄 날고 있다. 수비력이 약한 전태풍과 김태술이 오랜 시간 뛰면서 잭슨이 맹활약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전태풍은 공격에서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지만, 김태술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도움이 되지 못한 채 잭슨의 맹활약이 이어지도록 돕고 있다.
돌아올 기미 없는 김효범의 슛 감각
김태술과 달리 김효범의 부진은 4강 플레이오프부터 시작됐다. 김효범은 이번 정규시즌에서 평균 8.0득점, 3점슛 성공률 37.6%를 기록하며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 들어서자 김효범은 지난 시즌까지의 극도로 부진했던 모습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김효범은 KGC와의 4강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평균 21분을 뛰며 3.0득점 2.3리바운드 1.5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10.5%(19개 시도 2개 성공)에 그쳤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김효범의 집 나간 슛 감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김효범은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에서 평균 23분을 뛰며 3.5득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25.0%(4개 시도 1개 성공)에 그치고 있다. 4강 플레이오프에 비해 3점슛 성공률이 향상됐지만 3점슛 시도 자체를 망설이며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효범의 부진은 동일 포지션 김민구(3점슛 5개 시도 3개 성공)와 비교되면서 더욱 도드라지고 있다.
김효범은 공격에 비해 수비에서 약점을 지닌 선수다. 수비에서의 약점을 공격으로 커버해야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효범은 4강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공수에서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승균 감독은 계속해서 김효범의 출장 시간을 배려해주고 있다. 그의 정규시즌 활약과 큰 경기 경험을 믿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김민구와 김지후 등 김효범과 동일한 장점을 지닌 선수들은 보다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KCC는 이번 시즌 통합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전태풍과 에밋, 하승진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각각의 포지션에서 최상의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을 뒷받침 해주어야 할 억대 연봉자들인 김태술과 김효범은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에서 좀처럼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김태술과 김효범의 부진이 지속된다면, 그들에게 절대적 신뢰를 보내고 있는 추승균 감독도 자신의 생각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홈에서 1승 1패에 그친 KCC의 챔피언 결정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추승균 감독의 김태술과 김효범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3차전 이후에도 계속해서 지속될지, 2차전 완패로 인해 추승균 감독의 선수 활용에 변화가 생길지 흥미롭게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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