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트라이트> 포스터
팝엔터테인먼트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2002년 <보스턴 글로브>가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에 관해 취재한 실화를 다룬다. 당시 미국 사회가 받은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사제가 아동을 성추행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그 이면에 자리 잡은 미국 사회의 추한 일면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권위가 성추행을 제도화하는 데 쓰인 것이다.
사실 2002년 미국에서 밝혀진 사제의 아동 성추행은 전혀 새로운 담론이 아니었다. 1980년대 길버트 고테 사제의 아동 성추행이 드러나면서 곳곳에서 신고가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존 제이 대학의 2006년 조사에 따르면 2000년부터 3년간의 아동 성추행 신고 건수는 1950년부터 1989년까지의 신고 건수에 세 배를 넘어섰다. 그동안 감춰왔던 진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문제는 '왜 같은 일이 반복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것처럼 1976년 아동 성추행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존 게오건 신부는 36년간 성직에 몸담으며 6개의 교구에서 수십 명의 아동을 성추행했다. 교회는, 미국 사회는 왜 막지 못했을까.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미첼 개러비디언(스탠리 투치 분)이 남긴 말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그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지만, 한 아이를 학대하는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자의 마을이 교육을 위한 시스템이라면 후자의 마을은 방관과 방조를 위한 시스템이다. 보스턴 대교구장인 버나드 로 추기경 (렌 카리오우 분)은 사건의 진실을 알고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호사를 앞세워 피해자와 은밀히 합의하고 해당 사제는 병가·전출 등을 통해 '또 다른 교구'로 보내는 방식을 '시스템화'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교회가 온 사회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잘못을 고발하고 피해자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이들은 아버지의 권위 앞에서 하나같이 침묵했다. 경찰서장은 범죄 정황을 모두 파악하고도 끝내 수갑을 채우지 않으려 하고, 검사는 기소를 망설이며 판사는 교회에 불리한 판결 내리기를 꺼린다. 사회 유력 기관들의 이 같은 권력 행사는 교회의 보이지 않는 권위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좀처럼 적발할 수도 근절할 수도 없었다.
실제 스포트라이트 팀장인 월터 로빈슨은 매거진 슬레이트(SLATE)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스턴에서 가톨릭교회의 힘을 절감한 사례를 밝혔다. 매사추세츠 주법에는 아동 학대에 대한 신고 의무자 조항이 있는데 의사·교사·간호사 등이 해당된다. 여기에 성직자를 포함하려 할 때마다 가톨릭 교회가 제동을 걸었고 법은 통과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교회에 문제를 제기해야 할 대목이지만 도시는 침묵했다. 교회의 권력이 아니라 권위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언론이 침묵한 결과는 참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