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김호령, 빠른 발로 득점까지기아 김호령이 23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셀룰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 3회 말 1사 1루 상황에서 김주찬의 우중간 2루타로 홈인하고 있다.
유성호
연습경기는 승리로 끝났지만, 훈련은 다시 시작됐다. 지난 26일 오후 4시 무렵, 기아 타이거즈의 전지 훈련장인 오키나와 킨 야구장. 경기를 마친 SK 와이번스 선수들이 떠난 후 기아 선수단은 삼삼오오 조를 나눠 다시 연습에 돌입했다.
훈련을 지켜보던 김기태 기아 감독의 시야에 열심히 방망이를 돌리고 있는 김호령이 포착됐다. 김호령은 24일 니혼햄전에서는 오타니를 상대로 2루타를 때려내 김기태 감독으로부터 상금 3만 엔을 받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삼진 1개를 포함해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김기태 "(타격할 때) 공회전을 보고 치냐, 안(보고)치냐? 직구는 (회전이) 이렇고, 그럼 포크볼은?"김호령 "(자신 없는 목소리로) 보긴 보는데요, 보고는 못 쳐요."김기태 "안 본다고? (타석에서) 볼을 볼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자 봐라잉."김 감독은 타격 자세를 잡은 김호령에게 직접 볼을 토스해 주기 시작했다. 직구와 변화구 타이밍을 포착해 공을 때려내는 연습이었다. 김 감독은 김호령의 스윙이 맘에 들 때마다 '옳지', '그렇지'라는 추임새를 곁들여 쉴 새 없이 스윙을 독려했다.
기마 자세로 한동안 방망이를 돌리던 김호령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토스 배팅도 중단됐다. 김호령은 타격 시 축이 되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오른쪽 허벅지를 붙잡았다.
김기태 "몇 개 쳤다고 힘들다고 하냐, 진짜 힘드냐."김호령 (머뭇거리며 힘들다는 표정)김기태 "그래? 그럼 계속 치자."'쉬었다 하자'는 말 대신 다시 시작된 토스 배팅. 김기태 감독이 "앞으로 20개"를 외치며 빠른 속도로 공을 던져주기 시작했지만, 배팅은 20개를 채우지 못하고 다시 중단됐다. 이번에도 오른쪽 허벅지 통증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분명히 20개라고 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야구가 쉬운 줄 아느냐"며 김호령을 다그쳤다.
김 감독의 일대일 개인지도는 1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김호령에게 준 상금 3만 엔을 훈련으로 모두 회수하겠다는 듯 레슨의 강도는 높았다. 훈련을 마친 김호령은 "너무 힘들었다"라면서도 후련하다는 표정이었다.
"대기 자세에서는 힘을 빼고 임팩트(공이 방망이에 맞는) 순간에만 힘을 주는 연습이었어요. 또 오른팔이 뒤에서 빨리 나오게 하기 위한 연습이었는데요. 힘들었지만 스윙이 빠르게 나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김기태 감독도 "스윙이 빠르게 나올 수 있어야 공을 보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며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시킨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감독의 레슨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김호령은 지난 27일 열린 한화 이글스전에서 8회 대타로 나와 2루타를 뽑아냈다. 투 스트라이크 투 볼에서 상대 투수 김민우가 던진 떨어지는 변화구를 잘 골라낸 후, 7구째 빠른 볼을 우중간 쪽으로 날려 보냈다. 간결하고 빠른 스윙이 돋보이는 타격이었다. 한 차례이긴 하지만, 전날 연습할 때 설정했던 볼카운트 상황에서 정확한 타격으로 타구 질까지 좋은 안타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김호령은 "연습한 대로 힘을 빼고 임팩트 순간에만 힘을 모으는 것에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중견수로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김호령, 프로에 첫선을 보였던 지난해에는 뛰어난 수비력에 비해 타격(타율 0.218)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김호령이 타격에서 성장세만 보여준다면 기아의 중견수 자리는 당분간 그의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팀도 중견수 걱정을 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