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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연발, 그래도 18살 범수의 하루는 해피엔딩

[타이거즈_Lab] '아기 호랑이' 신범수, 좌충우돌 프로 적응기

16.02.28 12:18최종업데이트16.02.2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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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전지훈련] 포구 실패로 실점 허용하는 신범수 기아 신범수가 27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킨 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연습경기 8회초 1사 3루 정현석 내야땅볼 때 야수선택으로 홈에 송구되는 공을 놓쳐 윤승열에게 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기아 전지훈련] 포구 실패로 실점 허용하는 신범수기아 신범수가 27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킨 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연습경기 8회초 1사 3루 정현석 내야땅볼 때 야수선택으로 홈에 송구되는 공을 놓쳐 윤승열에게 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유성호



포수 신범수는 올해 고교를 졸업하고 기아 타이거즈에 입단한 신인이다. 체격(키 177cm, 몸무게 84kg)은 다부지지만, 얼굴에서는 아직 10대의 앳됨이 묻어난다.

신범수는 지난 27일 기아 vs. 한화의 연습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한화전에 자신이 선발 포수로 나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김기태 감독은 이날 경기에 신예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신범수의 이름도 라인업에 올렸다. 타순은 8번이었다.

프로 첫해부터 1군 스프링 캠프에 초대될 정도로 기대를 받는 신범수지만 경험 부족에서 오는 긴장감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긴장감의 압박이 가장 큰 1회부터 3회까지는 선발 투수 김윤동과 호흡을 맞춰 비교적 큰 실수 없이 잘 넘겼다. 

"윤동이 형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27일 오후 오키나와 킨 야구장에서 열린 기아와 한화와의 스프링캠프 전지훈련 연습경기에 첫 선발 포수로 출전한 기아 신범수가 경기를 마친 뒤 패배로 아쉬워하자, 조계현 수석코치와 타케시 배터리코치가 신 선수에게 찾아가 격려하고 있다.
27일 오후 오키나와 킨 야구장에서 열린 기아와 한화와의 스프링캠프 전지훈련 연습경기에 첫 선발 포수로 출전한 기아 신범수가 경기를 마친 뒤 패배로 아쉬워하자, 조계현 수석코치와 타케시 배터리코치가 신 선수에게 찾아가 격려하고 있다.유성호

하지만 4회에 일이 터졌다. 2루수 실책으로 한화 이용규가 1루에 살아나갔고 타석에는 오키나와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을 치고 있는 최진행이 들어섰다. 최진행의 타구가 파울 지역에 떴는데 신범수는 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찾지 못했다. 공은 신범수의 미트 대신 1m 옆 땅바닥에 떨어졌다.

아웃 위기를 넘긴 최진행은 보란 듯이 중앙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을 때려냈다. 흔들린 투수 김윤동은 후속 타자들에게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1점을 더 실점했다. 신범수는 김윤동의 실점이 자신의 실책성 플레이 탓인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내가 파울 플라이를 잡았으면 윤동이 형이 홈런을 안 맞았을 텐데, 너무 긴장해서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정말 미안한 마음뿐이었어요."

아쉬운 플레이는 몇 개 더 나왔다. 8회 초 한화 윤승열이 홈으로 들어올 때 원바운드된 송구를 포구하지 못해 득점을 내줬다. 따지자면 송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야수의 책임이 더 크지만, 신범수는 공을 잘 잡아 동료의 실수를 덮어줬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자책했다. 

"오늘 경기를 돌아보면 블로킹 실수도 있었고, 너무 급하게 하다 보니 3루 송구가 원바운드로 가기도 했어요. 긴장 탓인 것도 있지만 프로의 주자들은 정말 빠르더군요. 더 많이 공부하면서 경험을 쌓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기태 감독은 신범수에게 1회부터 9회까지 모두 안방을 맡겼다. 신범수가 오키나와에 온 이후 중간에 교체 없이 한 경기를 모두 소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간에 교체될 줄 알았는데 끝까지 마무리하게 됐네요. 한 경기를 다 뛰어본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첫 경기 완주, 그리고 첫 안타

 기아 신범수가 27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킨 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연습경기에 선발포수로 출전해 타격을 하고 있다.
기아 신범수가 27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킨 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연습경기에 선발포수로 출전해 타격을 하고 있다.유성호

9회까지 모두 소화한 덕분에 신범수는 연습경기 첫 안타를 얻었다. 이 경기 전까지 4타수 무안타(삼진 3개)를 기록 중이던 신범수는 9회 말 좌전 안타를 쳐냈다. 장타성 타구였지만 2루까지 가지 못해 단타로 기록됐다. 큼지막한 타구로 이날 경기의 실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돼 나름 해피엔딩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조계현 수석코치와 박흥식 타격코치는 신범수에게 "오늘 잘 했어"라고 칭찬했다. 못한 부분에 대한 지적 보다는 어린 신인 선수의 기를 살리는 데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조계현 수석코치는 "아무래도 아직 신인이라 여유가 없다 보니 시야가 좁다, 하지만 (신)범수는 신인 치고는 잘 하고 있다"라며 "고등학교 때부터 워낙 운동을 잘 해왔던 선수니까 경험을 쌓으면 더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범수는 다시 장비를 챙겨 들었다. 다케시 배터리코치의 지도 하에 신범수는 송구를 포구해 주자를 태그하는 동작을 쉴 새 없이 반복했다. 프로 선수로서 첫발을 뗀 신범수의 목소리가 우렁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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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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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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