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97년 영화 <로리타>의 포스터. 아이유의 음반보다 훨씬 뚜렷하게 소아성애적 소재와 암시가 드러나지만, 이에 대한 적의는 아이유를 향한 적의와 비할 게 아니었다. 이유는 무엇인가.
(주)풍경소리
누구처럼 "증명은 할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고 주장하려면, 아이유의 음반보다 훨씬 뚜렷하게 소아성애적 소재와 암시가 드러나 있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로리타>나 뤼크 베송 감독의 <레옹>에 대해서도 먼저 뚜렷한 적의를 드러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논란이나 금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예술작품에서 보여주는 소아성애적 욕망과 현실에서 벌어지는 아동성폭행 범죄 사이에 확신할만한 연결고리가 없다는 것을 평상시 우리 사회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소아성애적 욕망과 아동성폭행 범죄는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한국의 아동성폭행가해자 중 절반가량은 뚜렷한 소아성애증을 보이지 않는다. 평소엔 성인을 욕망하지만, 아동을 성폭행하기가 쉬우므로 아동성폭행범이 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아동성애 욕망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아동성폭행범이 되는 것도 아니다. 모든 성적 판타지가 폭력적인 실행으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듯이, 아동성애적 판타지도 모두 범죄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
가령 관음증의 욕망을 그린 영화 <이창>이 관음증을 부추겨서 관객을 '몰카범'이 되게 하니까 금지해야 한다고 누군가 주장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비슷한 말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FPS 게임을 많이 하면 총기 난사범이 될 수 있고, 스릴러를 많이 보면 연쇄살인범이 될 수 있으니 사회 안전을 위해 폭력적인 게임과 영화를 금하라! 동의하는가?
사회의 법질서는 실질적인 행위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도모해야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욕망이나 판타지를 제어하거나 처벌하려 해선 안 된다. 그것이 사상 검열이다. 테러방지법이 가지고 있는 '예방적 조치'나 국가보안법이 가지고 있는 '내란예비음모' 등의 논리는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
본래 아동 포르노를 금지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아동 포르노를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동에 대한 폭력과 착취, 인권유린을 막기 위해서이지, 그것이 아동성애의 판타지를 부추기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행 아동청소년보호법이 성인의 분장이나 가상 캐릭터에 의한 아동 포르노까지 폭넓게 규제하는 것은 일종의 판타지를 규율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으며 재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