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치외법권>에서 은정 역의 배우 임은경이 24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 조심스럽지만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2)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임은경의 데뷔작이면서 동시에 당시 100억 원대 대형 상업영화로 출범했지만, 결국 참패했다. 신인에겐 큰 숙제였을 거다. 이 작품이 남긴 교훈이 있다면?"내겐 훌륭한 작품이다. 그런 기회 아마 다시는 없을 거다. 대작이라 부담도 컸지만 첫 영화였고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영화를 연출한) 장선우 감독님을 꼭 찾아뵙고 싶다. 제주도에 계신다는 소식은 알고 있다."
- 그 직후였나, 2002년 부산영화제 당시 <러브레터>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러브레터를 받기도 했다. 이때부터 해외 진출의 꿈을 키웠던 건지."직접적인 연락은 없었다. 건너서 듣기만 했는데, 그저 감사했을 따름이다."
- 그리고 중국으로 떠났다. 2005년 중반이었는데 당시 중국 드라마 <정애보험> 한 편을 찍고 소식이 없었다. 사실상 공백기였고 짧게 잡아도 8년의 시간 동안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2005년 맞다. 5개월 동안 촬영했다. 그 직후 한국으로 왔다, 한 3, 4년은 진짜 힘들게 인생 공부했다. 사람도 만나기 싫었고, 정말 고슴도치가 된 기분이었다. 모두가 날 건드리는 거 같았고, 무슨 말에도 쌈닭처럼 내가 쏘고 있더라. 그래서 지인들을 안 만나게 된 거지.
그러다가 앞으로 인생을 한참 살 텐데 내 편이 아무도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복할 필요가 있었다. 그때부터 발레도 배우고 등산도 다니고, 서점도 가고, 날 위한 시간을 보냈다. 아까도 말했지만 원래 밝은 아이였다. 학창시절은 다른 아역 배우 출신보다 잘 보낸 거 같다. 친구들과 수련회도 가고 춤추고 노래하며 나름 즐겁게 보냈다."
- 그 과정을 거치며 자신을 치유하는 법을 익혀왔을 거 같다."(잠시 생각) 그냥 부딪히는 거다. 예전엔 누가 내게 다가오는 걸 기다렸다면, 이젠 지인들이 낯선 사람을 데려와도 먼저 관심을 보이곤 한다. 그러다 보니 좋은 친구들도 생기더라. 생각해 보면 당당하게 내가 고등학생 때 친구들에게 'TTL 소녀'인 걸 공개했을 때 오히려 더 도움을 받았다. 학교에 기자들이 찾아와도 친구들이 그냥 가시라고들 했다. 광고 계약에 겁먹어 비밀에 부쳤던 처음 한두 달 땐 여러 오해를 받곤 했지. 위약금 이런 게 무서웠는데 그냥 눈 감고 말하니 친구들이 더 비밀을 끈끈하게 지켜주더라."
임은경은 이후 웹드라마 <유명산 진달래>를 통해 대중과 만난다. 예지력이 있는 순수한 산골 소녀가 도시로 내려오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당장 중국과 일본에서 먼저 방영 예정이고, 국내 공개 시점은 미정이다.
임은경은 지금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서서히 땅으로 발을 뻗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