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1인가구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서 이상우 역의 배우 권율이 1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진지하다. 진지해도 한참 진지하다'. 한창 배우 권율과 <식샤를 합시다2>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12일 오후 한 때 문득 스쳐간 생각이다.
그를 두고 KBS 2TV <천상여자>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윤소이가 "괴짜에 사짜에 변태"라고 했던 일이나 최근 <식샤를 합시다2> 간담회에서 "짓궂은 날씨"라는 윤두준의 말을 날름 받아 "얄궂은 날씨"라는 언어유희를 선보였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미리 짐작했던 그의 모습은 인터뷰 시간의 절반이 지나가도 만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올리브 TV <윤계상의 원테이블>(2012)이나 과거 촬영했던 영화의 메이킹 필름 등에서 지금의 이상우 사무관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을 뽐냈던 그였으니 말이다.
조심스럽게 과거 이야기를 꺼낸 건 그 때문이었다. '과거에 보여줬던 모습에서 달라진 것 같다'는 말에 권율은 "기본적으로 장난기도 많고 호기심도 많지만, 그걸 어디서나 보이려고 하진 않는다"고 시원스레 답했다. 이유도 분명했다. "프로다워야 하니까요. 일을 할 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진지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제 소신을 놓치고 싶지 않기 위해서예요. 전 완전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분명 분위기를 타면 절제력이 떨어질 것이거든요."
"언제든 돌부리 걸려 넘어지고, 산사태 만날 수 있겠지만...내성이 생겼다"- 사실 이 얘기를 꺼낸 게 인터뷰 준비를 하다가 찾아낸 <비스티 보이즈>(2008) 메이킹 영상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찾아서…. (웃음) 그땐 주변 사람들이 다 대학교 동문들이었고, 내가 막내였다. 역할마저 '선수' 호스트였고. 일종의 '기쁨조'가 내 역할이었다. 실제로 촬영할 때 다 함께 술을 마신 적도 많다. 모두가 하이퍼리얼리즘 연기에 심취했을 때였거든. (웃음) 흠흠, 진지하게 답하자면 이미 그 작품엔 무게를 잡아주는 역할은 충분히 있었다. 나는 그 안에서 다채로움을 보여줘야 했고."
- 지금의 진지한 모습도 물론 좋지만, 그 때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텐데. <브레인>(2011)에서도 어리바리한 여봉구의 모습으로 많은 주목을 받지 않았나. <윤계상의 원테이블>에서도 좀 더 풀어진 모습이었고."물론, 작품에서 원한다면 상상 이상으로 더 망가져 드릴 수 있다. 시쳇말로 더 잔망을 떨어드릴 수도 있고. (웃음) 그 모습을 드러내고 보여줄 수 있는, 내가 제대로 놀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 보여드릴 거다. 그게 아니라면 적재적소에서, 질리지 않는 선에서 보여줘야 하는 거고. <식샤를 합시다2>의 경우에도 중간 중간 상우의 의외의 장난기가 인상을 주지 않았나."
- 이런 생각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나는 그저 매 순간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물론 과거엔 그런 모습을 두고 '네가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들도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