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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안 하는 권율 "신비주의? 나를 꾹꾹 눌러 담기 위해"

[인터뷰 ②] 지독한 '서른앓이' 지나 반환점 돌기까지

15.06.18 09:52최종업데이트15.06.1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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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율 인터뷰 1편에서 이어집니다. "'식샤2' 이상우, 좋은 리더...선은 안 보겠지"

 tvN 1인가구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서 이상우 역의 배우 권율이 1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tvN 1인가구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2>에서 이상우 역의 배우 권율이 12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민

'진지하다. 진지해도 한참 진지하다'. 한창 배우 권율과 <식샤를 합시다2>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12일 오후 한 때 문득 스쳐간 생각이다.

그를 두고 KBS 2TV <천상여자>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윤소이가 "괴짜에 사짜에 변태"라고 했던 일이나 최근 <식샤를 합시다2> 간담회에서 "짓궂은 날씨"라는 윤두준의 말을 날름 받아 "얄궂은 날씨"라는 언어유희를 선보였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미리 짐작했던 그의 모습은 인터뷰 시간의 절반이 지나가도 만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올리브 TV <윤계상의 원테이블>(2012)이나 과거 촬영했던 영화의 메이킹 필름 등에서 지금의 이상우 사무관과는 확연히 다른 매력을 뽐냈던 그였으니 말이다.

조심스럽게 과거 이야기를 꺼낸 건 그 때문이었다. '과거에 보여줬던 모습에서 달라진 것 같다'는 말에 권율은 "기본적으로 장난기도 많고 호기심도 많지만, 그걸 어디서나 보이려고 하진 않는다"고 시원스레 답했다. 이유도 분명했다. "프로다워야 하니까요. 일을 할 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진지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는 제 소신을 놓치고 싶지 않기 위해서예요. 전 완전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분명 분위기를 타면 절제력이 떨어질 것이거든요."

"언제든 돌부리 걸려 넘어지고, 산사태 만날 수 있겠지만...내성이 생겼다"

- 사실 이 얘기를 꺼낸 게 인터뷰 준비를 하다가 찾아낸 <비스티 보이즈>(2008) 메이킹 영상 때문이다.
"그걸 어떻게 찾아서…. (웃음) 그땐 주변 사람들이 다 대학교 동문들이었고, 내가 막내였다. 역할마저 '선수' 호스트였고. 일종의 '기쁨조'가 내 역할이었다. 실제로 촬영할 때 다 함께 술을 마신 적도 많다. 모두가 하이퍼리얼리즘 연기에 심취했을 때였거든. (웃음) 흠흠, 진지하게 답하자면 이미 그 작품엔 무게를 잡아주는 역할은 충분히 있었다. 나는 그 안에서 다채로움을 보여줘야 했고."

- 지금의 진지한 모습도 물론 좋지만, 그 때의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텐데. <브레인>(2011)에서도 어리바리한 여봉구의 모습으로 많은 주목을 받지 않았나. <윤계상의 원테이블>에서도 좀 더 풀어진 모습이었고.
"물론, 작품에서 원한다면 상상 이상으로 더 망가져 드릴 수 있다. 시쳇말로 더 잔망을 떨어드릴 수도 있고. (웃음) 그 모습을 드러내고 보여줄 수 있는, 내가 제대로 놀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 보여드릴 거다. 그게 아니라면 적재적소에서, 질리지 않는 선에서 보여줘야 하는 거고. <식샤를 합시다2>의 경우에도 중간 중간 상우의 의외의 장난기가 인상을 주지 않았나."

- 이런 생각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나는 그저 매 순간 그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물론 과거엔 그런 모습을 두고 '네가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이정민

 "지금은 혼자 강을 보며 뛰는 시간을 지나 관람객들이 있는 곳을 통과하며 그들에게 박수갈채를 받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꼭 완주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기는?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기분이다."
"지금은 혼자 강을 보며 뛰는 시간을 지나 관람객들이 있는 곳을 통과하며 그들에게 박수갈채를 받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꼭 완주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기는?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기분이다." 이정민

- 여기까지 들어 보니 집단 속에서 주어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한다는 느낌이다. 일련의 질서를 지키는 데도 열정적인 것 같고. 듣자 하니 고등학교 때 방송반 기장도 지냈다고…. (웃음)
"당시 내겐 그게 전부였다. (웃음) 그 생활 외에 다른 게 중요하지 않았다. 대학 시절도 마찬가지고."

- 유독 '감투'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
"그랬다. (웃음) 그 세상이 다라고 생각하고 목을 매는 열정 때문이었다. 치기 어린 시기였지. '이 사명감이 전부야' 하는…. 지금 생각하면, 어휴! (웃음) 당시에 대한 후회는 물론 없다. 하나하나 열정을 다해 한 거니까. 그게 <비스티 보이즈>의 막내 역할에 충실했던 지훈에게서도 보이는 것 아닐까."

- 이쯤에서 과거 얘긴 덮어 두겠다. (웃음) 최근 인터뷰에서 배우로서의 삶을 산에 오르는 과정에 비유한 게 흥미로웠다. 똑같은 비유를 사용해 묻자면, 발에 물집도 잡히고 '이 산을 왜 올라야 하나' 고민도 많았다면서 왜 내려가려고 하지는 않았나.
"내려갈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물론 우스운 일이지만 그랬던 시간도 있었고, 물집이 잡혀서 '내가 이러면서까지 가야 하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이 산을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게 지금까지 올 수 있는 큰 힘과 자양분이 된 것 같다. 언제든 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고, 산사태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내성이 생겼다. 앞으로 겪을 일이 수없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 감사한 시간을 보낸 거다."

- "<식샤를 합시다2>를 끝낸 지금은 경치가 굉장히 좋은 중턱쯤에 올라선 것 같은 기분"이라고도 했다. 그 중 어떤 경치가 가장 아름다워 보이던가.
"조금 다른 비유인데, 내가 마라톤을 하고 있다고 치자. 혼자 강을 보며 뛰는 시간을 지나 관람객들이 있는 곳을 통과하며 그들에게 박수갈채를 받는 느낌이다. 그러면서 '꼭 완주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기는?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기분이다."

"늘 목마르고 간절한 상태지만...나만을 위해 연기하진 않겠다"

- 극 중 이상우를 성장하게 만들었던 백수지처럼, 배우 권율을 성장하게 한 무언가를 꼽아 보자면.
"지금 소속사의 대표님(이소영 사람엔터테인먼트 대표)이다. 내가 배우로서의 사명감을 더욱 가질 수 있도록 해 준 분이다. 예전엔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서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일들이 아닌 이상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배우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고, 또 많은 것들을 보여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걸 대표님을 통해 깨닫게 됐다.

내가 SNS를 안 하는 건 신비주의 때문은 아니다. 그 어떤 마음보다 진심으로 나를 보여드리는 게 연기니까, (개인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건) 내 진짜 모습을 그 캐릭터 속에서 느껴질 수 있도록 나를 꾹꾹 눌러 담는 작업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그런 생각에 확신을 주신 분도 대표님이다. '진심으로 다가가 보여줄 수 있는 것에 사람들은 감동한다'는 말씀을 해 주시더라."

 "내 욕심만으로 연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해야 하니 (다른 배우와의 작업에서) 양보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작품의 본질을 흐려가면서까지 내가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마음도 없다. 나만 돋보이는 연기를 했다간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다."
"내 욕심만으로 연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해야 하니 (다른 배우와의 작업에서) 양보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작품의 본질을 흐려가면서까지 내가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마음도 없다. 나만 돋보이는 연기를 했다간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다."이정민

- 또 다른 인터뷰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시절,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며 큰 성장통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서른아홉에서 마흔이 될 땐 그때와는 달랐으면 좋겠다고도 했고. 어떤가, 지금의 페이스라면 후회 없이 40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나.
"20대 땐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스스로의 자만심으로 게을렀던 시간들이 많았다. 서른이 될 때 그렇게 힘들었던 건 유명하지 않아서, 스타가 되지 못해서가 아니라 '20대 때 할 수 있었던 게 많은데 어느 순간 너무 타협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순수하게, 열정적으로만 연기하려 했는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휩쓸리다 보니 겉치레의 삶을 살게 됐더라. 그 때문에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게 후회를 넘어 스스로를 괴롭게 한 거였다.

그러면서 '30대 때는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으리라, 날 어떻게 보든 내가 정해진 원칙 안에서 떳떳하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아직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서른이 됐을 때보다는 (마흔이 될 때) 덜 힘들 것 같다. (웃음) 지금 나의 꿈이나 목표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다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부끄러움이 남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물론 몸이 힘들고 생각이 지칠 때도 있지만, 스스로를 괴롭히는 상황까지 나를 몰아붙이면서 열심히 살고 싶다."

- 29일이 생일이다. 머지않아 30대의 반환점을 돌게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웃음)
"그러게,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됐다. (웃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진부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계속 목마르고 간절한 상태다. 과거에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은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작업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나만의 이기심이 되면 안 되겠지. 내 욕심만으로 연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해야 하니 (다른 배우와의 작업에서) 양보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작품의 본질을 흐려가면서까지 내가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마음도 없다. 나만 돋보이는 연기를 했다간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다. 노력할 테니 앞으로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권율 식샤를 합시다2 비스티 보이즈 브레인 윤계상의 원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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